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의 잠재력 발견과 개발

리더십 프로그램

조직문화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한 전통 기업의 임원은 “우리도 스타트업처럼, 애자일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성, 안전을 추구하기 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여 실험하고 혁신하여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문화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되고 싶은 모습’을 명확히 하고 ‘현재 모습’은 어떠한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효과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조직의 문화가 ‘이렇다’라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진단 모델이다. 진단 모델은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라 봐야 하는지,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안내해 준다.

조직문화 프로파일(Organizational Culture Profile, OCP)

조직문화 프로파일을 개발한 찰스 오라일리(Charles A. O’Reilly III), 제니퍼 채트먼 (Jennifer Chatman), 데이빗 콜드웰 (David F. Caldwell)은 개인의 가치와 조직의 문화가 일치(Person-Culture Fit)할 때 몰입도, 만족도, 낮은 이직 의도 등 구성원의 업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가정하였다. 이들은 조직문화를 한 조직에 널리 퍼진 가치로 보고, 개인과 조직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였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개인과 조직이 지닌 가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여러 특성을 조사하고 일반성, 변별 가능성, 가독성, 비중복성 4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유연성’, ‘적응력’, 안정성’ 등 총 54개의 가치 특성을 도출하였다.

  • 일반성(generality): 산업, 규모, 구성과 상관없이 모든 유형의 조직과 관련이 있어야 함
  • 변별 가능성(discriminability): 모든 조직에서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됨
  • 가독성(readability): 공통적으로 공유된 의미를 갖는 것이 용이할 수 있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함
  • 비중복성(nonredundancy): 각 특성은 서로 대체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한 의미를 가져야 합

OCP는 응답자에게 54개의 가치를 ‘가장 특징적이지 않은 것’부터 ‘가장 특징적인 것’까지 9개의 범주에 지정된 수 만큼 배치하게 한다. 이 같은 강제 배분 방식은 그 조직에서 우세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다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OCP는 조직의 주요 가치를 확인하고 채용, 온보딩, 교육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 변화와 관련하여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조직문화를 가꾸고, 변화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은 없을까? 조직 변화를 염두에 두고 문화를 보다 다각적으로 설명하는 경쟁 가치 모형을 소개한다.

경쟁 가치 프레임워크(Competing Values Framework)

경쟁가치 모형은 로버트 퀸(Robert E. Quinn)과 킴 캐머런(Kim S. Cameron)에 의해 개발되었다. “뛰어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중요한 경쟁 우위, 모두가 성공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바로 조직문화”라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조직 효과성의 핵심 요소로서 조직문화에 접근한다.

이들은 “조직이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은 무엇인가? 조직의 효과성을 정의하는 주요 요인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조직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때 어떤 지표를 염두에 두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연구에 착수했다. 조직이 가지고 있는 효과성에 대한 가정, 가치, 대응 방식이 조직문화로 구현된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조직 효과성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39개의 지표를 통계 분석하여 보다 간결하게 조직문화 유형을 진단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였다. 이 프레임워크는 ‘유연성과 재량↔안정성과 통제’, ‘내부 초점과 통합 ↔외부 초점과 차별화’ 두 개의 차원을 기반으로 네 개의 조직문화 유형을 정의하는데, 각 사분면의 대각선은 서로 경쟁하는, 반대되는 가치가 위치한다고 하여 경쟁 가치 모형이라 이름지었다.

애드호크라시 문화(The Adhocracy Culture)

사전적으로 애드호크(ad hoc)는 ‘특정 목적이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거나 발생하는 것, 발생하기 전에 계획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이 이 유형의 조직들이 “중앙집권적인 권력이나 권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유연하게 팀을 구성하고 목적을 달성하면 해산”하는 점에 착안해서 애드호크라시 문화라고 지칭하였다.

애드호크라시 문화는 유연성과 재량, 외부 초점과 차별화에 초점을 둔다. 이 유형은 창조를 지향하며 적응력, 유연성, 창의성을 중요시한다. 이들은 혁신, 비전, 새로운 자원이 조직에 성공을 가져온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새로운 틈새 시장을 만들며, 기업가 정신을 통해 프로세스를 향상하여 가치를 생산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다. 성공적인 애드호크라시 문화를 갖춘 조직은 보다 빠르게 성공하기 위해 실험, 실수로부터 배우기, 빠르게 실패하기를 추구하며, 불연속성, 변화, 위기에 잘 대처한다.

애드호크라시 문화에서 탁월한 리더란 혁신가, 기업가, 선지자 유형으로 미래 비전을 창조하는 데 탁월하고,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애드호크라시 문화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요구하는 격변의 환경에서 가장 잘 성과를 낸다.

공동체 문화(The Clan Culture)

공동체 문화는 유연성과 재량, 내부 초점과 통합에 초점을 둔다. 이 유형은 협력을 지향하며 팀워크, 참여, 합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구성원 개발, 참여, 팀워크가 조직의 성공을 이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조직의 인적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이들은 조직의 가치, 규범, 기대치를 명확히 하고 강화하며, 구성원과 다기능 팀을 개발하고, 근속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실행, 팀워크와 분권화된 의사 결정을 촉진할 수 있는 활동들을 추진한다.

