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HR블레틴 스킬 부스트 프로그램

앞에서 이끄는 것이 리더?…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달 애자일 컨설팅 김창준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리더십을 언급하는 한 기사 링크와 함께 “많은 개발자들이 리더십에 대해 갖고 있는 대표적 오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최고 수준이어야지 제대로된 리더가 될 수 있고 팀원들로부터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 때문에 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업무 전문성이 높아야 지원이나 방향 제시도 가능”하지 않냐는 질문에 “리더십이 하는 주된 역할이 direction이라면 업무 전문성이 중요할텐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안해서요”라는 답변이 달렸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이 궁금해서 직접 물어보기로 하였다.

– 애자일 컨설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린다. 애자일 컨설팅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개인이나 기업의 변화를 도와주는 곳이다. 기업의 경우 조직문화의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돕고, 개인의 경우 역량 성장, 개인이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들을 하고 있다.

애자일 컨설팅 블로그에서 ‘나와 주변의 긍정적인 변화’를 화두로 삼고 있다는 설명을 보고,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이것을 위해 어떤 접근을 취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어떤 방식을 통해 변화를 지원하고 있나?

정해진 프로그램은 없다. 조직마다 다르다. 실제로 변화를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조직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하면 같이 목표를 세운 후, 그것을 위해 리더들을 개인 코칭하기도 하고, 목표를 실행하는 팀, 조직이 있으면 그룹 코칭을 하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특정 지식이 필요할 때는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한다. “이렇게 해야 된다” 식의 솔루션은 실제로 변화를 만들지 않고 그것을 제안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하는 편이다.

– 개발자에서 코치로 전환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통상 개발자, 이과는 소프트 스킬이 부족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개발자에서 코치로 전환하신 게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개발자를 하면서 점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로 개발 조직에 들어가서 일을 열심히 해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 프로젝트가 망했다. ‘왜 망했을까?’에 대해 “나는 잘했는데 그 사람들이 잘 못한거야”, “내가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두 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나는 후자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했었다. 지난 행동을 들여다보니 “여기서 여기까지는 내가 하는 일이고 그 외에는 나하고 관련없는 일이니까 신경쓰지 말아야지” 하고 내가 선을 그었더라. 그러고 나니, 프로젝트가 망했을 때 “이건 다 저 사람들 탓이야”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느꼈다. 그 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건 다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점점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내가 다루어야 하는 영역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코치를 하게 되었다.

지난 7월 원티드 애자일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여한 김창준 대표가 애자일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출처: 김창준 대표 페이스북)

– 본론으로 넘어가 보겠다. 페이스북에서 “기술적으로 최고 수준이어야지 제대로 된 리더가 될 수 있고 팀원들로부터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 때문에 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고 하셨다. 그 사례를 공유해 줄 수 있나?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리더는 ‘기술적으로 최고인 사람’이 좋은 리더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팀원들이 난해한 문제를 만났을 때 자기가 “이렇게 해”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 ‘아키텍처 설계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스로 자기 실력을 판단했을 때 ‘가장 뛰어나다’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 리더가 팀원과 회의를 할 때 “설계는 이게 좋을 것 같아”라고 제안했는데 다른 팀원들이 그 안을 안 받아줬다. 그래서 팀장이 “그래도 스케일을 생각할 때 이렇게 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했더니 팀원들이 “그건 오버 엔지니어링이죠”라고 반박했다. 직원들의 반응에 꿍해진 리더는 팀원들을 논리적으로 꺾으려고 집에 와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과연 팀원들이 논리적으로 불충분해서 설득이 안된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여하튼 그 리더는 계속 기술적인 것을 공부했는데 그 목표 자체가 팀원들을 꺾기 위한 것이었다. (‘리더란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다’라고 믿는) 그 사람이 리더십의 권위를 획득하기 위한 방법이 지식이었던 것이다. 리더는 팀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코칭을 하고, 팀원들 사이를 조율하는 등 해야 할 역할이 여러 가지 있는데, 기술적인 지식 획득에만 매달리면서 다른 것들을 점점 더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리더가 공부할수록 팀원들은 기분이 더 상하고, 팀장과의 신뢰가 깨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팀장이 자기들을 계속 무시하는 듯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반대되는 예를 말하겠다. 이것은 해결책에 대한 예시가 될 수 있다. 팀장 한 분이 코칭을 받으러 와서 “팀원들이 수동적”이라고 하더라.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팀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칸반을 도입하고 싶어서 혼자서 3~4주 가량 스터디를 하고, 워크숍을 열어 팀원들에게도 칸반에 대해 알려주었다고 한다. 칸반을 하려면 보드에 글씨도 쓰고, 오려 붙여야 하는데, 워크숍을 한 날 혼자서 야근을 하면서 보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음날 팀원들에게 칸반하자고 했더니 사람들이 자기(팀장)가 없으면 안하고, 하는 시늉만 하더라는 거다. 그 일을 겪고 “팀원들이 수동적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팀원들의 동기를 고려해보자”라고 코칭을 하였다.

