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HR블레틴 스킬 부스트 프로그램

다면평가 결과에 숨죽여 방황하고 있습니까? – 1부

이 글은 조직의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리더들을 위한 글입니다. 부수적으로, HRer들의 고충과 재모색을 고민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 회사 현장의 리더들 보다 HRer들이 하루라도 먼저 읽는 게 지혜로운 판단일 수 있습니다.

다면평가라는 마녀사냥(?)

“띠링! ‘20xx년도 리더십 다면평가 결과가 도착하였습니다” 김팀장님은 갑작스레 손목터널증후군이 도진 듯 메일을 제대로 클릭도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다가 연초에 끊었던 담배를 서랍 깊숙이에서 주섬주섬 찾기 시작합니다. 귀하의 다면평가 보고서는 안녕하신지요!

“다면평가, 취지는 대충 알겠는데… 사실은 마녀사냥을 받는 느낌입니다” 제가 모 대기업 ‘다면평가 follow up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에 어느 점잖은 상무님이 던진 멘트입니다. ‘마녀사냥’… 과격한 표현인가요? 제가 다면평가 피드백 코칭, 후속 워크숍을 적지 않게 진행하면서 당시 참가한 리더들에게 직접 들었던 다면평가와 관련된 솔직한 감정들은 그 ‘마녀사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목소리들을 요약해보면, 불신, 혼란, 억울함, (애써)무관심으로 정리가 됩니다.

신체 증상도 비슷하더군요. ‘불면’. 일괄 송부된 다면평가 결과는 마치 성실히 살아가는 섬 주민들에게 사용법이나 주의사항 없이 다짜고짜 이글거리는 횃불을 던져준 것과 같습니다. 눈치껏 알아서 잘 활용해보라는 듯이…

*다면평가
다면평가는 상사가 부하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원천(본인, 동료, 상사, 부하, 고객 등)으로부터 피평가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피드백 해 주는 일련의 과정(Process)을 의미함. 보통 피평가자의 업적, 역량에 대한 다양하고 생생한 평가 정보를 얻어 인사관리에 활용하거나 자기인식 및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시작하기 전에 분명한 것 하나를 나눕니다. 현장의 리더분들이여! 지금까지 참 잘해왔습니다! 걱정마세요. 다행히 이 글은 당신을 또 질책하려는 글이 아니라, 당신의 길을 도우려는 글입니다.

남들이 우리를 보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볼 수만 있다면!

“요즘에는 우리 회사의 꽤 많은 팀장들이 본인평가 점수를 스스로 아예 낮게 줘버립니다. 자기인식 안된다는 평가보다는 겸손하다는 평가가 낫지요. 그게 회사에서 원하는 것 아닌가요?” 역시 실제로 나온 목소리입니다. 제도가 리더들을 ‘참 겸손하게’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1980년대 ‘360-degree feedback’이란 용어로 모 컨설팅사에 의해 상표등록된 다면평가는 초기 이름에서 보이듯이 그 목적과 본질이 ‘피드백’ 도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18세기 시인 로버트 번즈가 화두를 던집니다. ‘아, 우리는 얼마나 큰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인가? 남들이 우리를 보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볼 수만 있다면!”. 적절한 피드백은 모든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니, 피드백이 없는 성장은 존재할 수가 없지요. 다면평가는 분명 한계점이 있지만, 생생한 피드백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도구입니다.

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그러나 국내 다면평가의 이면을 살펴보면, 암묵적인 공통점이 있지요. ① 자기인식을 강제로라도 시키기 위한 질책형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 ② ‘도구 도입’이라는 초기단계에 그대로 멈춰 있다는 점입니다.

다면평가가 리더들에게 주는 뉘앙스는 “타인과 당신 본인 점수 gap이 큰 거 확인하셨죠? 정신 차리세요. 그리고 어떻게 좀 해보세요!”라는 질책성 느낌이라 걸 공감할 겁니다. 문제는 회사에서 딱 그 ‘공포 분위기 조성’까지만 제공하고 만다는 것이지요.

다면평가에 이어서 평가결과 이면의 해석방법과 그 평가도구를 통해 본인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맞춤형 리더십 전략’을 수립하게 돕는 후속 과정을 제공하는 곳은 매우 적습니다. 실제로 ‘2019년 공무원 다면평가 운영 매뉴얼’에 의하면, 공공부처의 다면진단의 경우, 시행기관의 약 50%는 평가 결과 조차도 개인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리더들 입장에서는 “어쩌라고?” 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합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제도의 주요 고객인 팀원들에게는 피로감과 ‘변화없음’에 대한 절망감만 안겨줍니다.

하지만 다면평가는 회사에서 절대 버리지 못할 카드입니다. 일방향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사관리 상 활용할 정보까지 주기 때문이죠. 게다가 눈치보지 않고 자기 느낀 바를 거침없이 피력하는 솔직한 시대까지 도래했으니 더 의미 있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평가는 확대되고 있지만 후속 프로그램의 빈약으로 인해 꼬리(도구)가 몸통(리더십의 상향평준화)을 흔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점점 더 세게…! 이러한 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은 3단계로 볼 수 있겠지요.

  • 1단계: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취지(영혼)의 증발 후 도구만 남아있는 단계
  • 2단계: 도구는 점차 세련되나 후속 프로그램 방치로 부작용과 왜곡이 점차 심화되는 단계
  • 3단계: 그 상황에 모두들 백기를 들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암울한 문화로 정착된 단계

우리 회사는 몇 단계에 있나요?

다면평가를 어떤 의미로 만들어야 할까?

