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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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앱스, 이 조직이 성장하는 법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4.8%, 3년 생존율은 44.3%, 5년 생존율은 33.8%, 7년 생존율은 25.1%이다. 2년차(53.6%)를 넘으면서 10개 기업 중 5개 기업은 시장에서 사리지는 것이다. 2021년 한 해만에도 102만 2천 개의 기업이 창업되고, 76만 1천개의 기업은 소멸되었다. 그렇다고 생존한 기업들이 모두 승승장구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3년간 매출과 직원수에서 20%이상 증가한 기업의 비율은 2.1%, 10%이상 증가한 기업은 6.2%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창업 기업들은 생존을 넘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을 꿈꾼다. 학자들은 지속가능한 조직을 위해서는 산업 환경에서 흥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풍토를 가꾸라고 하지만 그런 지침들은 이론적으로 느껴지고 어째 와닿지 않는다.

2010년 설립된 쿡앱스는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2018년 232억원, 2022년 8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여 최근 5년간 평균성장률 89%를 기록한 고성장 기업 중의 하나이다. 신생기업에 더 혹독한 사업 환경에서, 특히 하루에 700여개의 새로운 게임이 쏟아지는 치열한 게임 시장에서 쿡앱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사람’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기업은 종종 목격된다. 그래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PC 한 대와 개발자 세 명’만 모여도 게임 회사를 차릴 수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들이 쉽게 이탈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조직의 성장과 운영에 핵심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반영하듯 쿡앱스 구성원의 행동 양식을 정의한 ‘쿡앱스가 일하는 12가지 방식’에는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재밌는 게임이 나온다’가 첫 번째로 소개되어 있다.

[쿡앱스가 일하는 방식 12가지 (쿡앱스 제공)]

자연스레 쿡앱스의 HR도 ‘사람’을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본다. 쿡앱스의 HR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민 디렉터는 “어떻게 하면 최고의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쿡앱스에 매력을 느끼고 입사 지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쿡앱스에서 재미있게 일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쿡앱스에 지속적으로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최고로 대우하고 이를 숨기지 말라

지원자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쿡앱스의 전략은 구성원들을 최고로 대우하고, 이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쿡앱스에서 최소 연봉은 5천만원부터 시작되며, 6개월마다 회사 영업이익의 10~15%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연봉 협상도 매년 2회 진행함으로써 시장 현황을 기민하게 반영하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정보가 대외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쿡앱스는 2021년부터 연봉 테이블을 채용공고에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보상과 정보 공개는 지원자들을 매혹시켰을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쿡앱스의 초봉이 진짜로 5천만원에서 시작하는지를 묻는 질문을 꽤 볼 수 있었는데, 김영민 HR 디렉터는 “최근 2년간 채용 붐으로 인재 채용이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쿡앱스 연봉 테이블 (쿡앱스 제공) ]

스스로, 유연하게 일하라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조직을 만들을 위한 쿡앱스의 전략은 무엇일까? 여러 제도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자율과 책임’, ‘배움과 성장’이다. 쿡앱스에서는 게임 기획부터 출시까지 한 팀이 전 과정을 책임진다. 즉, 팀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게임 출시부터 홍보하는 방식, 예산 등을 팀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팀은 운명공동체의 성격을 띤다. 내 직무에 요구되는 역할만 하면 끝나는 분업 체계가 아니라 팀의 성과를 위해 전 팀원이 게임 개발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직무에 한정된 역할이 아닌, 팀에 필요한 역할을 유연하게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재를 채용할 때에는 직무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한 직무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스페셜리스트보다는 게임 제작자로써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작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선발한다.

자율에 동반하는 책임은 어떻게 부여할까? 쿡앱스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건강한 견제를 지향한다. 쿡앱스는 게임의 매출, 인게임 지표 등 모든 데이터를 전 구성원에게 공개하고 있다. 즉, 신규 가입, 재방문, 일일 활성 유저 등 게임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모든 지표를 특정 게임을 개발한 팀뿐만 아니라 전체 구성원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팀들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만 동시에 그에 뒤따르는 책임감도 통렬하게 느끼게 된다. 눈치주거나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시시각각 산출되는 지표를 보고 팀의 의사결정에 동반되는 책임감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시는 없지만 피드백은 많다

의사결정 권한이 온전히 팀에 있기 때문에, 쿡앱스에서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데이터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의견은 직무, 직급에 상관없이 배짱 있게’, ‘실수는 보듬어주되, 피드백은 솔직하게’와 같은 행동 양식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정의되었다. 수시 피드백과 더불어,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는 포커스 그룹 테스트(Focus Group Test, FGT)를 통해 동료들로부터 솔직한 의견을 수렴한다.

