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관리의 본래 목적, 즉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원들의 수행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는 프로세스’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OKR, 피드백 중심의 실시간 관리 등 대안적인 성과관리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MBO, BSC, OKR 등 성과관리 프레임워크가 무엇인지든 간에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 설정, 피드백의 중요성 등 조직의 성과관리 기법은 대부분 목표설정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목표설정 이론을 개념화하는 데에 큰 공헌을 한 에드윈 로크(Edwin Locke)의 첫 번째 목표설정 연구가 세상에 나온지도 52년이 넘었다. 목표설정 이론은 50여년이 넘는 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 타당도와 유용성이 지속적으로 검증되었고,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목표설정 이론의 핵심을 짚어보고,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의 힘
목표설정 이론의 원리는 간단하다. 구체적이고 난이도가 높은 목표를 세울 때 더 높은 성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너무 간단한 ‘성과 향상의 원리’때문에 연구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회의적인 태도와 맞서야 했다. 에드윈 로크와 함께 목표 설정 이론을 발전시킨 게리 라담(Gary Latham)은 미국 펄프목재 연합을 컨설팅하면서 일을 잘 하는 직원들은 하루 혹은 일주일 동안 생산할 목재의 양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후 이 발견을 논문으로 발표했을 때 가장 많이 듣었던 질문은 “업무 목표를 세우지 않는 사람도 있나?”이었다고 한다.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가 성과를 높인다라는 연구 결과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가 목표 설정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현재와 대비되는 반응이다.
목표 매커니즘
[출처: Locke, E. A., & Latham, G. P. (2002). Building a practically useful theory of goal setting and task performance. American Psychologist.]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는 어떻게 더 높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일까? 로크와 라담은 방향성, 노력, 지속성, 전략 네 가지가 목표설정의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한다. 첫째, 목표는 특정한 방향으로 주의를 집중시키고 그 방향으로 노력을 쏟게 한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에게 “열심히 일해라, 최선을 다해 일해라”라고 이야기하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업무를 그 때 그 때의 생각에 따라 이것 저것 옮겨가며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A 제품의 판매율을 00%을 높이라’라는 목표를 주면 이와 관련된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둘째, 높은 목표는 노력을 더 기울이게 한다. 사람들은 쉬운 목표는 설렁설렁하게 되지만 어려운 목표에는 도전의식을 느끼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여러 연구에서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는 물질적인 보상이나 칭찬, 인정 등 비물질적인 보상이 없어도 “최선을 다해라”라는 말보다 더 높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셋째, 목표는 지속성, 끈기를 높인다. 우리는 조직에서 높은 목표를 할당받았을 때 “이거 어렵다, 힘들다”라고 하면서도 초반에 포기하지 않고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업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하였다.
넷째, 목표는 전략 수립을 촉진한다. 난이도가 높은 목표라는 것은 평상 시 내가 해오던대로 방식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재 수준과 목표 수준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스킬을 습득하거나,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하게 된다. 반대로 만하면, 만약 목표 달성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성과는 향상되지 않으며,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출처: Alvaro Reyes, Unsplash]
목표가 방향, 노력, 끈기, 전략을 통해 성과 향상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와 성과의 관계는 피드백, 몰입(commitment), 업무 복잡성(요구되는 지식과 스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피드백은 진척도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목표 달성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전략 수립 및 수정, 실행하게 만들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인 목표는 “최선을 다해라” 라고 말하는 것보다도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그러나 장기 목표가 단기 목표와 함께 설정될 때에는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한 조건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 예를 들면, 1년 후의 목표(장기 목표)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 매달 달성해야 하는 목표(단기 목표)를 함께 세울 경우, 단기 목표가 장기 목표 달성도에 대한 피드백으로 작용하여 성과를 더 높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서 목표를 설정할 때에는 최종 목적지인 장기 목표와 더불어 이에 대한 마일스톤이 될 단기 목표를 적절히 설정하여 성과 향상을 촉진하고, 목표에 대한 동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목표가 있다 하더라도 달성에 몰두하지 않으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든지 “하겠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중할 때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몰입, 몰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치(관), 보상, 자기 효능감이라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특정 목표, 한 업무가 자신의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될 때와 같이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부합될 때 해당 목표에 몰입하게 된다. 금전적인 보상이 있을 때 목표에 몰두하게 된다는 것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에 비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부정적인 피드백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더 좋은 전략을 세운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업무 복잡성이다. 업무 복잡성이란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 스킬의 수준을 지칭하는 것으로 업무 복잡성이 높을수록 요구되는 지식, 스킬 수준도 올라가게 된다. 업무 복잡성이 높고 개인이 이를 수행할 지식, 스킬이 부족한 경우 목표 설정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이 업무 전략을 얼마나 잘 수립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이것은 뒷부분에서 다시 다룬다. 이 밖에 상황적 요인도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데, 업무 수행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 제약이나 인력, 자금 등 자원을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
목표설정 이론은 오래된 역사만큼 다양한 연구가 지속되어 왔다. 지금부터는 목표설정 이론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목표 설정에 참여하는 것이 리더에게 할당받는 것보다 성과를 더 증진시킨다?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로크와 라담에 의하면, 목표 할당 시 퉁명스럽게 “이거 해라”가 아니라, 목표의 목적이나 논리를 전달한다면 할당된 목표와 참여적 목표 설정은 성과에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 즉, 중요한 것은 목표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 교환하여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지 ‘참여’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와 조직은 직원들에게 목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고, 직원들이 모호한 것은 스스럼없이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적 목표 설정이 갖는 긍정적인 영향은 없는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참여적 목표 설정은 리더와 직원의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참여적으로 목표를 설정한 리더와 직원은 일에 대해 만족감, 즐거움, 리더·직원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 업무, 프로세스, 사람에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세운 목표가 참여적, 할당된 목표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직관적으로는 자기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일 때 더 높은 성과를 낼 것 같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할당된 목표든, 자기가 설정한 목표든, 그리고 참여적으로 설정한 목표든 목표 난이도, 목표 수용도, 목표 달성,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없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도 자기가 설정한 목표나 할당된 목표 간에 몰입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높은 목표는 성과를 저해시킨다?
