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의 잠재력 발견과 개발

리더십 프로그램

팀의 정체성 세우기 -가치-

1902년 창립된 3M이 오랜 역사만큼 유명한 것이 있다면 혁신 역량이다. 이 기업은 IT 스타트업의 홍수 속에서도 혁신 기업 리스트의 상단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한 때 이들도 혁신 역량이 크게 흔들릴 뻔한 적이 있다. 2000년, 매출과 수익 침체를 겪던 3M은 GE에서 잭 웰치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제임스 맥너니를 CEO로 영입하기로 한다. 2001년 임기를 시작한 맥너니는 의사결정 권한을 중앙에 집중시키고, 식스 시그마 도입, 비용관리 체계 구축 등 수익 강화를 위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데 집중하였다. 맥너니 체제 하에서 3M의 수익성은 향상되었으나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혁신 역량은 감소하였고, 신제품 출시 속도 또한 늦춰졌다. 결국 맥너니는 2005년 3M을 떠나게 되었다. 이후, 새로 부임한 조지 버클리는 창의성을 저해하는 식스시그마 활동을 중단시키고, 3M의 혁신 역량을 되살리기 위해 수많은 과제들을 추진했다. 3M의 정체성과 전략을 일치시키려는 버클리의 노력은 2008-2009년 경제 침체(Great Recession)를 잘 헤쳐 나가고 3M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데에 일조하였다.

미션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가치, 신념은 개인 혹은 조직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그리고 미션과 가치가 부합하느냐, 잘 연계되느냐에 따라 가치는 목적 달성을 촉진할 수도, 반대로 저해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훌륭한 운동 선수를 꿈꾸는 사람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보다 ‘개발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때 그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가이드에 따라 팀의 미션을 정의했다면 이번에는 팀의 가치를 정의해보자. 명확하게 정의된 가치는 무엇이 바람직한 행동인지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팀원들을 행동하게 만듦으로써 팀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진행 순서

1. 팀이 지켜야 할 가치를 생각해본다.
구성원 각자 ‘팀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회사명]의 [팀명]에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을 3개 정도 적어본다. 답은 아래의 그림처럼 ‘가치’와 그것이 잘 드러나는 ‘행동’으로 작성한다. 작성 시간은 15~20분으로 안내하되, 진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한다. 단어,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가치 목록’을 참고한다.

2. 작성한 내용을 공유한다.
작성이 완료되면 모든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답변을 공유한다. 미션과는 달리 가치는 대부분 쉽게 작성한다. 다만, 단어(가치)와 행동 서술이 잘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구성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신뢰’를 중요 가치로 꼽았는데, 정작 그 행동을 설명할 때에는 맡은 업무의 기한을 지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단순히 ‘신뢰’ 행동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초점이 빗나갔던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후자라면, 팀원들이 서로 신뢰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신뢰가 잘 구축된 팀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 상황, 장면을 묘사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시간은 ‘작문’이 아니라 각 구성원이 생각하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공유하는 시간임을 인식하고, 표현력이 부족한 팀원들에게 짜증을 내기보다는 적절한 질문을 통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3. 팀의 가치를 결정한다.
각자 작성한 가치를 충분히 공유한 후, 팀의 핵심 가치로 3~5개를 결정한다. 이 때, 아래 기준에 따라 가치를 검토하여, 이에 부합하는 것을 최종 선택하도록 한다.

  • 이 가치들은 팀의 미션 달성을 돕는가, 팀의 역량을 저해하지는 않는가?
  • 팀의 성격(역할)이 바뀌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지킬 필요가 있는 영속적인 가치인가, 외부 환경(산업 트렌드, 경영 기법 상의 유행 등)이 달라지면 수정이 필요한가?
  • 이 가치들은 [회사명] [팀/부서명] 구성원 누구에게나 유효한가, 팀 구성원이 달라지면 재검토해야 하는가?
  • 최종 선정된 가치들 중 서로 상충된 가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는가?

