지금까지 성과관리는 평가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평가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절차와 도구를 늘리고, 기법을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평가 중심의 성과관리는 조직과 구성원에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부과한 반면 성과 추진에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성과관리 변화의 큰 흐름은 성과를 추진하기 위한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기업들은 무엇이 성과를 촉진하는지 규명하고, 성과를 견인하는 행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다시 짠다.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활동이더라도 성과촉진에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폐기한다. 등급 위주의 성과평가를 폐지하고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소통, 피드백을 중심으로 성과관리를 바꾸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 조직의 성과관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선진 기업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현명한 접근일까? 성과관리 전문가인 일레인 풀라코스는 성과관리 방식을 바꾸기 전에 성과관리의 목적부터 명확히하라고 조언한다. 성과관리의 목적이 보상, 승진에 대한 인사결정인지, 직원 개발인지, 법적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것인지 주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목적이 많은 경우 그 만큼 많은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각 목적이 서로 충돌하여 어느 것 하나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평가에 의해 승진과 보상이 결정되는 환경에서 새로운 시도와 학습이 활발히 일어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과관리의 주된 목적이 무엇이든지 간에 이것이 근본적으로 성과를 촉진하기 위한 도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성과관리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직의 사업 전략과 목표가 명확히 수립되고, 무엇이 그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성과관리를 설계하기 전에 성과지표, 피드백, 평가와 보상을 중심으로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성과지표
성과관리를 평가가 아닌 목표달성 도구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성과지표 또한 미래 성장과 연계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과거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행지표(lagging indicators) 측정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 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맥도날드의 성장 계획에는 일곱 개의 드라이버(drivers)가 포함되어 있는데, 각 드라이버에는 두 개의 선행지표와 한 개의 지행지표로 구성된다.
[출처: 맥도날드]
또 다른 흐름은 AI를 활용하여 기업의 목표 달성과 연결된 성과지표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전략 목표와 잘 연계되는 성과지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교화해 나간다.
피드백
피드백에 목마른 부하직원과는 달리 상사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피드백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사들과 보다 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시간부족도 부족이지만 사실 어떻게 피드백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성과관리의 선진 기업들은 리더들에게 “부하직원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하라”라고 강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그들이 피드백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어도비는 2012년에 연례 성과평가를 폐지하고 코칭과 피드백 중심의 성과관리로 전환하였다. 새롭게 도입된 성과관리는 목표설정, 업무진척, 역량개발 영역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어도비는 리더들이 코칭과 피드백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고, 새로운 성과관리에 대해 직원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라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직원 자원 센터(Employee Resource Center)를 운영한다.
다른 기업들은 리더들의 피드백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성과관리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은 리더의 전반적인 역량 진단이 아니라 성과관리 역량에 초점을 두어 진단하고, 리더에게 피드백과 코칭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부하직원으로부터 리더가 목표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는지,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피드백을 수집하여 전달함으로써 리더의 생각이 아닌 부하직원의 니즈에 맞게 코칭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평가와 보상
평가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반면 평가의 정확성이나 직원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어도비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무직의 59%는 ‘성과평가가 업무수행 방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며, 밀레니얼의 47%는 ‘성과평가 후 이직을 알아본다’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등급제 중심의 성과평가를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성과평가를 폐지할 때에는 이 제도를 대체할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 두어야 한다. 경영컨설팅 업체 CEB의 조사에 따르면, 성과 등급제를 폐지한 후 직원들의 성과가 약 10% 하락했다고 한다. 등급제 폐지가 성과에 대한 상사와 부하직원 간 소통의 질과 양 모두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한 가지 참고할 만한 것은 효과적인 조직을 위한 센터(Center for Effective Organizations, CEO)의 연구이다. CEO는 탈등급제(rating-less review), 실시간 피드백, 크라우드 피드백이 전략 연계, 조직원 동기부여와 개발, 우수인재 보상 등 조직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실시간 피드백만 운영하거나 실시간 피드백과 탈등급제를 함께 운영하는 것보다 실시간 피드백과 크라우드 피드백을 함께 운영할 때 조직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자신의 수행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조직 전략과 개인 목표 간의 연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동기부여, 역량 개발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평가와 보상을 분리시키는 기업들이 있다. 평가는 성과 달성을 위한 피드백으로만 활용하고 보너스와 연계시키지 않는 것이다. 평가를 보상과 연계시키지 않는 대신 이들 기업은 시세에 맞게 임금을 더 자주 조정한다. 보너스는 어려운 프로젝트를 해내거나, 상위 1%의 높은 성과를 산출했을 때와 같이 이례적인 성과를 달성했을 때 제공한다. 이같은 평가와 보상의 분리는 부서 이기주의, 단기 성과주의, 보수적 목표설정과 같은 성과제의 단점을 약화시킬 것이라 기대된다.
성과관리의 새로운 흐름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아직은 이러한 시도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일례로 성과관리 플랫폼을 둘러 싸고 조직원들이 “쉽게”,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아 “수행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 못지 않게 “실시간 울려대는 앱때문에 업무몰입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높다.
새롭게 도입된 제도들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퇴색되거나,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 사례가 발생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후에는 초기 결과에 안주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효과를 측정하여 애초 도입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고 있는지 평가해야 할 것이다.
1부: 성과관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2부: 성과평가 기법의 변화 속에서 결코 변하지 않은 것들
4부: 성과관리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