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블레틴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기민한(agile) 조직에 대해 4회에 걸쳐 조명한다. 1부에서는 기민한 조직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살펴보고, 2부, 3부에서는 기민한 조직을 만드는데 주로 참조되는 애자일 방법론, 스크럼(scrum)과 린스타트업(lean startup)에 대해 탐색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애자일 기법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핵심 요건 및 유의 사항에 대해 논의한다.
* agile이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의미로 쓰일 때에는 ‘기민성’, ‘기민한’으로 표현하고, 하나의 방법론으로 언급될 때는 ‘애자일’로 칭함
조직과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애자일, 기민한 조직은 더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기업들은 애자일 기법이 약속하는 더 높은 생산성, 직원 몰입, 혁신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자일 기법을 조직 일부 또는 전체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2016 글로벌 인적자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92%는 조직 설계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기며, 실제 재설계 중인 조직도 45%에 달했다. 기업들은 보다 기민하고, 고객 중심적인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의 위계적, 기능 조직 모델에서 상호 연계되고 유연한 팀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애자일 기법이 전통적인 방식보다 더 좋은 성과를 약속하지만 모든 기업이 약속된 그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자일 비전 실현을 어렵게 하는 것은 첫째, 도입 범위, 세부적인 운영 방안 등 자신의 조직에 적합한 적용 방법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순조롭게 도입했다 하더라도 뿌리 깊은 관료주의,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오히려 혼란, 불만이 야기되기도 한다.
애자일은 어떤 조직에 필요한가?
스크럼의 창시자인 제프 서덜랜드는 모든 부서를 애자일 팀으로 조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일부 부서의 업무 활동은 애자일 방식과 잘 맞지 않는다고까지 한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애자일이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최고의 기법이라기 보다는 여러 방법론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애자일 기법이 성과 창출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환경, 조직에는 이 기법을 도입하는 것은 좋은 의사결정이지만, 이미 효과적인 운영 기법을 가지고 있는 조직까지 유행을 따르듯 무조건적으로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자기 조직에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방법론을 찾고, 적용하는 것이다.
“애자일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복잡하고, 변화가 잦고, 불활실성이 높은 상황일 때
성과를 촉진한다”
그렇다면 애자일 기법은 어떤 상황에 유용할까? 애자일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복잡하고, 변화가 잦고, 불활실성이 높은 상황일 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르게 말하면, 일상적, 반복적 업무를 수행하거나 무엇을 해야 하지 명료하고, 변화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애자일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애자일 기법이 효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애자일의 작동 원리를 중심으로 방해 요인 및 개선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애자일 팀은 권한위임을 받은 자율 관리팀이다. 애자일 팀들은 과업 목표를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자율 조직이다. 리더는 팀에게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주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위계적인 조직과 비교하여 지시, 승인의 단계가 축소되고, 업무 실행 속도와 직원 몰입이 향상된다.
하지만 애자일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리더들은 하향식 관리를 고수한다. 여전히 계획과 지시를 통해 세부사항까지 관리하는 것이다. 애자일 조직에서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은 제품 책임자나 스크럼 마스터와 같다. 즉, 비전과 목적을 전파하고, 고객 가치 증진을 위해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고, 팀 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 자원 제공, 장애물 제거 등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애자일 팀의 성과는 유효한 학습으로 측정된다. 애자일은 불확실성 속에서 예측도를 높이기 위해 조사, 분석에 애쓰기 보다는 직접 부딪혀 실질적인 결과를 빨리 얻는것을 목표로 한다. 빠른 실험과 학습을 통해 좌표를 교정하여 목표점에 더 빠르게 도달하는 것을 더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실험한다는 것은 알려진게 많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하면, 즉각적인 성과를 얻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실패로 인식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습을 통해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따라서 목표 추구 과정에서 실패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유효한 학습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닌 성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일부 리더는 애자일 팀이 즉각적으로 수익을 내기를 기대한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결과를 재무 지표 기반으로 평가한다. 리더들의 이러한 행동은 애자일 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주도, 몰입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갖는다. 이는 자연스레 애자일 도입을 통해 기대했던 혁신을 억압하고 침제된 조직을 만들게 된다.
리더들은 관리자 보다는 벤처캐피탈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 매 프로젝트의 결과를 재무적 결과가 아닌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자일 팀들이 서있는 위치를 확인하여 성공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단순히 정량 지표가 아닌 성장 가능성에 따라 더 투자해야 하는지, 자금 투입을 중단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애자일 도입을 위한 준비
조직에 애자일 기법을 도입할 때에는 애자일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시 말하면, 한 번에 애자일 방식을 전체 조직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부서에 적용하여, 실험과 학습을 통해 기법을 개선해 나가고, 성과를 평가하여 방향전환 또는 확대 적용을 선택해 나가는 것이다.
애자일 팀을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서덜랜드는 애자일 팀이 애자일 팀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출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애자일 팀으로 기능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은 다음 점검 사항을 충족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Agile at scale, Harvard business review]
일찍이 애자일 기법을 도입한 인튜이트는 이것이 운영 표준으로 자리잡기까지 4년이 소요되었다고 밝혔다. 도입 초기, 하향식 접근을 통해 도입을 이끌었던 인튜이트는 조직 변환에 실패하였는데, 다음 교훈을 얻고, 실천한 후에 변화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 반대론자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조기 수용자(early adopters)를 공략해라
- 소규모의 안정적인 자율 관리 팀을 구축하여, 업무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의 수행에 책임지게 해라
- 애자일 방식으로 모든 계층의 리더들을 신속하게 훈련시켜라. 애자일 팀의 자율 관리는 전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 일선 현장과 중간관리자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어라. 그들이 조직원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에서 코칭, 지지하는 섬김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하는 것으로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굳건하게 밀고 나가라. 애자일 변화가 하향식 접근보다 더 빠르긴 하지만, 조직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전히 끈기가 필요하다
애자일 도입의 성공을 보장하는 단 하나의 만능 접근법은 없을 것이다. 애자일 방식을 적용하길 원하는 조직들은 애자일 방법론의 원리처럼 큰 계획을 모듈화하고, 실험, 학습을 통해 조직에 적합한 방식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3부: 애자일 방법론 ② : 린스타트업(lean start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