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총 5부작으로 매주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오늘은 시작인 1부를 공개합니다.
피드백 전성 시대가 온다 – 오늘도 망설이는 리더를 위한 원리 기반 피드백 레시피
1부. (관점론) 피드백 포기 선언? 두려움을 알면 빛이 보인다
2부. (원리론1) 깨끗한 피드백, BUS 원리만 알아도 피드백은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3부. (원리론2) 효과적 피드백, YES-TAS 원리를 안다면 피드백이 드디어 자산이 된다
4부. (스킬론) 새 관점에 새로 담는 새 피드백 핵심 스킬
5부. (확산론) 개인기를 넘어 피드백 활성 조직으로 디자인하라
이 글은 조직 현장에서, 피드백이 목에 걸려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고 있는 수많은 리더들을 위한 위로와 응원의 글입니다. 더불어, HRer들의 고민을 함께 모색해보는 글이기도 합니다. 현학적이고 남의 집 이야기 같은 심리학 실험 통계를 근거로 기름 덧칠을 하기 보다는, 변화하는 현장 상황에서 리더들이 언제든 응용 가능하도록 쉬운 근본 원리를 찾아보고 매회 마지막에 ‘금방 배워 바로 써먹는’ 금배바써 레시피를 엄선하여 첨부드립니다. 다만, 이 레시피는 본문의 원리를 이해해야만 맛있게 써 먹을 수 있습니다.
몇 달 전 제 앞에 마주했던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연신 말없이 깨물다 결국 주르륵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죄송해요. 유코치님… 저에겐 피드백을 제대로 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네요…” 유망한 스타트업 CEO인 그녀는 오뚝이처럼 강건한 분이었지만, 내부 관리자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왔고, 상처를 주어 왔던 지난 기억들로 끝내 코칭 세션 중에 또 숨이 막히었나 봅니다. 지난 20여년 간, 2천여분이 넘는 현장의 리더 분들과 깊이 있는 코칭과 역량 진단을 할 천운 같은 기회가 저에게 있었고, 가장 많은 분들이 리더십 고충의 이슈로 뽑은 주제는 바로 ‘피드백’이었습니다. 매일 하고 있는 듯 하나 한번 제대로 하기 너무 힘든 듯한 바로 그것. 피드백!
여기 오신 김에 아주 잠깐만 이런 미래를 상상해 보세요. 만약 내일 오후 내(리더)가 어떤 팀원에게 ‘피드백’을 하게 되었는데 왠지 편안하고 뿌듯한 느낌이 샘솟게 된다면? 그리고, 만약 6개월 뒤 우리 부서원들 서로가 시시때때로 피드백을 요청하고, 흔쾌히 주고받는 모습들이 영상으로 찍힌다면?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혹시 그 느낌! 그 영상! 슬슬 욕심 나지 않으세요?
오늘 내가 눈감았던 피드백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절실했던 생명수이다
주고받는 사람들 대부분이 퍽퍽함을 느끼는데, 이 ‘피드백’이란 것이 정말 필요한 건가요? 딱 3가지 질문에 답을 떠올려 보면 명쾌해집니다. ① 살아오면서 나를 정말 성장시킨 요소를 두 가지만 꼽으라면? ② 지구 위에 서 있는 당신, 지구가 둥글게 보이나요? ③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필자가 수많은 리더들에게 들어 현답(정답은 아닐 수 있으나 현명한 답)을 요약해본 바에 의하면 ①번은 ‘직면’과 ‘피드백’ ②번은 ‘아니요. 판에 있는 사람은 절대 그 판을 보지 못합니다.’ ③번은 ‘누구에게도 피드백을 못 받고 있는 사람’ 이었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성장을 위한 깊은 피드백을 나눈 지가, 그리고 타인에게 그런 피드백을 받아 본 지가 언제 인가요? 혹시 나를 위해 피드백 해 주는 사람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음도 알아차리셨나요? 어떤 날 웃으며 진행된 팀 점심 회식, 그때 묻었던 입술 옆 비빔밥 밥풀을 퇴근 후 자기 집 거실 거울 속 에서야 발견한 어느 부서장님의 슬픈 반전 드라마가 꼭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받고 싶어도 주지 않는 생명수, 주고 싶어도 받지 않는 흙탕물. 이게 ‘피드백’의 운명일까요?
