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을 탐색하고자 할 때 주로 취하는 것은 문제 중심적 접근이다. “우리 조직이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개선점은 없을까?”,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와 같이 조직의 취약점을 발굴하여 그 원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조직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실시하는 조직진단은 문제 중심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 모델에 기반하여 조직의 운영 상태를 진단하고 취약점은 무엇인지 밝혀 그것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조직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중심적 접근의 대척점에는 조직의 긍정 요소에 집중하는 접근인 강점 탐구(Appreciative Inquiry)가 있다. 사전에서 Appreciate의 뜻을 살펴 보면 ‘장점을 이해하다’, ‘가치를 인식하다’이며, Inquiry는 ‘조사하다’, ‘질문하다’로 설명한다. 이러한 사전적 정의에 서 알 수 있듯이 강점 탐구에서는 현재 조직에서 잘 작동되고 있는 것, 과거에 성취를 이루게 한 동인을 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즉, 문제해결이 아니라 성공요인 발굴과 활용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강점 탐구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쿠퍼라이더(David Cooperrider)는 박사 과정 중 참여한 조직개발 프로젝트에서 문제 중심적 접근의 한계를 느끼고 강점 탐구를 개발하게 되었다. 문제 중심적 접근에서는 조직 개발과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가 갈등과 반목으로 변질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구성원들을 불러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묻는다면, 그 동안 얼마나 좌절스럽고 화나는 상황이 있었는지 쏟아 낼 것이다.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타 부서가 특정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해당 부서의 즉각적인 반박으로 이어지고 곧 첨예한 논쟁과 갈등으로 번지기 쉽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직원들로 하여금 “절대 안 바뀔거야”라는 신념을 강화하기도 한다.
강점 탐구는 “모든 조직에는 잘 작동하는 무언가가 있으며, 이러한 강점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조직이 가진 최고의 것을 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즉, 조직과 구성원들이 경험한 현재와 과거의 성과, 최고의 순간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조직의 자산, 잠재력, 강점 등의 성공 요인 발굴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공 요인을 조직 개발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간다.
4D 사이클
조직의 강점을 발견하고 극대화하는 과정은 발견하기(Discovery)-꿈꾸기(Dream)-설계하기(Design)- 실현하기(Destiny) 4D 단계로 진행된다. 문제 중심적 접근은 외부 컨설턴트와 내부 관리 부서가 주축이 되어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조직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강점 탐구에서는 구성원 간 1:1 인터뷰, 토론 등 대화를 주요 방법론으로 삼고, 이 과정에 최대한 많은 구성원들을 참여하게 한다.
발견하기 단계에서는 ‘조직에서 경험한 최고의 순간’을 탐색하고 무엇이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냈는지 핵심 긍정 요소를 발굴한다. 구성원들은 발견하기를 통해 자신을 포함하여 조직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인식하게 된다.
꿈꾸기 단계는 구성원들이 꿈꾸는 조직의 최상의 모습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당신이 평소 원하는 모습대로 조직이 변화되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와 같이 현실과 타협하여 설정한 미래 모습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조직의 모습, 조직이 될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설계하기는 구성원들이 꿈꾸는 조직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 가치, 규범, 업무 프로세스 등 조직의 각 요소들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지 모색한다. 꿈꾸는 미래로 가기 위한 조직 설계는 ‘도발적 제안(provocative propositions)’으로 표현되는데, 구성원들이 열망하는 조직의 이상적인 모습이 현재 이루어진 것처럼 서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한 연구개발 기관 XYZ(가칭)의 도발적 제안 일부이다.
교육과 훈련은 XYZ의 자율성과 탁월함 문화의 기반입니다. 우리는 기관의 모든 구성원이 개인적, 직업적으로 지속적인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전하게 하며, 지지하는 리더십을 육성합니다. XYZ는 목적의식, 방향성, 그리고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평생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
우리는 모든 구성원이 더 높은 목적 의식과 더 큰 사명에 대한 봉사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업무는 사람들이 자기 부서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취할 수 있도록 설계되며, 자신의 기여가 의미 있게 인식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모든 일은 의미 있고, 목적이 분명하며, 보람 있는 것으로 설계됩니다. …
이처럼 도발적 제안은 조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바라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현하기는 도발적 제안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과정으로, 보통 자발적으로 조직된 팀에 의해 추진된다. 이를 테면, 특정 주제(예: 지속적인 학습 참여 유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팀을 구축하여 해당 주제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강점 탐구에 대한 오해
강점 탐구를 소개하면 조직 분위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가벼운 활동으로 받아들이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문가의 개입이나 문제 분석 없이 직원들이 대화를 통해 조직의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고 하니 단순히 구성원들 간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활동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화합, 연대감은 강점 탐구가 주는 여러 효과 중 하나이지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 맥도날드, 영국항공, 존슨앤존슨을 포함하여 전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은 조직문화 개선 뿐만 아니라 품질 개선, 전략 수립 등 조직 개발과 변화 관리에 강점 탐구를 활용하여 긍정적인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오해는 ‘어떻게 문제를 다루지 않고 조직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느냐’와 관련된다. 긍정적 접근이 왜곡되게 문제는 외면하고 조직의 긍정적인 요소만 다루는 것이 아니냐고 오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점 탐구는 현상을 부정적인 렌즈로 바라보게 하느냐, 긍정적인 렌즈로 바라보게 하느냐의 차이지 현상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테면, 구성원에게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가?”묻을 때의 답변과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다 사라진 일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답변의 핵심 키워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핵심 키워드가 전달되는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첫 번째 질문이 “일방적인 지시”, “강압적인 태도” 등 결핍을 이야기한다면, 두 번째 질문은 “의견을 물어봐주고”, “정보를 공유해주고”와 같이 바람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은 답변하면서 화, 좌절을 재경험하게 하지만 두 번째 질문은 만족감, 희망을 촉발하게 된다. 즉,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소통이라는 동일한 주제라도 생각, 감정이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문제 중심적 접근과 긍정적 접근을 두고 ‘무엇이 더 우수하냐?’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현재 우리 상황에 무엇이 더 적합할까?’의 자세로 접근하기를 바란다. 조직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싶거나 분석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강점 탐구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조직이 성장 침체기를 겪고 있어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면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논하는 문제 중심적 접근보다는 강점 탐구가 조직에 새로운 에너지와 돌파구를 부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