어느 한 회사 마케팅팀의 미션이 ‘사람들에게 “와우(WOW)”를 이끌어냄으로써 회사를 기억하고 찾을 수 있게 만든다’라고 해보자. 이들은 사람들에게 “와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콘텐츠(산출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높은 업무 기준을 세우고 최고의 성과를 도출한다’는 의미로 ‘높은 기준’을 가치로 삼았다고 하자. 그러나 “와우” 감탄사는 높은 품질에 압도되었을 때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충주시 홍보물처럼 콘텐츠 품질보다는 상식을 뒤엎는 기발함, 재미, 창의성이 돋보일 때 강력한 와우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오히려 높은 기준은 새로운 시도를 억제하거나, 높은 품질에 대한 집념으로 인해 대응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따라서 선택하려는 가치가 팀에 역량, 미션 달성을 촉진할지, 반대로 저해하는 것은 아닐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충주시는 기존의 시정 홍보 방식과는 달리 B급 콘텐츠로 많은 화제를 일으켰으며, 공식 유튜브 채널인 ‘충TV’는 기초·광역 지자체 처음으로 구독자 20만명을 돌파했다(이미지 출처: 충주시 페이스북)]

이번에는 ‘재미’를 가치로 선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재미’로 결정한 이유가 요즘에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더 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인지, 유행과 상관없이 ‘재미’를 팀의 핵심 가치로 고수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유행이 바뀌어 제품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사람들에게 더 호소력있다 할지라도 ‘재미’라는 가치를 고수할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치는 팀의 본질,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으로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애플의 내부 직원과 외부 사람들이 모두 그들(애플)을 혁신적이라 인식하는 것처럼, 팀이 지향하는 가치는 팀을 그 팀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팀원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그 고유성이 지속될 수 있게 해준다.

세번째 점검 항목도 위에서 설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가치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팀장이나 장기 근속자, 선배 사원 등 상대적으로 권위가 높은 사람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의견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이들이 팀의 역할이나 히스토리를 잘 알기 때문에 팀에 부합하는 가치를 제안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가치가 제안된 것일수도 있다. 예를 들어, 꼼꼼하고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팀장이 ‘높은 기준’을 강하게 주장하여 팀의 가치로 선택된다면 앞서 설명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팀 구성원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OO회사의 OO팀이라면 지켜야할 가치인지, 예를 들어, 해외 지부에 해당 팀이 신설된다고 해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치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팀의 가치를 3~5개 결정할 때, 서로 상충되는 가치를 포함시키지 않도록 한다. 예를 들어, 한 생산팀에서 제품 품질의 완결성을 높이고,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싶어 ‘품질’, ‘속도’를 가치로 삼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팀은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마다 품질과 속도 사이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할지 혼란과 논쟁을 겪게 될 것이다. 옳지 않은 가치는 없다. 수많은 바람직한 가치 중 우리 팀 미션에 부합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을 뿐이다.

4. 행동 원칙을 정립한다.
핵심 가치를 결정한 후에는 그에 부합하는 행동 원칙을 정립한다. 이미 제안된 행동을 논의를 통해 좀 더 다듬고, 필요에 따라 해당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추가한다.

진행 팁

팀의 가치를 합의하는 이 활동은 팀의 행동 지침을 정립하는 것 외에도 팀의 운영 방향 설정 및 팀빌딩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각 팀원이 제안하는 가치에는 현재 우리 팀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아쉽게 느껴지는 것, 필요한 것,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등이 드러난다. 따라서 각자가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면 팀원 개개인을 이해하고, 팀 업무 방식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팀원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경청하는 모습은 “이야기를 해도 되는구나, 내 이야기가 수용되는구나”라는 인식을 줌으로써 신뢰 형성 및 유대를 구축해준다. 따라서 근무 연한, 직급 등 권위에 따라 발언권이 위축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구성원이 자신의 생각, 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부여하고, 표현에 어려움을 느끼는 구성원이 있다면 적절한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스킬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옳지 않은 가치란 없다. 상대방이 제안하는 가치를 듣고 처음에는 갸우뚱할 수 있지만 왜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 설명을 듣다보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따라서 구성원이 제안하는 가치에 동의되지 않을 때에는 표정과 언어를 통해 “무슨 저런 가치를 제안해”라고 반응하거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말고, 왜 그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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