그런데, 혹시 느껴지세요? 억눌렸던 그 ‘피드백’이란 놈들이 제 진가 활용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인간들을 향해, ‘피드백 전성시대’라는 깃발 들고 달려와 이미 당신 옆자리에 앉아 당신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음을요.
필자는 특이하게도 일반 리더십 코칭 뿐 아니라, 현장 리더들에게 쓰디쓴 피드백을 바탕으로 하는 ‘피드백 코칭’이란 것을 수많은 분들과 진행해왔고 그 특화된 영역을 한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체계화 시켜왔습니다. 피드백 코칭에는 평가/진단 결과, 승진, 최후통첩 같은 아주 민감한 내용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 전엔 기업 현장에서 피드백과 코칭 문화를 설계하고 문화로서 안착시켰던 경험과 리더 당상자로서 피드백도 꾸준히 접목해왔습니다. 운명처럼, 저의 업이 된 ‘피드백’의 다양한 실천 과정에서 얻은 기본 원리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리 소중한 피드백에 대한 왜곡된 ‘관점’들이 리더와 구성원에게 어떤 고통과 엄청난 비용을 소진하고 있음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세련된 스킬도요.
피드백을 망설이게 하는 진짜 이유 – 내 안의 두려움, 네 안의 두려움
MS사에서도 ‘피드백’이라는 용어가 주는 부담감을, ‘관점(perspective)’라는 용어로 대체해서라도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면 동서를 막론하고 피드백이 어려운가 봅니다. 그러니 절대 자책하지 마세요. 게다가 딱 한가지 관점의 전환으로 편안하고 깨끗한 피드백이 슬슬 가능해지기 시작합니다.
필요성을 느끼지만 멈칫거리게 만드는 이유, 시도는 하지만 서로 부담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킬 부족? 콘텐츠 빈약? 핵심은 바로 내 안의, 그리고 네 안의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은 반드시 필요 이상의 과도한 반응을 수반합니다. 살고자 하는 과도한 면역 반응이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사이토카인 폭풍’처럼 말이죠. 피드백의 본래 목적인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되찾는 절차는 ①내 안의 두려움 정체 및 왜곡성 인지 ②자신의 존재 설정 ③관련 스킬(방법론) 적용 순입니다. ‘리더’의 두려움과, ‘듣는 구성원’의 두려움의 조사결과를 함께 보시죠.
피드백 시 리더 내면의 핵심 두려움은 “내 피드백이 상대에게 먹힐까?” (피드백의 근거나 생각의 차이에 대한 두려움), “내 피드백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의도와 다른 결과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다르게 표현된 듯한 두 두려움들은 결국 “관계가 깨져 내가 ‘나쁜 리더(또는 꼰대)’로 인식되지 않을까?” 라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결국 ‘좋은 리더’로서 자아 실현을 하고 싶고, 구성원에게 기억되고 싶은 욕구가 피드백 과정 속에서 깨지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죠.
피드백 시 리더 앞에 있는 구성원의 핵심 두려움은 “일이 이렇게 된 여러 전후 사정들이 있었는데, 나만 공격당하지 않을까?”(억울함 1), “(게다가) 상사가 그런 왜곡된 시각으로 계속 나를 바라보지 않을까?”(억울함 2)입니다. 구성원의 두려움도 결국 “제대로 인정받아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깨지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며, “그런 눈초리가 지속되지 않을까”라는 ‘억울함’으로의 확산입니다. 리더든 구성원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무리 속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관계가 단절되어 홀로 남겨짐에 대한, 인간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극히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그 두려움입니다.
참 괴상하죠? ‘더 나은 성과를 함께 만들어 가보자’는 피드백의 본래 목적에 맞게 ‘깨끗한 피드백 (clean feedback)’을 행하면 되지만, 시작도 전에 뱀을 만났을 때나 쓰면 좋을 ‘투쟁이냐-도주냐’ 호르몬의 향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피드백 전-중-후의 전 과정에 과도한 민감함과 두려움이라는 강력한 접착제가 온갖 감정과 방어기제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얼룩 때 묻은 피드백(dusty feedback)’으로 변질되게 합니다. 두려움의 정체를 알았다면 두번째 질문은 ‘이 두려움이 과연 거기에 필요한가?’ 입니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서있길래 이토록 두렵단 말인가?
물은 뱀의 목으로 넘어가면 독이 되어 나오고, 소의 목으로 넘어가면 젖이 되어 나옵니다. 피드백을 시도하는 대화를 잠깐 볼까요?
