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면담을 앞둔 리더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일 할 시간도 부족한데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피드백을 남기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준비한 피드백에 대해 팀원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반응하여 당혹스럽게 만들거나, 면담 후 팀원과 불편한 긴장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성과 대상과 도달 수준에 대해 팀장과 팀원은 의견 불일치를 경험하곤 한다. 이러한 불일치를 목표 설정과 업무 수행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경우, 면담은 더욱 어려워진다. 팀장과 팀원은 상대방의 견해를 이해하는 것 보다 자신의 판단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할애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애초 목적인 이해와 수용, 태도 변화가 아니라 더 심한 갈등으로 번지기 쉽상이다. 의견이 부딪히기 마련인 면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건설적으로 대화를 이끌 수 있을까?
경청의 힘
피드백 수용에는 신뢰가 핵심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쌓아 놓은 신뢰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청 연구가인 가이 이츠차코프(Guy Itzchakov)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의견 불일치 상황을 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청을 제안한다. 이들은 “양질의 경청이 의견 충돌 시 분열을 해소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경청이 말하는 사람(화자)으로 하여금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하고, 이로 인해 보다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개방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같은 화자의 진솔함과 자기 개방은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청자)의 경청을 향상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어, 대화의 질과 결과를 향상시킨다.
이처럼 경청으로 야기되는 서로 연결되고 수용되는 느낌은 화자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 보다는 자기 통찰을 촉진한다. 다시 말하면, 비건설적인 의견 불일치 상황에서는 자신의 가치와 세계관이 위협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대화 또한 둘 사이의 입장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하거나 오히려 차이를 더 키운 채 끝나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화자는 마음을 열고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관점도 고려하면서 태도 변화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 변화가 상대방의 설득이 아니라 자기 성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하였다. 양질의 경청은 “주의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요점을 이해하고, 화자에 대한 긍정적인 의도를 유지하는 등 다방면에 걸친 과정”으로, 행동, 이해력, 긍정적 의도로 구성된다.
행동
대화 중에 청자가 화자의 말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반응
- “네”, “아”, “맞아요”, “그렇군요” 와 같은 언어적 반응
- 고객 끄덕이기, 미소 짓기, 눈 맞추기, 표정(예: 놀람, 이해 등)과 같은 비언어적 반응
이해력
청자가 화자의 인지적, 정서적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정도
- 화자의 요점을 명확히 하기 (예: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렵게 느껴졌나요?”,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줄 수 있나요?”)
- 화자의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기 (예: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한 팀원에게]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어려웠군요”)
긍정적 의도
화자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은 태도로 경청
- 따뜻한 목소리 톤, 미소, 열린 자세
- 격려의 말
경청은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가?
연구자들은 의견 불일치 상황에서 경청이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기 위해 논쟁적인 주제를 논의하는 실험을 설계하였다. 그리고 경청 수준에 따라 화자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였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주제를 선별하기 위해 젠더 이슈, 대마초 합법화 등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8가지 이슈에 대해 실험 참가자의 관심도를 측정하였고, 최종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카드’가 논의 주제로 선정되었다.
참가자들은 주제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찬성, 중립, 반대로 표명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얼마나 우호적인지(태도 강도) 평가하였다. 그 후 자신과 반대 입장을 가진 상대방과 온라인으로 10분 동안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험 참가자의 상대방, 즉 청자는 보조 연구원으로 고, 중, 저 품질의 경청 조건에 무작위로 배정되었으며, 고품질 경청을 실행할 수 있도록 15시간 동안 경청 훈련을 받았다.
경청 조건 중 고품질 경청은 행동, 이해력, 긍정적 의도를 보이는 것으로 눈맞춤, 질문, 화자의 발언을 바꾸어 말하기 등의 반응이 표현되었다. 중간 수준은 눈맞춤, 고객 끄덕거림 등의 행동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으며 이해력, 긍정적 의도는 표현되지 않았다. 낮은 수준은 산만하고, 눈을 거의 맞추지 않으며, 찌푸리는 등의 판단적인 행동 반응을 나타내도록 설계되었다.
실험 결과, 고품질 경청 조건의 화자는 중간 품질 경청 조건의 화자보다 자신의 태도 변화를 더 크게 인식했다. 태도 변화는 “이 대화로 인해 예방 접종 카드에 대한 태도가 어느 정도 바뀌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단일 질문으로 측정되었다. 반면, 화자가 청자의 태도를 변화시켰다고 지각하는 정도는 고품질 경청 조건과 중간 품질 조건 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태도 강도에 변화가 있는지 측정하자, 고품질 경청 조건의 화자는 대화를 나눈 후 기존 태도보다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중간 품질 조건의 화자의 경우 유의미한 태도 강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화자에게 “당신의 태도는 청자와 얼마나 유사합니까?”라고 묻자, 고품질 경청 조건의 참가자(화자)들은 중간 품질 경청 조건의 참가자보다 더 높은 ‘태도 유사성 지각’을 보였다.
고품질 경청 조건의 참가자들이 보이는 이러한 태도 변화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러한 변화를 설명해 주는 것이 ‘긍정 공명(Positivity resonance)’과 ‘자기 통찰’이다. 긍정 공명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깊고 의미 있는 연결감을 뜻하며, 자기 통찰은 자기 관점의 강점과 한계,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감정적 경험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 연구자들이 예상한 대로 고품질 경청 조건의 화자는 중간 품질 경청 조건의 화자보다 더 큰 긍정 공명을 경험했으며, 논의 주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자는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청자를 보면서 연결감을 느끼고, 이러한 연결감이 논쟁적인 이슈와 자신의 견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함으로써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내 말을 듣게 하려면 상대에게 ‘내 말을 듣는구나’라는 느낌부터 주어야 한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북풍과 태양’이라는 이솝 우화를 떠올리게 한다. 누가 더 강한지 논쟁을 벌이던 북풍과 태양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기는지에 따라 승부를 정하기로 한다. 북풍은 거센 바람을 불어서 나그네의 외투를 날려버릴 심산이었지만, 바람이 거셀수록 나그네는 옷을 더 꽁꽁 여몄다. 반면, 태양은 따뜻한 햇살을 비추어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게 하였다. 팀원을 납득시키기 위해 냉철한 논리로 상대의 의견을 더 강하게 반박할수록 팀원 또한 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팀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일 때 팀원 또한 팀장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고 대화를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청이 화자의 말에 동의하거나, 좋은 말만 해주거나, 상대를 좋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도 변화를 이끄는 서두에 긍정 공명의 힘이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다시피, ‘나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여 주네’, ‘ 나를 존중해 주네’와 같이 정서적 연결감, 긍정적 감정이 청자로 하여금 마음을 열고 화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고, 자기 성찰을 촉진하여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