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정리해고가 남기고 가는 것들’을 발행했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여기저기 공유가 되었는지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더라구요. 높은 관심에 부응해 추가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정리해고는 비용 절감 그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성과 개선의 수단이 되어야 하고, ‘내보내는 것’보다는 내보낸 후의 직원몰입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를 테면, 전 부서의 00%의 인원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성과가 부진한 영역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죠. 레고가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무리하게 확장했던 컴퓨터 게임 사업 비중을 줄이고, 그들의 핵심 역량인 장난감에 다시 집중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정리해고 후, 직원몰입이 대폭 하락하는 것을 보여주는 컬처앰프의 직원몰입 데이터를 인용하여 해고 이후에는 조직문화를 강화하고, 직원몰입 향상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추가적인 데이터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조직에 헌신적인 구성원일수록 몰입 수준이 대폭 하락한다
혹시 ‘우리 회사는 조직과 구성원 간의 신뢰가 굳건하니까 정리해고라는 시련이 닥쳐도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그러나 컬처앰프의 데이터를 보면, 직원몰입이 높은 구성원일수록 정리해고를 결정한 조직에 대해 큰 실망을 느끼고 더 이상 예전만큼 조직에 헌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Company layoffs: Dispelling 4 common myths, Culture Amp(컬처앰프 허락 하에 게재)]
반면, 낮은 직원몰입을 보고했던 기업의 구성원들은 정리해고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고, 낮은 직원몰입 점수를 기록했던 일부 기업들은 정리해고 이후 직원들의 헌신도가 오히려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해고가 기업의 성과 개선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면 남아있는 직원들도 이를 문제해결을 위한 변화로 받아들이고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에 대한 믿음이 클수록, 좋아했던 마음이 클수록 배신감은 더 커집니다. 회사를 좋아하고 열정을 많이 쏟았던 직원일수록 정리해고라는 현실을 더 받아들이기 어렵고, 살아남았더라도 그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겠죠. 따라서 정리해고를 결정할 때에는 그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조직을 떠나는 직원들에게 예우를 다해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직원들을 해고해야 했지만 투명한 소통, 해고자에 대한 지원, 배려를 통해 정리해고의 후폭풍을 최소화한 에이비앤비처럼 말이에요. 직원들은 조직이 사람을 내보내는 과정을 지켜보게 됩니다. 정리해고는 직원들에게 ‘피할 수 없었던 성장통’으로 인식될수도, 지우기 힘든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한번 떨어진 직원몰입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해고 직후에야 당연히 직원 사기가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Company layoffs: Dispelling 4 common myths, Culture Amp(컬처앰프 허락 하에 게재)]
위의 그래프를 보면, 정리해고를 기점으로 직원몰입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다 6개월을 기점으로 상승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자 다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출처: Company layoffs: Dispelling 4 common myths, Culture Amp(컬처앰프 허락 하에 게재)]
정리해고를 겪은, 즉 정리해고에서 살아 남은 직원들의 직원몰입을 살펴본 결과, 정리해고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도 몰입도가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조직에서 미래를 그리지 못했고(관련 문항: ‘나는 2년 후에도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직장을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열정은 회복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습니다.(관련 문항: 우리 회사는 다른 곳의 비슷한 역할을 맡았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그렇다면, ‘위의 반등 그래프는 어떻게 된 것인가?’ 의문이 생길텐데요. 컬처앰프에 따르면, 해고 후 몰입도 반등은 조직이 신규 직원을 충원할 때만 발생했다고 합니다. 즉 해고를 겪지 않았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조직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허니문’ 단계의 직원들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죠.
위의 데이터가 ‘한번 떨어진 직원몰입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에이비앤비를 인용하기도 했지만 여러 사례 연구를 보면, 감원 결정에 이르는 과정과 그 이후에 조직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직원몰입 저하를 최소화하고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견되기 때문이죠.
저는 컬처앰프 조사의 일부만 소개했는데요.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