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운영에 핵심성과지표(Key Perfornace Indicators, KPIs)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공기업, 민간기업, 대기업, 스타트업 등 조직 유형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성과관리를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KPI일 것이다. 하지만 이 중 KPI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몇이나 될까?
간혹 KPI의 부작용과 비효과성을 지적하며 이를 페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KPI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것의 오남용에서 기인된다. KPI란 말 그대로 조직의 성과를 나타내는 것(performance indicators) 중 핵심적인 것(key)을 추린 것으로, 계량화된 측정을 통해 조직의 운영적, 전략적 목표의 달성도를 추적, 평가하는데에 사용된다. 하지만 일부 조직에서는 전략 또는 성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KPI가 기계적으로 설정된다. 조직의 전략과 목표에 맞게 성과가 정의되었다 하더라도 조직원들이 조직 성과에 공헌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설정한다기 보다는 쉽게 계량화할 수 있는 것이나 평가에 유리한 지표를 설정하여 궁극적으로 개인의 목표 달성이 조직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KPI는 애초의 도입 목적인 성과관리를 위한 수단이 아닌 고과평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와 구글이 실시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KP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2%인 반면, 이를 인력과 프로세스 운영에 ‘많이’ 활용한다는 응답 또한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KPI를 ‘중간 정도’, ‘어느 정도’, ‘아주 조금’ 활용한다는 응답도 각각 43%, 20%, 7%로 나타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KPI를 사용하긴 하지만 활용도는 제각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기업에서 KPI가 변화 동인(drivers)으로서 특별한 위상이 없으며, KPI 활용에 대한 우수한 시행 사례가 없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하였다.
이처럼 KPI에 대한 분명하고 효과적인 활용 지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조직 목표와 KPI가 잘 연계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들 기업들은 과거의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들을 KPI에 포함하고, 머신러닝과 같은 데이터 기반 관리를 통해 실제로 성과와 연결되는 지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교화해 나간다고 한다. 또한 KPI를 결과 평가가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한 관리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출처: MIT sloan management revew ]
단기적인 수익 측정을 너머 미래 성장 예측으로
KPI 관리의 선도기업들은 지행지표(lagging indicators) 측정에 머무르지 않고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 측정에 더 큰 가치를 둔다. 투자수익률, 총수익 등의 결과 중심적인 지행지표는 과거의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애초 설정했던 목표와 비교할 수 있게 해주지만 미래 성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반면 혁신, 고객 만족 등의 투입 중심적인 선행지표는 미래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들을 측정함으로써 앞으로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선행지표를 강조하는 기업 중 하나는 맥도날드이다. 맥도날드의 성장 계획에는 일곱 개의 동인이 포함되는데, 각 동인에는 두 개의 선행지표와 한 개의 지행지표로 구성된다고 한다. 각 지표에 대해 예를 들자면, ‘사람들에게 특별한 페스트푸드 체인’이라는 동인에 대한 선행지표는 ‘우리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어 행복한 장소라는 브랜드 이미지’이고, 지행지표는 ‘13세 이하 아동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방문객수 증가율’ 이다.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한 통합적인 접근
기업들이 미래 예측 지표에 더 중점을 둔다는 것은 KPI에서 초점이 재무지표에서 고객 관련 지표로 이동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왜냐하면 기업의 미래 성장은 그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KPI 활용의 선도기업들은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보다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콜게이트 팔모라이브의 CMO인 무쿨 디오라스는 과거 성과에 대한 KPI에는 능숙하지만 이제는 고객이 자사 브랜드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KPI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과 관련된 KPI에는 변화하는 고객 감정, 향후 고객의 기대, 미래에 고객들이 미디어에 참여하는 방식, 고객들이 참여하게 될 트렌트 또는 소통 방식, 고객과 브랜드를 강하게 연결시킬수 있는 방법 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들 기업은 고객 생애 가치와 같은 전통적인 지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않지만 고객 경험에 보다 집중한다. 이들은 고객이 제품을 처음 접하는 그 순간부터 구매, 제품 사용, 사후 서비스 등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소비자를 자사 고객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 브랜드의 팬, 전도사로 전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KPI를 활용한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관리
선도기업들은 기업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 KPI를 발굴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1-8000 플라워닷컴의 CMO인 아밋 샤는 “AI에 대한 우리의 모든 노력은 고객과 우리 자신에 대해 학습하고, 궁긍적으로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며, “이는 비용 절감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AI를 단순히 조직 내 비용 절감을 위해 활용한다기 보다는 조직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써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KPI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학습시키는데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전략 목표와 보다 잘 연계되는 KPI를 도출해낸다. GE 헬스케어의 CMO인 글렌 토마스는 머신러닝이 보다 예측력 있는 KPI를 도출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는 “예를 들어, 당신이 투자수익률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마케팅 최적화를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하는 것은 추론을 통해 어떤 성과 특성을 얻어내는지 보는 것입니다. 즉 측정해야 할 KPI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부터 KPI를 추려내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머신러닝의 활용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으로 보인다. 아밋 샤는 현재 머신러닝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들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HTML 코드, 앱은 쉽게 복제될 수 있지만 러신러닝에 의해 증폭된 학습 효과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5년 후, 인공지능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방할 수 없는 학습을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당장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도 머신러닝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미래 예측, 고객 중심, 머신러닝의 활용 이외에도 선도기업들은 원활한 KPI의 공유 및 최적화에 힘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임원, 사업부 관리자들은 동료 임원, 관리자들과 KPI 데이터를 자주 공유하여 부서간 협력을 높인다. 또한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적은 수의 핵심지표만 관리한다. 한 금융기관의 CEO는 많이 도출된 KPI는 지표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모든 KPI가 중요하다면, 그 중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입니다”라고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