그 후 팀장이 회사로 돌아가서 회의 끝에 “요즘 일하면서 서로 소통이 안된다고 느끼지 않냐?”라고 말을 꺼냈다. “우리 서로 도와주는 느낌이 없지 않냐?”라고 이야기를 꺼냈더니, 팀원들이 “맞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서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뭐하는지 모른다.”, “서로 업무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 등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더라는 거다. 그러다가 팀원들끼리 해결책에 대한 브레인스토밍까지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팀장은 (자신이 주도하지 않고) 그냥 옆에서 ‘얼쑤’ 하고 추임새 넣듯이 팀원들의 이야기에 흥만 돋구었다.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팀장이 생각한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팀원들의 아이디어도 시각화쪽이었다. 칸반만큼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칸반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그렇게 아이디어가 모아지자 그날 팀원들이 알아서 야근을 하면서 보드판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다음주부터 자기들이 지키더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자녀에게 피아노를 시킨다고 했을 때 ‘어느 학원이 제대로 가르치나?’보다 ‘어느 학원을 다녀야 중도포기를 덜 할까?’이다. 자녀가 피아노 공부를 실패하는 것은 피아노를 제대로 못 배워서가 아니라 그 학원을 다니는 동기가 떨어져서 발생할 확률이 훨씬 높다. ‘어디가 더 제대로 가르칠까?’보다 ‘어디가 꾸준히 다닐 수 있는 학원일까?’와 같이 동기적인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칸반 사례로 돌아가 보면, 팀원들의 동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가 그것을 고려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초기에 팀장은 칸반하는 방법을 자기가 정확히 이해해서 팀원들에게 잘 전달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실제 변화는 팀원들의 동기를 고취시키면서 시작되었다.

– 전에는 팀장 주도로 자기가 전면에 나서서 주도하려고 했다면, 후에는 팀원들에게 불편을 이야기하게 하고, 해결책을 찾게 하고, 그 방법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을 수용하고 실행하게 한 것 같다. 대표님의 저서 <함께 자라기>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소개된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리더십,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데 자기 의지대로 잘 안되서 푸념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 주변 사람을 탓하는 것으로 답답함을 해소하곤 한다. 이들이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장(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바꿀 수 없다. 주변 사람들을 바꾸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들과 하는 나의 인터랙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인터랙션이 본질적으로 변하려면 결국 나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 남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나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자신이 변해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남을 주어로 놓고 이야기를 한다. 팀장이라면 팀원 “홍대리는 이렇고…”, “박대리는 저렇고…”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화법이, 주어가 ‘남’이 아닌 ‘자신’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고(생각)가 “내가”로 바뀌게 되면, 이 사람의 인터랙션이 바뀌게 된다. 마이크로 인터랙션(일상에서 지나가면서 소소하게 하는 인터랙션들)이 바뀌면 무의식 중에 상대방도 인터랙션 방식을 바꾸게 된다. 이런 것들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상대방이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어 이 사람 변했구나’하고 인식한다. 그러고 그 사람이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당신 변했네요”라고. 그리고 그 때쯤이면 상대도 꽤 변해있을 것이다. 적어도 당신에게 만큼은.

