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조직변화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 구조를 수평적으로 재설계하고 성과관리를 평가 중심에서 코칭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일하는 방식에 있어 크고 작은 변화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고 코로나로 인해 애초 계획에도 없던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또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서둘러 협업 도구를 도입한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변화를 실행한 조직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까? 애석하게도 한 조사에 따르면 조직변화의 성공률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 컨설팅 업체인 CEB가 전세계 CHRO(100여명)와 조직원(6,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직변화가 성공했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조직변화가 실패로 이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구성원들의 준비 부족과 저항이 조직변화의 성공을 가로막았을까? 적어도 이 조사에서 만큼은 구성원들의 역량, 의지는 실패 원인과 관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부분의 구성원들(83%)은 변화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스킬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고 있었고, 조직변화에 대해서도 지지적인 태도(74%)를 보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오픈소스 변화가 필요하다
CEB는 조직변화가 실패하는 원인으로 하향식(top down) 접근을 지적한다. 그리고 조직변화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픈소스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여 누구나 이를 활용하여 2차 가공물을 생성, 수정, 배포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모델을 말한다. 투명성과 참여가 특징인 오픈소스 모델은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이 활용되고, 지속적인 개선,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개방성과 참여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오픈소스 모델의 원리를 조직변화에 적용하자는 것이 바로 오픈소스 변화이다. 오픈소스 변화는 전략 결정에 구성원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구성원들이 직접 실행 계획을 수립하게 하며, 하향식의 일방향적인 소통이 아니라 양방향적인 대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오픈소스 변화는 기존의 하향적 접근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 조직변화의 성공률은 평균(34%)대비 24% 더 높은 58%이며, 실행 시간은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원몰입과 재직의도는 더 높이는 반면, 변화에 대한 저항은 낮춰주었다.
[출처: CEB, Making change management work]
구성원들이 변화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오픈소스 접근은 변화 전략의 이해와 공유에도 효과적이다. 하향식 변화를 추진하는 경우 조직장(51%)에서 중간관리자, 주니어급 사원(20%)으로 위계가 낮아질수록 전략에 대한 이해도 또한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오픈소스 접근을 취한 경우, 조직장(63%)에서 주니어급 사원(60%)까지 변화 전략에 대한 이해도는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CEB는 구성원을 조직변화에 참여시킬 때에는 비전을 정립하기 전부터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모든 구성원을 참여시키기 보다는 전문성과 변화에 대한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참여를 차별화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출처: CEB, Making change management work]
대량생산과 효율에 최적화된 위계적인 조직 하에서 ‘더 빠르게 혁신하고,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은 손,발을 묶어놓고 빨리 뛰라는 요구와 같다.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고 스스로 진화해 나가는 팀이 되길 바란다면 조직의 방향 설정 단계에서부터 구성원들을 참여시켜 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추진 과제를 계획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조직변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