공동체 문화는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직에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며, 조력자, 멘토, 팀 개발자 같은 유형이 탁월한 리더로 평가된다. 이러한 리더들은 구성원들 간 공유된 목적의식, 상호 기여, 공동체 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구성원들에게 갈등과 긴장에서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조성한다. 공동체 문화의 구성원들은 다른 유형의 조직보다 조직과 팀에 더 충실하고, 만족도와 헌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계 문화(The Hierarchy Culture)

위계 문화는 안정성과 통제, 내부 초점과 통합에 초점을 둔다. 이 유형은 통제를 지향하고 안정성, 예측 가능성, 효율성을 중요시 한다. 이들은 능률적인 프로세스를 통한 통제과 효율이 조직에 성공을 가져온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품질 향상, 비용 및 생산성 개선, 제조 시간 단축, 효율성 향상 조치 등 효율성 개선과 생산비 절감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이 유형은 표준화된 절차와 규칙, 균일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접근은 오류를 제거하고 산출물의 규칙성과 일관성을 높여 준다.

위계 문화에서 성과를 내는 리더는 조정자, 감독자, 조직자로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고,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분석에 정확성을 기한다. 이들의 역량은 세부 사항을 추적하고 정보 통제 및 기술적 전문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문서화, 정보 관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위계 문화는 의료, 군대 등 실패가 허용되지 않거나 규제가 엄격한 분야 혹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한다.

시장 문화(The Market Culture)

시장 문화는 안정성과 통제, 외부 초점과 차별화에 초점을 둔다. 경쟁을 지향하는 이 유형은 경쟁에서 앞서고 시장을 선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고객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조직에 성공을 가져온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매출, 예산 목표 달성, 수익성 증가를 성공 기준으로 삼고 단기 수익성 창출을 주요 목표로 한다.

시장 문화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조직은 경쟁적 지위 확보에 집중하며,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필수적인 만큼 빠른 대응과 행동 속도를 보인다. 문화 유형과 기업 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시장 지향성이 강한 조직은 다른 유형의 문화에 비해 운영 및 재무 성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문화에서 높게 평가받는 리더는 강력한 추진자, 경쟁자, 생산자로 노력이 아닌 결과로 성과를 판단한다. 이들은 구성원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지시적, 경쟁적이며, 높은 성취 지향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 문화는 다양한 전략 과제를 관리해야 하거나 재무적 파트너십, 기업 인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한다. 투자자 혹은 주주들의 강력한 성과 압박은 기업이 시장 문화를 갖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퀸과 캐머런은 조직문화를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문화를 가정, 가치, 전략, 리더십 측면에서 설명하기 때문에 조직 혹은 HR담당자가 조직의 문화 유형을 진단하고, 각 구성 요소 간의 정렬도, 문화적 강점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직 생애 주기에 따른 문화 유형

보통 조직문화는 조직 생애 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조직 생애 초기에는 공식적인 정책과 구조가 거의 없으며, 기업가 정신이 특징인 애드호크라시 문화가 지배적인 경향이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강력하고 비전을 가진 한 명의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가족적인 분위기, 강한 소속감, 조직 동일시를 특징으로 하는 공동체 문화로 전환한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 직원들이 똘똘 뭉쳐 조직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조직이 더 커지면 절차, 시스템 등 체계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위계 문화로 전환한다. 응집력, 참여가 특징인 공동체 문화에서 위계 문화로의 전환은 “더 이상 가족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와 같이 직원들로부터 조직 변화에 대한 강한 저항과 불만을 야기하게 된다. 조직이 더 성장할수록 경쟁력, 성과 달성에 대한 압박 또한 높아지고 자연스레 시장 문화로 이동하게 된다.

경쟁 가치 모형에 기반하여 개발된 조직문화 진단 도구(Organizational Culture Assessment Instrument, OCAI)는 “우리 조직은 매우 인간적이며, 가족적인 분위기이다”와 같이 조직문화 특성을 설명하는 문항을 제시하고 현재 수준과 지향 수준을 평가하게 한다. 현재 수준과 바람직한 수준 간의 차이를 확인하고,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유형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할지 탐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떤 유형의 문화가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다. 단, 외부 환경의 요구를 잘 대응하게 하고, 조직이 추구하는 것대로 구성원에게도 동일하게 인식되며,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가정, 가치, 대응 양식, 리더십 등이 정렬될 때 문화가 강력하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처럼 강력한 문화는 목표에 대한 명확성, 구성원 간의 응집력을 높임으로써 조직 성과를 향상시킨다.

지향하는 조직문화를 확인한 후에는 그것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즉,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혹은 설계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봉착하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조직 설계 모델을 소개한다.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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