– 리더들이 갖는 “리더라면 업무적으로 이 분야에서 최고이어야 돼”라는 가정이 비효과적인 리더십을 야기하는 것 같다. ‘리더라면 이런 덕목, 스킬이 가장 중요하다’ 혹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한다’ 등 방향을 제안해 줄 수 있나?

EQ로 유명한 대니얼 골먼이 리더십 스타일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리더십 스타일에는 강압적 리더십, 권위적 리더십, 친화적 리더십, 민주적 리더십, 선도적 리더십, 코칭 리더십 여섯 가지가 있는데, 뛰어난 리더일수록 리더십 스타일을 더 다양하게 쓴다고 한다. 효과적인 리더들은 강압적 리더십과 선도적 리더십을 제외하고(이 두가지 리더십 스타일은 조직 성과의 음의 상관성이 있었다) 나머지 4 가지 스타일을 상황에 따라 다 쓰고, 효과가 떨어지는 리더일수록 1~2 스타일만 쓴다고 한다.

말하지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하나만 꼽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여러 가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에 대해 물어봤을 때 “그 리더는 ‘무엇’ 때문에 참 좋아”라고 하나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 리더는 카리스마적이기도, 민주적이기도 하고..” 와 같이 모순되는 것 같지만 다양한 모습에 대한 설명이 나와야 좋은 리더라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변화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를 물어보신 것 같다.

– 리더, 팀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가정이 바뀌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병렬적으로 일어난다. 가정이 바뀌고 다른 것을 한다기 보다는 다른 것을 하는 중에 가정이 바뀌기도 한다. 내가 권하는 것은 작은 거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봐야지”가 큰 거라면, “매주 PM들과 진행하는 회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는 작은 거다. 이처럼 작지만 자주 벌어지는 일에 대해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를 권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나 혼자’ 고민하고, ‘나 혼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과 공유하라. 이를 테면, 회의 생산성에 대해 고민이 있으면, 회의를 끝내고 “내가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매주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하긴 하는데 효과적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같이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리고 변화를 시도할 때 처음부터 난이도가 너무 높은 과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크로스핏을 처음 하는데 강도가 높은 것을 하면 토하게 된다. 그것처럼 조직에서 변화를 시도할 때에도 자기의 수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테면, 징검다리를 건널 때 ‘내가 어떤 돌을 밟아야 다음 돌을 밟기에 유리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사이즈가 작고, 자주 벌어지고, 리스크가 작아 잘못되더라도 큰 피해가 없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애자일 축제에 참여했을 때 수용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우연히 좋은 사람들만 모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고, 그런 환경을 조성했다고 본다. 내 느낌이 맞나?

맞다. 애자일 축제 때 준비위원회에 해당하는 퍼실리테이터들이 10명 정도 있었다. 그런데 축제 마지막날 누가 퍼실리테이터고 아닌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일례로, 축제 중 쉬는 시간 어떤 분이 나에게 “새로운 사람이 왔는데 그 분이 적응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스스로 제안을 하고 본인이 그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분이 퍼실리테이터가 아니더라. 퍼실리테이터도 아니면서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냐 하면, 다른 퍼실리테이터가 하는 행동이 지시적이지 않고 협력을 구하는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이 참가자들에게 기대되는 행동으로 느껴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일어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러가지 장치가 있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두 달 동안 진행될 교육 워크숍의 첫날, 워크숍을 끝내고 퍼실리테이터(워크숍의 도우미 역할) 6명이 강사와 함께 회고 회의를 했다. 워크숍에 대해 “자 우리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했더니 퍼실리테이터 한 분이 “강사에게 묻고 싶다. 나머지 워크숍의 날짜 별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을 했다. 강사가 대답하니 이번에는 “앞으로 워크숍 과제는 계속 이런 형태로 주실 건가?”라고 질문을 하고, 강사가 또 대답을 했다. 이 질문들에 느낌이 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나? 바로 ‘나랑 상대를 구분 짓는 질문’이다. ‘나’는 지시를 받는 사람으로 보고, ‘강사’는 회의에서 정보를 갖고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질문이다.

