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조직들이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가 주인의식이다. 자신의 직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보다 주도적,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학술적으로 주인의식(ownership)은 ‘어떠한 대상에 대해 자신의 소유처럼 느끼는 심리적 상태’로 정의되며, 주식 소유에 기반한 물질적, 공식적 소유권(ownership)과 구분하기 위해 심리적 주인의식(psychological ownership)이라 지칭된다. ‘심리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재무적 또는 법적인 소유권과 상관없이 개인이 주관적으로 “내 것”이라고 느끼는 마음 상태이다. 심리적 주인의식은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직무 기반 심리적 주인의식, 조직 기반 심리적 주인의식으로 보다 세부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인의식은 조직에 여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연구에 의하면 주인의식은 조직 및 직무 몰입, 정서적 헌신, 직무 만족도, 재직 의도, 성과를 높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것’ 혹은 ‘나의 일부’로 느끼기 때문에 더 많은 물리적, 정신적 자원을 쏟아붓고 그러한 노력은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진다. ‘내 것’이라고 느끼는 마음은 자신의 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열과 성을 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맡은 것에 대한 ‘소유의식’을 불러일으켜 협업이 중요한 조직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를 테면, 여러 연구에서 직무 기반 심리적 주인의식이 높으면 영역 행동, 지식 은폐, 변화에 대한 저항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 행동이란 자기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행동, 즉 자기가 맡고 있는 직무를 자기만의 것으로 두기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고 배타적인 소유권을 유지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동료가 자료 공유를 요청할 때 편집이 불가능한 버전을 공유하거나, 업무 진행을 묻는 동료에게 “내 일을 왜 당신에게 말해야 하냐?” 식의 배타적 태도를 예로 들 수 있다. 자신의 업무에 대한 관심, 공유 요청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생각하여 분노,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지식 은폐는 업무에 대한 노하우나 지식,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 정보, 업무 노하우, 제품에 대한 지식 등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자신의 소유로 유지하기 위해, 동료가 관련 정보를 요청하더라도 모르는 척 하거나 알려주기를 거부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자신이 개입한 일에 변화를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면, 주인의식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작성한 기획안에 대해 “이런 항목은 빼라”는 피드백이 전달되더라도 이것을 잘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만든 산출물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그 일부를 버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물질적인 소유권이 부여되지 않음에도 자신의 일에 대해 소유권을 느끼는 심리적 주인의식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심리적 주인의식이 발생하는 경로로 대상에 대한 통제, 자기(self) 투자, 깊은 지식 3가지를 제시한다.
대상 통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해 통제감을 많이 느낄수록, 즉 자기 뜻대로 활동의 방향이나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을 때 그 대상을 더 강하게 자신의 일부로 느끼게 된다. 따라서 자율성과 전략, 프로젝트, 직무 설계 등에 미칠 수 있는 권한(통제)이 클수록 심리적 주인의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대상에 대한 자기 투자. 시간, 에너지, 관심 등 자기(self)를 대상에 투자하는 것 또한 심리적 주인의식을 높인다. 우리는 종종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은 업무에 대해 “내 자식”으로 표현하거나 업무에 들인 노력을 “산고”에 비유하곤 한다. 바로 이것이 대상에 대한 자기 투자가 심리적 주인의식을 높이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간, 에너지를 투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고, 그들의 관심, 목적에 부합하도록 업무를 설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에 대한 깊은 지식. 대상에 자기를 많이 투자할수록 주인의식이 강해지듯이 대상에 대한 세세하고 많은 정보를 보유하는 것 또한 주인의식을 높인다. 연구자들은 공간, 업무, 조직 등 어떤 대상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 정도로 깊은 지식을 쌓으면 개인과 대상이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융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심리적 주인의식이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바람직한 덕목이긴 하나 그 수준과 초점은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IT, 재무, HR 등 서로 독립적인 직무로 구성된 경영지원팀이라면 높은 직무 기반 주인의식이 팀 내에 큰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개개인의 업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팀원 간 업무 의존성이 높아 팀의 성과가 협업, 유연한 업무 조정 등에 의해 결정된다면 직무 기반 심리적 주인의식은 팀 성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협업이 중요한 팀이라면 심리적 주인의식의 초점을 직무가 아닌 팀 혹은 조직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내 것”이 아닌 “우리 것”에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팀에 대한 주인의식은 정기적인 팀 리뷰와 같이 서로의 업무에 기여 혹은 참여할 수 있는 문화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 업무 내용을 공유하고 더 나은 방식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업무는 “내 것”에서 “우리 것”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혹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팀의 의사결정에 최소한의 구성원만 참여시키곤 한다. 그러나 팀에 대한 주인의식이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고, 팀에 개방성, 수용의 가치를 배양하여 의견 교환과 상호 기여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필요할 것이다.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좋은 아티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