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AI에 대한 글을 다뤘는데요. 흥미롭게 읽으셨나요? 오늘은 그 글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을 나누려고 합니다.
해마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컨설팅펌, 솔루션 업체, HR 저널 등에서 HR 트렌드 기사가 쏟아냅니다. 이들이 내놓는 전망 중에 특히 챙겨보는 것이 딜로이트 HR 트렌드 보고서입니다. HR 과제의 우선순위를 다루는데, 조사 항목이 꽤 일관적으로 유지되는 편이라 주제의 우선순위 변화와 새롭게 등장하는 주제를 통해 그 해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수월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코로나 팬더믹이 터지면서 이러한 기조가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상황, 즉 재택 근무 상황에서의 HR 이슈가 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일지 연속적일지 판단하기 어려워 한동안 유보적인 태도로 트렌드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보고서에서 또 한 번의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5년 전만 해도 AI, HR 클라우드 등 HR 기술은 HR의 여러 주제 중 하나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는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세상에서 HR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직원의 성과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맥락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직원몰입, 성과 창출, 리더십 등 HR의 주요 과제는 여전히 유효했지만 HR을 바라보는 관점, 실행에 대해 기본 가정과 기법을 ‘다시’ 생각하고,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생산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생산성을 어떤 의미로 인지하고 있나요? HR에서 생산성이란 산출량과 효율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대한 짧은 시간, 적은 인력으로 많은 산출량을 내기 위해서 사람과 업무를 관리하는 것이죠. 직원들의 컴퓨터를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가정에서 비롯됩니다. 업무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 시간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출량 중심의 생산성 관리는 얼마나 유효할까요? 생산량이 조직 성과에 기여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투입 시간이 생산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는 누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은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생산성이 40% 향상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의 인기를 얻은 히트곡이 5분 만에 작곡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투입량이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죠. 산업 시대와는 달리 기업 또한 투입량, 생산량이 조직의 성과를 전적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품, 서비스, 사업 모델의 혁신을 통해 조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즉, 투입량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무엇을 빨리, 많이 하는 것은 기계가 맡게 될 인간-기계의 협업 사회에서는 생산량 기반으로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고 촉진하는 접근은 효과를 갖기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창의와 혁신은 언제 일어나나요? 업무에 재미와 열정을 느껴 한 발 더 나아가고자 할 때, 조직에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느낄 때, 직원들이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소통하고 협업할 때 일어납니다. 기계적으로 부단히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마음을 내서 행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직원의 마음을 관리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히타치는 직원의 행복감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웨어러블 장치를 사용하여 직원의 행복감을 측정하고, 앱을 통해 직원들이 행복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죠. 행복감은 심리적 자본, 심리적 안전감, 경영 목표와의 연계성 차원에서 측정되었습니다. 심리적 자본은 자기 역량에 대한 자신감, 동기 등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내며, 심리적 안전감은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신뢰하고 솔직할 수 있는지, 경영 목표와의 연계성은 자신의 일이 조직의 미래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지와 관련됩니다. 직원의 행복감을 관리하자 직원들의 웰빙과 성과가 개선되었습니다. 직원의 심리적 자본은 33% 증가하였고, 수익은 10%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조직진단 항목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매킨지는 조직건강진단(Organizational Health Index)에 번아웃, 심리적 안전감, 의미감, 커리어 성장, 수용/소속감 등 직원 경험을 측정하는 항목은 새롭게 추가한 반면, 성과 창출을 위해 압박을 가하는 권위적 리더십 항목은 삭제하었다고 합니다. 권위적 리더십이 더 이상 유효한 리더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적 요소에 대한 강조는 100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트렌드’라고 제시한 이 주제들이 전혀 새롭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실패로 끝난 호칭 파괴 시도가 지금은 자리잡은 것처럼 이 주제 자체는 새롭지 않더라도 이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시대 상황은 크게 달라져 있다고 느낍니다. 맨날 전문가들이 말하던, 교과서같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이 주장의 유효성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죠. 물론 생산량, 효율 지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동안 ‘양’에 치중되어 있던 접근을 인적 요소로 확장하고, 측정, 개입 등 실질적인 행동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 소회를 나눈다는 것이 두서없는 글이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에는 정돈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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