초반이 그렇게 시작되고 나니 다른 퍼실리테이터들도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우리 의견은 필요 없고, 강사님은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식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되면 퍼실리테이터들은 수동적인 역할만 하게 된다. 강사는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퍼실리테이터들은 강사가 짚어준 것만 수행하는 사람이 된다. 그런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 강사(권위자)를 우리 중의 한 사람으로, 여러명 중 한명으로(one of many) 만들어야지, 그를 특별시민으로 만들면 안된다.

예를 들어, “오늘 몇몇 분이 워크숍 중에 불만을 표시해 주셨네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강사가 “그분들은 기대가 달랐다고 생각하고, 그 분들까지 안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하면 분위기가 싸해지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게 된다. 이 때 “강사님”이라는 호칭이 아니라 이름을 부르며 “길동님은 그렇게 생각하셨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하면 강사의 의견이 ‘여러 개 중 하나’가 된다. 이런 액션을 하면 우리 모두 동등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수동성이 생기지 않는다. 애자일 축제에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썼다. 누군가 자기도 모르게 리더 역할을 하려고 하면 위의 예시처럼 그 영향력을 중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었다.

– 새로운 이야기인 것 같다. 뭔가를 “잘 해봐야지”하는 마음으로 하다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팀 분위기에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의 의견이라도 ‘여러가지 중에 하나’라는 거(one of many), 역할을 구분 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게 바로 ‘함께 자라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가 있다. 회의 과학(science of meeting)이라고 회의를 연구하는 분야가 있다. 회의에서 일어난 대화로 팀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을지 통계분석을 해봤더니 그 팀의 2.5년 후 성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회의에서 ‘요약하기’, ‘의사묻기’와 같이 퍼실리테이터들이 하는 행동(procedual meeting behavior, 절차적 회의 행동)들이 많이 나올수록 팀의 성공 정도가 더 컸다. 더 재미있는 것은 리더, 팀원 간에 절차적 회의 행동의 차이가 적을 때, 즉 리더는 10번, 팀원은 2번이 아니라 구성원 간에 그 차이가 적을수록 팀의 회의 결과와 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직급에 따른 차이없이) 모든 사람이 퍼실리테이터처럼 행동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미이다.


– 이야기를 듣고 보니 리더십에 이 연구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리더들이 좋은 리더가 되고 싶고, 좋은 리더가 되려면 여러 면에서 팀원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의 연구를 적용하면 모두가 리더 역할을 할 때 팀의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

맞다.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이 되는 거다. ‘저 사람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손을 놓게 된다. ‘저 사람’의 판단을 기다리게 된다. 실제로 전문가들을 모아둘수록 협력이 줄어든다. 상대방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함께 자라기> 책에서 ‘전문가 팀이 실패하는 이유’에서 언급하는 연구를 참고하라.

– ‘좋은 리더가 되려고 했던 행동들이 리더에 대한 잘못된 가정으로 인해 팀 효과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가정대로 움직이기 전에 팀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팀원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공감능력과 관련이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예전에 모 통신사에서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때, 콜센터 상담원들의 공감능력을 측정했었는데 고객의 반응을 정반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문제는 공감능력이 낮은 사람들이 실제와는 다르게 자신의 공감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공감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개발될 수 없는 영역이라 느껴져 별다른 노력을 시도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공감능력도 개발이 될까?