지금까지 다면평가는 당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존재였나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하지요. 이제는 몸통이 꼬리를 제대로 흔들어 보세요! 그것의 접근 관점의 핵심은 ‘관조: 평가결과를 멀리서 바라보기’와 ‘신호의 자산화: 입맛에 맞게 자산으로 요리해서 적립하기’입니다. 이렇게 보면 쉬워지고 편해집니다.

당신이란 존재는 450층짜리 초고층 빌딩입니다. 다면평가는 그 중의 한 층을 통창을 통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본 것입니다. 보긴 했지만 당신이란 거대한 존재를 감히 다 보지 못한거죠. 다만, 그 층은 중요한 층이어서 이 평가는 의미가 있습니다. 리더인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에 ‘효과적’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신호를 줍니다. 결과를 보고 암울해하기 보다는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이 ‘신호’는 어떤 신호일까? 내가 가려는 길에 ‘효과적’이라는 걸까? 어떻게 내 ‘자산’으로 삼지?”

많은 분들이 예상치 못한 평가를 받고 나면, 이런 심리상태를 거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S(Shock, 충격 : 뭐야! 이건!) → A(Anger, 분노 : 어떤 XX가 이런 평가를 했어!) → R(Rejection, 부정 :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 A(Avoid, 회피 : 이번 결과는 보지도 않았어..) → H(Hurt, 상처 : 어떤 X인지 찾고 말겠어! 난 리더 자질이 없나봐..)

하지만 ‘자산화의 관점’을 찾은 리더는 같은 SARAH여도 맨 뒤 AH에서 의미가 달라집니다. 앞의 SAR은 똑같이 진행되다가도, A(Acceptance : 아, 팀원들이 이렇게 인식하고 있군. 무슨 신호일까?) → H(Hope : 효과성을 위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라(SARAH)가 ‘살아’가 되는 순간이죠.

[다면평가는 나(리더)의 목표로 가는 과정의 효과성에 대한 중요한 신호를 얻을 절호의 기회를 준다. 그 가치는 리더의 ‘신호 자산화’ 여부에 달려있다]

다면평가 이해하기

리더들이여! 겁내지 마세요. 다면평가는 한계가 내재된 (꼬리에 지나지 않는) 평가 도구입니다. 평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①명확한 평정 기준 ②훈련된 평가자 ③평가자의 사명감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의 다면평가는 전혀 훈련되지 않은 평가자들이 큰 책임감 없이, 느낌과 직관으로 빨리 끝내야 할 숙제처럼 진행합니다. 이쯤 되면 당장 내다버릴 평가도구로 들리지만 다면평가는 옳고 그름의 평가가 아니라,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리더에 대해 그렇게 인식하고 있음’을 정보로 확보하는 용도이므로, 그 나름대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리더와 구성원 간의 인식의 Gap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 일단 안심하세요. 그 필연적 gap의 원인은 이렇습니다. ①KEL의 법칙(상사와의 심리적 거리는 직급차의 제곱에 해당된다) : 무두절(리더 없는 날) 1일은 1주일 휴가와 맞먹는다. 리더십 역량과 상관없음) ②정보 비대칭: 업무 맥락에 대한 리더의 정보와 구성원의 정보는 크게 다르며 판단 기준도 달라짐 ③직원들은 자기 성향대로 동일한 상사를 달리 판단함(신중한 상사 vs 의사결정 느린 상사) ④리더는 구상에서 결정단계까지 맥락속에서 본인을 이해하지만, 구성원은 상사의 최종 표현에 의해서 판단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자기 인식 수준이 높은 리더가 성과가 높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29개국, 1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헤이그룹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기인식 수준이 높은 리더의 92%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대 30% 성과를 더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옳고 그름이나 멋지고 안 멋지고 관점으로 보는 순간 경직되고 위험 해집니다. 리더십의 수많은 이론을 종합해보면 결국 ① 효과성,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에 효과적인가? ② 지속가능성, 내가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 스타일인가? 딱 2가지로 귀결된다고 봅니다. 눈치보지 말고 나만의 리더십 전략을 찾아보세요. 다면평가란 놈을 잘 이용 하면서요.

영화 wag the dog에서는 ”개가 왜 꼬리를 흔드는 걸까?” “그것은 개가 꼬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당연히 우리가 꼬리(다면평가)를 흔들어 활용해야 겠지요. 참고로 강아지 꼬리의 진짜 기능을 알면 조금 더 의욕이 생길 겁니다. 강아지는 꼬리가 왜 있을까요? 그것은 ‘소통’(자신의 감정 표현 – 흥분, 경계, 공격, 불안, 공포 등)과 ‘균형’(달릴 때 속도 조절, 방향 선회 등)입니다. 강아지는 그 놈의 조그만 꼬리 덕분에 세련된 상호작용과 상황에 맞는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1부를 마치며, 고생하시는 HRer 분들에게도 딱 한가지 명언을 나눕니다. ‘제도를 사랑하지 말라’ 다음 편엔 ‘다면평가 보고서 해석 비법’에 대해 나누어 볼까요?

2부: 이것은 나에게 무슨 신호일까? – 다면평가 보고서 해석비법
3부: 몸통이 꼬리를 제대로 흔들려면 – 성찰을 넘어 리더십 전략으로

유성현 | Contributor
유성현 | Contributor
intoBe 리더십 디자인 그룹 대표 |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리더십에 '원리와 실용'을 더합니다. 현학을 버리고, 어느 누구나 '본질을 쉽게 실천'할 수 있게 조직과 당신의 '발견과 선택과 지음'의 과정을 돕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