업무 향상에 대한 피드백 외에도 동료 피드백, 리더십 진단과 같이 구성원의 역량 개발을 위한 피드백도 짧은 주기로 제공된다. 예를 들면, 쿡앱스에서는 변혁적 리더십 모델에 기반하여 3개월마다 리더십을 진단하고 HR에서 팀 리더에게 그 결과를 디브리핑하고, 바람직한 리더십, 조직문화에 대해 조언해준다. 지속적으로 역량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면서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외부의 전문 코치를 지원해 줌으로써 팀원을 잘 이끌 수 있는 스킬 개발에도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강조하는 또 다른 요소는 회고이다. 각 팀들은 수행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해야 할 것, 중단해야 할 것, 새롭게 해야 할 것’을 중심으로 현재의 수행을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한다. 6개월마다 진행되는 전략 회의 또한 회고를 포함하고 있다. 전략 회의는 1박 2일 동안 진행되는데, 지난 6개월을 돌아봤을 때 목표 성과 대비 실제 달성 수준을 바탕으로 수행 결과를 회고하고, 외부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향후 계획을 수립한다. 예를 들면, 게임 개발 조직은 게임의 성패 원인을, HR이라면 직원몰입 점수 변화의 배경을 분석하여 향후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전략 회의에서도 의견 교환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단순히 각 부서 책임자들이 돌아가면서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틀 동안 치열한 논의를 거쳐 향후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고 한다.

지식은 나누고, 배움은 더한다

자신의 직무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구성원의 성장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쿡앱스는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직무 수행을 통해 성장을 지원하기도 하기만 교육과 구성원 간의 지식 공유를 통해 배움을 기회를 넓힌다. 대학(원) 학비는 그 비용의 90%를 지원해주고, 외국어, 직무 교육 등 자기개발 비용 또한 1월 최대 20만원씩 지원해준다.

내부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식공유체로는 소속 직군과 상관없이 자유로운 주제, 진행 방식으로 운영되는 ‘CoP’, 직군간 협업 활동에 초점을 둔 ‘J.M.T’, 학습 습관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작심인’, 구성원 각자의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는 사내 컨퍼런스인 ‘Sharing Party’를 운영하고 있다.

  • CoP(Community of Practice): 직군 무관으로 주제, 운영, 진행 방식 모두 스스로 결정하고 진행하는 학습 조직
  • J.M.T(Join & Merge & Talk): 동일 직군 간 교류와 직무 관련 스터디를 진행하는 학습 활동
  • 작심인: 일정 기간 동안 달성할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습관을 형성하는 활동
  • Sharing Party: 구성원 각자의 노하우, 경험을 강연 형식으로 나누는 사내 컨퍼런스

CoP, J.M.T, 작심인은 소규모로 진행되는 반면 Sharing Party는 전 구성원이 참석하는 일일 컨퍼런스이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획득한 노하우나 외부 컨퍼런스, 교육에서 얻은 배움을 다른 구성원과 나누는 시간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진행된다. Sharing Party는 오프닝과 마무리를 제외하고 3 트랙으로 운영되어, 참석자는 자신의 흥미에 따라 주제를 선택하여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나눔을 준비하는 발표자들은 참석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목 짓기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2022 Sharing party 시간표 (쿡앱스 제공)]

최근에는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제도를 도입하였다. 에반젤리스트는 일종의 지식 전도사로 직무 기술이나 업무 경험을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내 게시판이나 비정기적인 세미나, 피드백 및 상담 등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동료들에게 전파한다. 에반젤리스트는 조직의 리더들이 선발하는 것으로, 직무 기술과 대인 역량이 우수하고, 프로젝트에서 탁월한 기여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선정했다고 한다. 에반젤리스트는 1년마다 심사를 거쳐 자격 유지 및 보상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위기가 빚어낸 선명한 조직문화

쿡앱스가 ‘사람’을 조직 성장의 핵심 요소로 보는 것은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재밌는 게임이 나온다’라는 창업자들의 신념이 그 배경에 있다. 그러나 창업 초기에는 ‘사람’ 요소를 위해 주로 복지에 초점을 두었다면, 2017년 시장 변화로 인해 위기를 겪으면서 현재의 조직문화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애초 페이스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웹 게임 개발에 주력했던 쿡앱스는 페이스북 게임 시장이 축소되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급히 경로를 변경하였지만 이미 수많은 경쟁자들이 진출해 있던 상황이었다. 너무 늦게 모바일 시장에 들어선 것이다. 뒤늦게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입한 쿡앱스를 채택한 전략은 ‘패스트팔로워’ 였다. 독창적이고, 기술적으로 완전무결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시장의 트렌드를 재빠르게 파악해서 ‘작고 빠른 실패’를 통해 시장을 배우고 니즈에 가까워지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중시하는 가치와 위기에 직면해 채택한 ‘작고 빠른 실패’ 전략이 현재의 자율과 책임, 배움과 성장, 유연성과 기민성의 문화를 구축하게 되었다.

‘산업 환경에 경쟁력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풍토를 가꾸라’는 말은 다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쿡앱스의 사례를 통해 좀더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 조직의 전략은 무엇인가? 전략을 잘 실행할 수 있는 조직풍토를 구축하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볼 시간이다.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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