로크와 라담에 의하면, 목표 난이도와 노력, 성과는 선형 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즉, 목표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노력을 들이고, 달성하지 못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오직 목표 난이도가 개인의 역량(지식, 스킬) 수준을 능가하거나, 목표에 몰두하지 않을 때 성과가 더이상 높아지지 않거나 감소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성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라고 하는 이유는 아주 높은 목표가 단기적으로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사기저하를 겪거나 승진, 급여 상의 불이익 등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해석하면, 달성 여부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성취한 성과 자체를 인정하고 보상한다면 아주 높은 목표의 부작용은 줄이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을 포함하여 여러 진취적인 스타트업이 그러하듯 말이다.
복잡한 업무에 적합한 목표는 따로 있다?
그렇다. 업무 복잡도가 높은 경우 성과 목표는 오히려 수행을 악화시킨다. 다시 말하면, 신입 사원이나 새로 부임된 리더, 조직의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위해 소집된 TFT처럼 해당 업무에 대한 지식이나 스킬이 부족할 경우에는 구체적이고 높은 성과 목표가 성과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 결과가 아닌 학습에 초점을 둔 목표를 설정하게 하면 성과는 높아진다. 예를 들어, 신입 사원에게 “시장 점유율을 20% 올려라”라는 목표보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0개 이상 수립해라”라고 할 때 “최선을 다해라”나 성과 목표보다 더 높은 수행을 보인다. 학습 목표는 결과 자체보다는 그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지식, 스킬 습득에 집중시키고, 결국 이것이 업무 수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성과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더불어 학습 목표는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좌절을 완충시키기 때문에 몰입을 유지할 수 있다. 학습 목표를 설정할 때에도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 설정은 여전히 유효한데, 이를 테면 전략 1개를 수립하는 것보다 6개 이상 수립하라고 할 때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
목표도 점화(priming)된다?
점화란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되는 정보 처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환경 보호와 관련된 사진을 본 사람이 이후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과 같다. 목표도 점화가 될까? 놀랍게도 그렇다고 한다. 대학교에서 기부금 모집을 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 의하면, 성취와 관련된 사진은 더 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기부금을 얻어냈다. 특히 점화에 사용된 사진이 일하는 사람들과 유사할 때 그 효과는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사진을 이용하여 콜센터 직원들에게 성취를 점화시킨 후 이것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였다. 이 때 맥락 유사성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른지 살펴보기 위해 일반적인 성취 조건으로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러너의 사진을 사용하고, 구체적, 유사한 맥락 조건에는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제시하였다.[출처: Latham, G. P., & Piccolo, R. F. (2012). The effect of context specific versus non-specific subconscious goals on employee performance. Human Resource Management]
연구 결과 성취 맥락은 공장이나 회사 빌딩과 같이 성취와 관련되지 않은 사진 조건보다 더 많은 후원자와 기부금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콜센터 직원 사진이 제시된 조건은 러너 사진이 제시된 조건보다 더 많은 후원자와 기부금을 얻어 내, 구체적, 유사한 성취 맥락이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조직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직 내에서 소통되는 이야기들,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직원들로 하여금 성취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혹은 그 반대로 이끌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목표, 성과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고, 성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팀장들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성과관리이다. 구체적이고 높은 목표, 피드백, 정확한 정보 제공 등 간단하지만 그 효과가 검증된 목표설정 이론의 원리를 활용한다면 팀의 성과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