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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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 본 사람이 공감도 더 잘 할까?

우리는 보통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더 잘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또한 내가 지금 겪고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으니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할 거야”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유사한 경험이 공감을 더 높이는지 여러 실험을 통해 확인하였다. 첫 번째 실험은 얼음물 수영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얼음물 수영 행사에 참가했지만 추위로 인해 결국 물 속에 들어가지 않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게 하였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느끼는 공감(compassion), 경멸(contempt) 등 감정을 평가하게 하였다.

경험이 없을 때 더 잘 공감할 수 있다

실험 참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졌는데, 한 그룹은 얼음물 수영을 하기 전에 실험(감정 측정)에 참여하였고, 다른 그룹은 얼음물 행사가 끝난 일주일 후에 실험에 참여하였다. 얼음물 수영에 대한 경험 유무가 공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랐다. 얼음물 수영을 한 후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얼음물 수영 전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보다 시나리오 속 인물에 대해 더 낮은 공감과 더 높은 경멸을 보였다. 얼음물 수영을 경험하기 전에는 “추우니까 포기할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지만, 얼음물 수영을 직접 경험하고 난 이후에는 “그걸 못하고 포기하나?”라고 생각하듯 얼음물 수영을 포기한 인물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은 어려움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연구자들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을 설계한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려움을 낮게 평가한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실직 경험에 따라 실직의 어려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실직자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살펴보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 졌는데, 첫 번째 그룹은 비자발적으로 퇴사하게 되어 현재 구직 중인 사람들이었다. 두 번째 그룹은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여 현재는 재직 중인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세 번째는 첫 번째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는, 퇴사로 인해 구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실험 참가자들은 구직자의 이야기가 담긴 시나리오를 읽고 해당 인물에 대한 감정을 평가하게 하였다. 시나리오는 구직 활동을 하지만 번번히 거절당하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고통스러운 구직 활동을 견디지 못하고 불법 약물을 팔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괴로웠던 구직 활동을 끝내고 불법 약물을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시나리오를 읽은 실험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실직 경험이 있지만 현재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구직 중이거나 실직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시나리오 속 인물이 겪는 어려움을 과소평가하였고, 더 낮은 공감을 보였다.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은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모르는 것처럼 어려움에 대한 기억은 다 잊어버리는 걸까? 그래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공감할 수 없는 것일까? 다른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학생들에게 어떻게 느끼는지 살펴보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으로 구분되었다. 시나리오는 괴롭힘에 대처하는 각기 다른 모습이 묘사되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 속 인물은 지속적으로 괴롭힘 당하던 어느 날 통제력을 잃고 공격적으로 대응하다 가해자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학우들을 다치게 한 고등학생이었다(싸운 학생 시나리오).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괴롭힘에 맞서 싸우지 않고 계속 참는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제시되었다(참는 학생 시나리오).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실험 참가자들은 해당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통제력을 잃고 맞서 싸운 학생에 대해 덜 공감하였다. 그러나 가해자들의 괴롭힘에 폭력으로 되갚지 않은, 즉 참는 학생에게는 더 높은 공감을 보였다.

[출처: Ruttan, Rachel L., Mary-Hunter McDonnell, and Loran F. Nordgren. 2015. “Having ‘Been There’ Doesn’t Mean I Care: When Prior Experience Reduces Compassion for Emotional Distr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8: 610–622.]

어떤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그 어려움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잊어 버렸다기보다는 집중하는 기억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자신이 겪은 어려움에 대한 기억보다는 극복 경험에 집중하기 때문에 타인의 어려움을 낮게 평가하고 깊은 공감을 가로막게 되는 것이다.

공감하고 싶으면 내 경험에서 빠져나와라

타인에게 공감하기 위해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기’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타인이 어떤 처지일지 생각해 보려고 ‘나는 어땠더라’를 떠올리다 오히려 자신의 극복 경험(기억)에 사로잡혀 “라떼는 말이야”로 반응하며 상대방의 고통을 낮게 평가하고, 오히려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공감보다는 한심함을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 중 한 명인 로런 노드그렌(Loran Nordgren)은 “자신의 머리 속에서 빠져 나오라”라고 제안한다. ‘나는 저 상황에서 어땠더라’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지 말고, 바로 앞에 있는 상대방이 현재 어때 보이는지 그의 신호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조언을 찾을 때에는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만이 최적의 후보자가 아니며, 오히려 유사한 경험이 없을 때 자신에게 필요한 위로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2 COMMENTS

  1. 어떤 상황에 대해 먼저 경험해본 사람이 그 상황에 높은 공감을 할것이라는 보편적인 생각은 틀린것이었네요.
    인상깊은 아티클로 금요일을 시작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아티클의 맨 마지막 문단이 제 눈을 사로잡아 여러번 읽었습니다.
    나의 극복 기억을 떠올리는 대신 상대방의 신호에 집중할 것. 두고두고 기억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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