그렇다. 공감능력은 심리학에서 비교적 오래된 주제이고, 측정방법도 꽤나 정립되어 있는 상태이다. 연구에 따르면 훈련으로 공감능력 개발이 가능하다. 내가 콜센터 컨설팅을 할 때, 신입 전화상담원들을 무작위로 실험군, 대조군에 배치해 연구를 진행했다. 모두 사전에 공감능력 측정을 받았고, 그 중 실험군은 약 2시간 정도의 공감능력 훈련을 받았다. 반면 대조군은 그 시간 동안 실무 훈련에 투입되었다. 그로부터 3주 후, 두 집단의 공감능력을 측정했을 때 실험군에서 유의미한 점수 향상이 있었다. 그리고 약 6개월 후에는 해당 집단에서만 콜타임(전화상담에 걸리는 평균 시간으로 콜센터 성과측정의 주요지표로 사용됨)이 유의미하게 줄었다. 공감이 빨리 이루어지니까 상담도 효과적으로 빨리 끝났다고 해석했다.

독자들이 간단하게 자신의 공감능력을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소개해드리겠다. 평소 대화에서 내가 질문으로 할만한 것들을 추측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될 대로 되라지 뭐”라고 했다고 하자. 이 때 “뭐가?”라고 물을 것을, 이 친구가 방금 했던 말 이면에 어떤 마음과 생각이 있었을까를 짐작해서 맞건 틀리건 일단 추측으로 말해보는 거다. 예컨대 “요즘 일이 너 원하는 대로 잘 안 풀리나 보다” 이렇게 말이다. 만약 맞다면, 그렇다고 할거고 아니라면 사실은 뭐였는지 알려줄 것이다. 한마디로 피드백이 오는 것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는 시도를 하고 그거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거, 이것이 학습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요것만 평소에 신경을 써도 금세 공감능력이 늘게 될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클래스 101의 <과학적 정보 수집 대화법> 수업을 참고할 수 있겠다.

– 마지막으로 조직에서 리더십을 육성할 때 이것에 초점을 두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나?

긍정적 이탈(The Power of Positive Deviance)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 가난한 나라 아동들의 영양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취한 접근을 살펴보면 어떤 방법을 외부에서 가져와서 적용한 것이 아니라, 그 마을에서 부자는 아닌데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들을 연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은 다 말랐는데 왜 이 아이들은 살이 포동포동하지?” 연구해 봤더니 그 문화권에서는 새우를 안 먹는데 포동포동한 아이 집에서는 새우를 먹이더라는 거다. 그리고 다른 집의 식사 횟수는 1~2번인데, 그 집은 식사 횟수가 6번이었다든가 하는 것들이 관찰되었다. 특별히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아닌데 여러 번 나눠서 먹이더라는 거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을 모아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어머니들을 선생으로 세워, 새우를 잘 갈아서 애들이 먹을 수 있게 요리하는 것 등을 알려줬더니 변화가 생겼다. 그것이 바로 긍정적 이탈이다. 아웃라이어를 찾는 거. 내가 HR에 권하고 싶은 방법은 조직 밖으로 관심을 돌려 강사를 초빙하지 말고 조직 내의 아웃라이어를 먼저 찾으라는 거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군대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우리 조직 안에서 문화가 다른 곳을 찾아보는 거다. “이 팀은 정말 문화가 수평적이다 왜 그럴까?” 조사하면 여러 요소가 있을 텐데, 그 요소들을 실행하고 있는 팀장을 TF에 참여시켜서 같이 고민해야 된다. 그 요소들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 가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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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이상의 관리자들을 만나 보면 ‘리더다움’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받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리더다움의 무게는 김창준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팀원보다 우수해야 된다’, ‘리더라면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이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가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리더들이 자신의 고민을 팀원과 나누는 것을 ‘자신의 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성장 기회를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그리고 리더의 역할을 ‘앞에서 혼자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이끌어 가도록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리더와 구성원 모두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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