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강조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신사업, 마케팅 등 무언가 새롭게 개발하는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의 반복적인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창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학계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칭찬이 창의성을 촉진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현업에서 만난 일부 리더들은 “창의성도 쪼면 다 나오게 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 리더들의 주장은 경험에 기반한 실전 기술일까, 자신이 악질 리더라는 자백일 뿐일까?
팀 창의성에 효과적인 피드백은 무엇일까?
경영학 저널(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는 팀 창의성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실렸다. 연구자들은 피드백의 유형에 따라 팀 창의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팀 창의성에 긍정적인 피드백이 더 효과적인지, 부정적인 피드백이 더 효과적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피드백 효과가 팀의 다양성 수준에 따라 다른지 관심을 가졌다.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동질적인 팀과 TFT, 다기능팀처럼 다양성이 높은 팀에 따라 효과적인 피드백이 다른지, 같은지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피드백이 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설계하였다. 참가자들은 가상의 과제를 부여받는데, 극장 직원으로서 창의적인 극장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팀은 세 명으로 구성되고, 동질적인 팀에는 과제 수행과 관련된 자료가 모두에게 공유되었다. 반면 다양성이 높은 팀에는 참가자에게 예술 감독, 행사 관리자, 재무 관리자 등 차별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자료 일부는 모두에게 공유되었지만, 다른 일부는 특정 역할에만 제공되었다.
[출처: Hoever, Zhou & Knippenberg(2018),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Teams: The Contingent Effects of Positive and Negative Feedback on the Creativity of Informationally Homogeneous and Diverse Team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과제 완성을 위해 총 30분이 주어지고, 과제를 시작한지 10분 후에 중간 산출물을 수거한 후 평점을 매겨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피드백은 조작된 것으로 부정적인 피드백 조건에는 낮은 백분위 순위(참신성 20%, 유용성 30%, 창의성 25%)를 전달하고, 긍정적인 피드백 조건에는 높은 백분위 순위(참신성 70%, 유용성 80%, 창의성 75%)를 전달하였다. 이후 피드백에 따라 과제 수행과 최종 산출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하였다.
팀의 유형에 따라 창의성을 촉진하는 기제는 다르다
동질적인 팀과 다양성이 높은 팀 간에 창의성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팀의 유형에 따라 창의성을 촉진하는 기제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질적인 팀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후 보다 창의적인 운영 계획을 수립하였다. 반면 다양성이 높은 팀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후 더 창의적인 계획을 구축하였다.
[출처: Hoever, Zhou & Knippenberg(2018),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Teams: The Contingent Effects of Positive and Negative Feedback on the Creativity of Informationally Homogeneous and Diverse Team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동질적인 팀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후 아이디어를 더 활발하게 생성하였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은 정보를 정교화하는 활동을 저하시켰다.
다양성이 높은 팀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후 정보를 더 정교화하고, 보다 활발히 아이디어를 생성했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은 오히려 정보 정교화를 감소시켰다.
피드백 자체는 팀 창의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정보 정교화, 아이디어 생성 등 팀의 정보 처리 과정을 통해 팀 창의성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Hoever, Zhou & Knippenberg(2018),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Teams: The Contingent Effects of Positive and Negative Feedback on the Creativity of Informationally Homogeneous and Diverse Team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왜 팀의 유형에 따라 효과적인 피드백이 다른 것일까?
여러 연구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은 전략 수립을 촉진하고, 주어진 과제와 자원에 대해서 보다 꼼꼼하게 따지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에 비추어, 다양성이 높은 팀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자신이 보유한 정보를 보다 주의깊게 따져보고, 더 공유하게 만들어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통합, 정교화되어 창의성이 촉진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피드백은 지금의 수행이 충분하다는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이는 것을 차단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동질적인 팀은 정보, 관점을 공유하기 때문에 새롭게 내놓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피드백은 더 활발한 논의를 촉진시킨다기 보다는“우리가 가진 정보, 아이디어가 좋지 않다”라고 받아들여져 사기저하를 유발하고, 논의, 아이디어 제시 등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은 “잘 하고 있다”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더 활발하게 의견 제시, 즉 확산적 사고를 촉진하여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서두에서 언급한 리더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 리더의 주장은 사실일까, 착각일까? 만약 그 리더가 각 개인이 가진 정보를 더 공유하게 하고, 도출된 대안을 더 꼼꼼하게 평가하도록 “쪼았다면” 그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산출물을 일방적으로 저평가하며 직원들의 효능감을 낮추는 방향으로 “쪼았다면”그것은 그의 착각이었을 것이다.
실험 결과를 조직 상황에 적용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험 장면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은 하나의 정보로 작용하여 더 많은 노력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조직에서 무조건 부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면 직원의 수행을 저평가하는 리더의 성향, 조직의 풍토로 인식되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팀 창의성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적인 피드백 그 자체가 아니라 해당 피드백이 정보 정교화, 아이디어 생성 등 팀의 정보처리 과정을 촉진했기 때문임을 놓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