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의 잠재력 발견과 개발

리더십 프로그램

조용한 퇴사? 조용한 고립!

미디어에서 ‘받은 만큼만 일하는 소극적인 구성원’으로 인식되는 MZ. 하지만 취업, 커리어 컨설팅을 하면서 직접 만나본 천여명의 사회 초년생, 신입사원들의 상황과 생각은 알려진 것과 달랐다. 기성 세대의 생각과 달리 일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열정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오히려, 부족한 성장 기회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그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자신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내가 바라본 MZ는 급변하는 조직구조 속에서 수동적인 대응을 강제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대체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을까?

“이게 맞나요?”라고 물어볼 곳 하나가 없어요..

“제 위에 선배는 11, 12년차입니다. 경험이 있는 분이 없습니다. 기존에 해오시던 일과 다른 분야라서요..” 신입사원 P는 신사업 TF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TF팀에 배정되었을 때에는 새로운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 새로운 일이 주는 설렘에 주도적으로 업무를 찾아가며 수행했지만, 이내 자신의 수행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없어 모호하고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팀장님은 임원 보고에 불려 다니느라 바쁘고, 같은 부서 차과장 선배도 업무경험이 없어서 조언을 구해도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업무범위는 더 확대되어 직접 임원 보고를 위한 자료를 작성하고, 팀장과 배석해 보고까지 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니 더욱 살 떨렸다고 한다. ‘내가 조사한 내용이 맞는 내용일까? 틀리면 어떡하지?’ 고민을 털어놓을 또래도 없고, 조언을 구할 선배도 없어 P군은 고민이 많다고 한다.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1년차 사원 B의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 B는 부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에 있다.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1년차 사원과 부장 사이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B는 이런 상황을 “모래시계”라고 묘사했다. 이 ‘모래시계’ 상황이 주는 어려움은 본사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시작되었다. 본사 이전에 따라 부서가 변경되면서 기존에 과장이 맡던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새로 맡은 업무가 돈과 관련된 일이라 부담이 커 부장께 완곡하게 도와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라고 하며 ‘결재는 일괄로 해줄 테니 부탁한다’는 말이 돌아와 허탈했다고 한다. B는 업무에 실수라도 생기면 어쩌나 늘 불안하지만 기댈 곳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이렇게 고립된 상황에서 B는 “이게 맞나?”라고 수시로 되묻게 된다고 하였다.

“나는 성장하고 있는 걸까?”

수시채용으로 금융권에 입사한 H는 오랜 취업 준비 끝에 꿈에 그리던 부서에 입사했다. H는 여러 가지 업무를 배우면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체계적인 입문교육 조차도 받지 못했다. 간단한 OJT를 받은 뒤 바로 업무에 투입되었고, 시시각각 던져지는 업무를 수행해내는 게 주 역할이었다. 뚜렷하게 정해진 R&R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요 수행업무 가이드라인이나 업무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 수 년이 지났을 때 실력을 갖출 수 있을지’ 불안하였다. 주변에 도움을 청해보려고 해도 바로 위 선배는 과장급들이라 자신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팀장은 항상 격무에 치이고 있는 중이라 자신의 사소한 고민을 덧붙이기가 매우 조심스러워 속앓이를 하고 있다. H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또 다른 금융권에서 일을 하고 있는 C도 H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야무진 일처리와 싹싹한 태도로 부서에서 인정 받고 즐겁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C는 비전공자 출신으로 금융권에 입사했다. 그리고 금융업에 대한 욕심이 컸던 만큼 C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배웠다. 그렇게 부지런을 떨며 1년이 지났는데 ‘C씨, 얼마나 성장한 것 같아?’라는 선배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다 중요하게는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업무들 하나하나를 최선을 다해 해냈지만 내가 수행한 업무들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이해도를 넓힌 것인지, 앞으로는 어떤 부분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인지, 연차에 비해 적당한 수준의 업무 수행 역량을 갖춘 것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팀과 개인으로 주어진 성과 지표는 있었지만 이는 본인의 업무지식과 수행역량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는 없었다. 부서 내 차장급 선배들은 어차피 부서이동은 어렵고, 반복적인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욕심을 갖지 말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를 던지는데 그럴 때마다 답답함이 커진다고 한다. ‘이 곳에서 내 역량을 확장시킬 수는 없는 걸까?’ 라는 의문과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한 금융사 재직 중인 A도 어려움이 많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을 달고, 신설된 팀이었지만 팀원은 덜렁 혼자였다. 부서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팀장과 차장이 왔지만 차장은 금세 다른 부서로 떠났다고 한다. 수시로 몰아치는 이슈들을 대응하고, 보고자료를 만들다 보니 수개월이 흐르고, 어느새 2년차가 되었지만, 여전히 업무는 체계화되지 않았다. 업무를 효과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법, 기획안 및 보고자료 작성 등 역량 향상을 위해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지만 그럴 곳이 없어 홀로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다고 한다. 어찌어찌 한 해가 지나갔지만 부서에 마음이 없는 팀장의 연말 성과 피드백은 두루뭉술하고, 구체성이 없어 앞으로 뭘 어떻게 해 나가야 될지 막막하기만 하다. 모호한 피드백을 받고 나니 “과연 성과 평가는 객관적으로 이루어졌을지” 궁금해졌다. 타 부서에서 자애로운 팀장, 똑똑한 선임 밑에서 일도 배우고, 성장해 나가고 있는 동기들을 보고 있으면 더욱 위축된다. 부서 이동을 하고 싶어도 루트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워라밸만 챙기는 MZ?

사회 초년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회사의 급여나 복지, 분위기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 친구들은 생각보다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기를 원하는 욕구가 강했다. 하지만, 갈수록 수시채용이 확대되고, 동기 개념이 사라지면서 갈수록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한 신입/초년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집약적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지식 중심의 사회로 빠르게 전환이 일어나고, 근로시간 규제 확대와 인건비 상승 등에 맞물려 기업들은 갈수록 채용 인원을 줄여 나가고 있는 중인데 그 과정에서 역피라미드 형태의 조직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의지할 동기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신입사원들의 부족한 부분들을 짚어주면서 성장을 이끌어 줄 회사의 허리 또한 얇아지고 있다.

조직의 형태는 애자일하게 변화되면서 팀 단위 규모는 작아지고 저연차 직원들에게 부여되는 책임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팀장 이상급의 관리 부담 또한 커지면서 저연차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쏟아줄 수 있는 여력과 인력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객관적인 피드백과 업무방향 설정이 부재함으로 인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MZ가 대부분이었다.

각자가 자신의 업무에 너무 바쁜 근래의 회사생활이 MZ의 부담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나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되는지,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 틀리면 어떡할지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갈수록 그들을 위축시킨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그들의 욕구를 분출시킬 통로가 필요해 보인다.

ohms
ohms
구직자들 대상 취업컨설팅(자소서/면접/이직)과 강연활동, 사회초년생 대상으로 직장생활 멘토로서 업무, 관계, 커리어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멋진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다'를 포함하여 취업 관련 저서를 3권 집필했으며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를 운영하며 3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댓글 입력하기
Please enter your name here

뉴스레터 구독하기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