리더: 김과장, 내용을 보니 전체 목차는 잘 잡은 것 같은데… 방안 별 근거가 좀 빈약한 것 같아.
담당자: 네… 팀장님. 사실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2명이 맡았지만 사실 거의 저 혼자서 진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요.
리더: 음… 이전에도 방안별 강약점 비교가 미흡한 것에 대해서 몇 번 말 한 것 같은데…
담당자: 네… 그런데, 팀장님께서 이번 보고서는 초안이니 요점 중심으로 간결하게 써보라고 하셔서…
리더: 아니, 김과장. 아무리 초안이라도 그렇지. 과장급이면 그 정도는 알아서 새겨 듣고…
상호 간에 에너지 흐름이 느껴지시나요? 테니스 코트로 비유를 해봅니다. 아래 그림에 테니스 코트 Ⓐ라는 곳에 피드백을 ‘받으러’온 담당자(회색)가 서 있습니다.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주고 있는’ 당신(리더)은 보통 코트의 위치 ①, ②, ③ 중 어디에 서서 피드백을 ‘주고’ 있나요?
실제 현장 리더분들에게 조사해보면, 리더들의 답변은 80%가 구성원의 반대편인 “①번에 서게 되더라” 였습니다. 두번째 질문은 ‘본래 리더의 위치는 어디일까요?(효과적인 리더의 존재는 무엇일까?)’입니다. 모두들 ③번 위치에서 복식조로 반대편에 있는 이슈들을 ‘함께 해결안을 모색하는 한 팀’이란 ‘우리의 존재’까지도 잘 알고 계십니다. ①번은 ‘리더가 서 있을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결할 문제, 장애요소, 잘 써야 하는 보고서, 경쟁사 등’이 있을 자리입니다. 그런데 리더는 누구를 이기려고 자꾸 반대편인 ①번 자리로 넘어갈까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잘 마르겠다고요? 지표는 바로 상대의 반응입니다. 상대도 ‘억울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지요.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너무 수용적인 모습이 보인다면 나(리더)는 이미 반대편 코트(①번)에 있는 것입니다. 나(리더)도 점차 공격적(논리적 공격, 권위를 통한 공격 등)에너지가 강해져 어느 새 살기 푸른 스매싱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피드백의 목적은 상실되고, ‘상대’를 이기는 데 비싼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습니다. 정작 이겨야 할 저 대상들이 우릴 비웃고 있고, 대화의 내용은 점점 구차해집니다. 자괴감, 불신의 증폭, 특정 단어가 서로 상처가 되어 밤마다 맴도는 현상 등 후유증도 오래가죠. 예상한 두려움을 온전히 경험하며 더 큰 두려움을 얻게 됩니다. 반대편 코트에 주입된 물은 리더의 초기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결국 반드시 독성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리더들이 답변한 나머지 20%는 어이냐고요? ②번 심판석 자리입니다. 이슈에 두발 담그지 않고 지나가던 객처럼 객관적인 판단만 해서 큰 소리로 경고만 주는 그 위치! 위험하죠!
‘피드백’이란 맑은 생명수를 어떤 경로에 흘려 보내며 시작하고 싶나요? 모든 문제는 거기서 분리되어 그 판을 조망하기 전까진 절대 해결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피드백처럼 인간의 내면과 연계된 이슈는 섣부른 스킬학습 보다는 내외면에 대한 ‘조망’이 더 중요합니다.
서로의 두려움이 어떤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는 지 이해하셨다면 다음 2부 원리론1의 글에서는 그 두려움을 쉽게 극복하고 피드백의 본래 목적을 찾아가는 핵심 원리 BUS 모델로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2부: 깨끗한 피드백, BUS 원리만 알아도 피드백은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3부: 효과적 피드백, YES-TAS 원리를 안다면 피드백이 드디어 자산이 된다
이번 글의 <금배바써 레시피>입니다. 현장에서 바로 실행해 보세요!
*본 글에 실린 모든 모델 및 방법론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되므로, 상업적 용도로는 사용이 불가합니다.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고충들이 떠오르고, 또 위로가 되네요. 다음 2부의 해법도 기대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
잘 읽고 갑니다.
“현학을 버리고 원리와 실용을 더함” 이라는 문구에 많은 공감을 느낍니다.
너무 아름다운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