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면접: 지원자를 위한 가이드
지원자를 위한 가이드는 이미 여기 저기 넘쳐나고 있다. 다만 필자가 지원자를 위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안타까움’이다. 대면상황이라면 충분히 합격하거나 최소한 최종 1~2인 내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작은 것들을 놓쳐서 탈락하는 모습을 수없이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접 자체가 아닌 면접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보아왔던 ‘성공적이지 못했던’ 공통적인 사례들을 모아봤다.
1. 화상면접 기기(Device)와 네트워크 환경을 절대 바꾸지 말라.
사전 테스트를 통해 검증한 기기나 네트워크 환경이 바뀌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HR을 위한 가이드에서 충분히 얘기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생략하겠다. 검증된 기기를 변경해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2. 가급적 최신 기종을 사용하라.
PC를 사용하는 경우 하드디스크가 아닌 SSD가 장착된 PC나 노트북을 사용하라. 그리고 PC나 노트북 보다는 충분한 용량과 성능을 확보한 최신 태블릿을 사용하라. 태블릿은 냉각팬 소음이 전혀 없다.
3. 이어폰을 사용하라.
대부분 PC,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은 음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질문을 확실하게 듣고자 한다면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면접관 입장에서 볼 때 화면상 이어폰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실제로 거슬리는지 아닌지에 대해 수십번을 면접관들에게 질문하여 확인했다. 그렇다고 큼직한 헤드폰은 쓰지 않길 바란다.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녹음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4. 뒷 배경은 밝은 색의 단일 배경이 좋다.
밝은 색의 단일 배경이 있는 벽면이라면 가장 좋다. 화상면접이라고 편안하게 아무데서나 하는 경우들을 많이 봤다. 물론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배경이 지저분한 경우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필자가 본 최악의 배경은 어린 아이의 기저귀와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는 생후 24개월 이내의 자녀방이었다. 기저귀, 흥부와 놀부, 바운서, 가족사진 등 면접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런 것들에 눈이 갔다.
[화상면접에서 종종 보게 되는 지저분한 배경의 예시이다. 화상면접을 할 때에는 아무것도 없는 벽면이 나올 수 있도록 자리를 세팅하거나, 화상회의 시스템 내의 배경설정 기능을 활용하여 단순한 배경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5. 얼굴이 밝게 나오도록 조명에 신경쓰자.
낮에 집에서 화상면접을 하다 보면, 매우 밝기 때문에 정작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은 고객를 살짝 숙인 채로 화면을 보게 되므로, 천정의 조명이 얼굴까지 오지 못하게 되고, 얼굴은 상대적으로 검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기왕이면 밝은 피부톤으로 나오는게 더 밝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필자가 봤던 50% 이상의 지원자들은 얼굴이 매우 어둡게 나왔다.
6. 제발 화면을 보면서 머리를 쓸어 넘기거나 옷매무새를 고치지 말자.
화상면접 카메라는 거울이 아니다. 카메라 앞에 앉기 전에 옷매무새나 머리 모양은 이미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화면을 보면서 머리를 쓸어 넘기는 행동은 한 번만 해도 거슬린다. 그런데 몇 번이고 반복하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그러는거지? 여기가 미용실이야, 안방 화장대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7. 화면의 각도가 문제다.
내리 깔고 보는 각도를 만들지 말고 정면을 주시하는 각도를 만드는 것이 좋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것 중에서 각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예시이다. 카메라의 각도가 나쁘면 얼굴에도 그늘이 지게 된다.
[출처: HotAndFlashy, YouTube]
조명, 배경화면 통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세, 화면에 가급적 자신의 모습이 크게 나오도록 하기, 밝은 단색 옷 입기 등 더 좋은 화면 상 모습을 원한다면 17 Zoom Meeting Video Tricks for Looking Good – Attendees 을 참고하라.
8. 스피커를 통해 잘 들리지 않는 질문은 반드시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답하라.
네트워크를 통한 음성 전달은 대면 상황보다 더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잘 안 들리거나 지연되는 일이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절대 면접관의 질문을 넘겨 짚지 말자. 잘 안 들리거나, 질문을 잘 모르겠다면 반드시 확인하라. 화상면접 상황에서는 질문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흠이 아니다. 스피커가 갑자기 울려서 잘 못 들었다던지 이유를 말하고 다시 한번 물어보라.
9. 잘 모르겠거나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늘을 바라보거나 눈을 여기 저리고 돌리는 행동은 당신을 ‘주의력이 결핍된 또는 산만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거울을 보고 하늘을 쳐다보는 시선처리를 녹화해서 확인해 보자. 화상면접이라도 당연히 잠깐이라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질문들이 있다. 그럴 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느냐는 대답을 하고, 생각할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시간 동안 하늘을 쳐다보거나 눈을 여기저기로 돌리는 행동이다. 화상면접에서 이런 행동은 매우 주의력이 결핍된 것처럼 비친다. 차라리 생각하는데 시간일 필요하다고 하면,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
10. 화상면접에서는 당당한 치팅(Cheating)이 가능하다!
예상 질문이나 자신의 경력, 주요 프로젝트나 성과 등을 미리 적어 두고 보면서 인터뷰 가능하다. 그러니 공식적으로 허용된 치팅을 적극 활용하자! 지원자 입장에서 화상면접은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면접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모든 자료들을 펼쳐 놓거나, 예상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답변을 미리 작성해서 보면서 대답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물론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런 방식으로 준비해서 응답하는 지원자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
11. 면접이 종료된 후, 감사인사 하는 방법
일반적인 대면 상황에서는 감사 인사로 고개를 숙이면서 동시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화상면접에서는 이게 약간 이상하게 보인다. 이건 기존의 감사인사와 화상면접의 특성 간 차이에서 비롯된다. 화상면접의 특성 상, 지원자와 면접관이 동시에 스피커를 통해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섞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과 응답도 한 쪽의 말이 완전히 전달된 후 다른 한 쪽이 말을 하게 된다. 즉, 누구나 인지하는 Delay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서 순서를 보자면 다음과 같이 하는게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 회사 측(면접관)에서 면접에 참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 이 인사말을 듣고 면접관의 목례 등을 화면상으로 확인한다.
- 확인이 끝난 후, “면접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정면을 응시하면서 말을 한다.
- 감사 인사를 다 하고 1초 정도 후에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한다.
글을 마치며
화상면접은 무신경하게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몇 번 할지도 모르는 행사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급격하게 언택트 시대로 넘어온 지금 화상면접은 아마도 돌이킬 수 없는 채용의 또는 회사에 지원하는 중요한 방식이 되어 버렸다. 환경이 변화할 때 그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하 노력을 하지 않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특히 채용은 회사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큰 투자이며, 지원자에게는 인생과 커리어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행위이다. 준비가 안된 회사가 화상면접을 한다면 원하는 사람을 뽑지 못할 것이고, 무신경한 지원자가 화상면접에 임한다면 자기 자신의 역량이나 경험보다 어둡고 탁한 얼굴에 기저귀가 잔뜩 쌓여있는 뒷배경부터 보여주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모든 사항은 순수하게 필자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연락이 닿는다면 필자의 오류를 고쳐주 고 필자도 더 나은 HR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 글을 읽는 HR과 지원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화상면접 잘 되고 있나요? – 1부
화상면접 잘 되고 있나요? – 2부
화상면접 잘 되고 있나요? –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