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를 책임지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 HR 담당자는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오랫동안 계승된 조직 고유의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최고 경영진이 바뀌면 조직문화도 확 바뀐다. 그런 면에서 조직문화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나 싶다.”라고 말했다. 일하는 방식 관리가 리더십 영향력 하에 있는데 굳이 조직문화라는 한 영역을 만들어서 관리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다른 HR 담당자는 “조직문화라는 것이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을 나타내므로 특정 계층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조직문화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CEO, 구성원 외에도 중간관리자를 포함한 조직의 리더들, HR 이라는 답까지 골고루 나온다.
조직문화 책임자를 규명하기 전에 조직문화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에드거 샤인(Edgar H. Schein)은 문화란 “집단이 외부 적응과 내부 통합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타당한 것으로 확증되고 학습된 일련의 기본가정으로 새로운 구성원들에게 그러한 문제들을 같은 방식으로 지각하고 사고하며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외부 적응’이란 조직을 둘러 싼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이 소멸하지 않고 생존 혹은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한 특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 보면, 조직문화라는 것이 창립 이래로 지속되어 온 어떤 특성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어떤 특성이 영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외부 적응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특성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에 따라 중요하게 계승되어 온 가치와 행동이 더 이상 요구되지 않을 수 있다.
내부 통합이란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것을 말한다. 개개인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내부 통합의 대상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며, 내부 통합을 주도하는 사람은 조직의 리더가 될 수 밖에 없다. 구성원을 채용하고, 그들에게 기대 행동을 전달하는 것은 구성원이 아닌 리더이기 때문이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면, 조직문화는 임직원 모두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지만, 더 큰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채용, 조직 전략 수립,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을 통해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력한 조직문화, 구체적으로 ‘내부 통합’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인시아드(INSEAD)의 스펜서 해리슨(Spencer Harrison) 교수는 “기업이 문화의 힘을 활용하려면 중간 관리자가 문화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문화를 구축해야”한다고 말하며, ‘큰 문화(Big C culture)’와 ‘작은 문화(small c culture)’를 연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큰 문화’란 정책, 명문화된 가치와 같이 조직 차원의 공식적인 문화를 지칭한다. ‘작은 문화’는 구성원들이 일상적인 상호작용에서 느끼는 것으로 “팀 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을 강화하는 교류에서 경험”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장기에 문화를 잘 관리하는 기업들의 공통점
해리슨 교수는 성장기에 문화를 관리하는 법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최고의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린 포춘 100대 기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근속률과 팀 성과가 상위 10%에 속하는 리더들은 조직 전반의 큰 문화(Bic C culture)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향력 안에서 작은 문화(small c culture)를 구축하는 것에도 힘을 쏟았다. 즉, 조직 가치를 자신의 팀에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작은 문화는 하위 문화와 다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협업을 핵심 가치로 삼지만 영업 부서는 상호 간 업무 의존도가 낮고 결과 지향성이 높아 ‘경쟁’이 주요 가치로 작동할 수 있다. 이처럼 조직 내 특정 집단(예: 부서)이 조직 내에서 집단 특유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하위 문화라 일컫는다. 반면, 작은 문화는 영업 부서 환경에 맞게 큰 문화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업무 의존도가 낮아 평소에는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만, 주간 회고를 통해 서로의 성과와 도전 과제들을 공유하면서 사회 학습과 동료 코칭을 촉진하여 조직 가치인 협업을 팀 상황에 맞게 조성하는 것이다.
중간 관리자들이 성공적으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리슨 교수는 4가지를 제안한다.
1. 조직문화의 일부 특성을 선택하여 팀에 이식하라
팀에 가장 중요해 보이는 큰 문화의 특성을 선택하여 이를 가꾸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의 핵심 가치가 열정, 변화 지향, 고객 지향이고, 당신은 정확성과 안정적 운영이 중요한 재무팀을 이끌고 있다면 변화 지향보다는 고객 지향을 선택하여 이것을 일상 업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직 가치와 팀 업무 간의 관련성이 있어 구성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실천도를 높이는 것이다.
2. 다른 관리자로부터 배워라
해리슨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직문화를 강화하는 중간 관리자들은 다른 관리자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들과 자주 소통함으로써 작은 문화 구축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적용한다. 이들은 동료 관리자에게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새롭게 시도한 것들 중에서 성과를 가져온 것은 무엇인가요?”와 같이 리더십에 대해 대화를 나눔으로써 더 나은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일례로 한 기업에서는 리더들이 “내가 시도한 바보 같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사를 주최하였다. 성공적인 사례만 내세우지 않고 실수도 공유함으로써 관리자들 간에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3. 문화를 혁신하라
문화는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조형된다. 그리고 문화를 강화하는 리더들은 이 점을 잘 활용한다. 정책이 아닌 새로운 회의 방식, 소통 방식 등 새로운 활동을 시도함으로써 문화를 구축해 나간다. 이에 대한 사례로 해리슨 교수는 한 영업 임원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 영업 임원은 팀 회의가 지나치게 숫자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을 조직의 핵심 가치인 웰니스와 부합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하게 된다. 그래서 달라진 회의 방식은 ‘달성 성과와 그 원인, 효과가 있었던 것과 그렇지 않았던 것,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매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간에 성공과 도전을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업무 수행을 이끄는 아이디어를 얻고, 양방향 피드백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4. 구성원이 혁신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라
해리슨 교수에 따르면, 성공적으로 문화를 강화하는 리더들은 문화 개발에 구성원들을 참여시킨다. 예를 들어, 해리슨 교수가 인터뷰했던 한 리더는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재택 근무로 인해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약화되는 것을 걱정하였다. 그는 이것을 자신 혼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성원에게 자신의 우려는 공유하고, 구성원에게 직접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라고 권유하였다. 팀원들은 화상 회의 첫 5분 동안 짝을 지어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질문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갖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알아기기” 시간은 코로나 봉쇄가 해제된 이후에도 이 팀의 회의에서 지속되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조직문화 구축과 관련하여, 기존에 중간 관리자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조직의 미션과 핵심 가치를 팀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메신저 역할에 국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해리슨 교수의 연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강력한 문화를 조성하는 조직은 중간 관리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수동적으로 조직 가치를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큰 문화 안에서 팀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문화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정부터 점검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생각하는 조직문화 책임자는 누구인가? 조직에서 문화 조성을 위해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둘은 일치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