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세상에 나오자 전문가들은 이것이 제 2의 아이폰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산업, 사람들의 일상을 대폭 변화시킬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 생성형 AI의 혁명은 시작 단계로 산업, 직무에 따라 그 영향을 다르게 체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킨지가 16개 산업, 12,802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생성형 AI가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영향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약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의 파급력, 발전 속도를 볼 때 이것이 일상화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므로, 지금 당장 쓸 일이 없더라도 사용법을 익히는 차원에서라도 일상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곧 다가올 AI와의 협업이 일상화될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와튼 스쿨의 교수이자 ‘공동지능, AI와 함께 살고 일하기’의 저자 에단 몰릭(Ethan Mollick)이 제시하는 4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원칙 1. 항상 AI를 활용하라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과 성과를 높인다는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몰릭 교수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수행한 연구에서도 기존 연구와 일치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들은 800여명의 컨설턴트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표준 방식으로, 다른 한 그룹에는 GPT-4를 사용하여 과제를 수행하게 하였다. 개발된 과제는 총 18개로, ‘사용자에 따라 신발 산업 시장을 세분화하라(분석 과제)’, ‘제품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 초안을 작성하라(글쓰기 및 마케팅 과제)’ 등 컨설턴트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과제였다. 과제를 평가한 결과, AI를 사용한 그룹의 산출물이 더 창의적이고, 더 잘 작성되고, 더 분석적이며, 작업 속도 또한 더 빠른 것으로 분석되었다.
AI 사용은 저수행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BCG에서 실시한 다른 연구에서 GPT-4 사용 이후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간의 수행 차이(GAP)는 22%에서 4%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활용하자 업무 능력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자신은 AI를 활용할만한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그런 인식은 AI를 사용한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몰릭 교수는 강의(업무)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기부여(일상)를 위해 AI를 활용한 사례를 공유하며 AI가 동료, 코치 등 업무와 일상 전반에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AI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것의 강점, 한계를 이해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적, 윤리적 장벽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 AI를 활용해 도움을 얻으라”고 조언한다.
생성형 AI는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아래는 Gemini 가 산출한 내용 일부이다.
원칙 2. AI에 의존하지 말고 협업하라
사람들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오면 인간 판사를 AI 판사로 대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외침의 배경에는 높은 연산 능력을 갖춘 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에게 나타나는 편향 없이 더 정확한 값을 산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AI가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3년 미국의 한 변호사는 챗GPT를 사용해 판례를 조사하여 소송 서류를 작성하였다. 서류에 인용된 판례를 조사하던 상대측 변호사는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판례를 찾을 수 없자 이를 판사에게 알렸다. 챗GPT를 이용한 변호사는 판사로부터 해명 요구를 받고 나서야 챗GPT가 찾은 판례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챗GPT가 산출한 정보를 그대로 인용했던 것이다.
출판된 책들이 모두 고품질, 무결점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AI 학습 데이터 또한 고의든 실수든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AI를 사용할 때에는 산출된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비판적 사고, 윤리성, 자신이 가진 전문성 등 인간의 판단력을 발휘하여 산출물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AI에 의존하지 말고 AI와 협업하라는 것이다.
원칙 3. AI에게 페르소나를 부여하라
몰릭 교수는 “LLM은 사용자의 프롬프트 다음에 나올 다음 단어 또는 단어의 일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맥락과 제약 조건을 제시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AI에 페르소나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운동 동기부여 요청문에 다음과 같이 페르소나를 부여해 보았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막상 하려면 너무 귀찮아. 이런 나에게 너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니? 공감적이고 compassionate 태도를 보여줘” 그러자 건조하게 정보만 나열했던 이전과는 달리 마음을 어루만지는 표현이 이어졌다.
운동, 시작하기 쉽지 않죠?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운동은 건강에 좋다는 건 알지만, 실제로 시작하는 건 정말 쉽지 않죠. 특히,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고, 운동하면서 힘들거나 지루할까 걱정되기도 하죠. 게다가, 운동을 해도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다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누구나 처음에는 이런 과정을 거치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려는 노력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운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언을 해 드리겠습니다.
1.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우면 오히려 좌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운동 시간과 강도를 늘려나가세요.
2.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으세요. 운동은 즐겁게 해야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운동을 시도해보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찾으세요.
3. 운동 동료를 찾으세요.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운동하면 더욱 즐겁고 モチベーション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하 생략)
이번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할 강한 모드를 요청하자 다른 스타일의 답변이 제시되었다. 프롬프트에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막상 하려면 너무 귀찮아. 이런 나에게 너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니? 해병대 조교처럼 말해줘”라고 작성하였다.
훈련병 여러분! 건강을 위해 운동해야 한다는 건 알지? 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까 귀찮아서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지? 하지만 생각해봐! 우리 몸은 기계나 아니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엔진이지. 그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연료와 정비가 필수야. 운동은 바로 우리 몸이라는 엔진에 필요한 연료와 정비라고 생각하면 어때? 충분한 연료 없이 엔진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어? 녹슨 볼트로 차가 제대로 달릴 수 있겠어? 절대 안 돼! 그래서 우리 몸도 마찬가지야. 운동을 통해 충분한 연료(에너지)를 공급하고, 땀과 노력이라는 정비를 통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거야.
혹시 지금 너무 지쳐서 일어설 힘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너의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야! 지금 당장 운동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거야. 허리 통증, 무릎 통증, 심장 질환, 당뇨병… 이런 건강 문제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여전히 운동이 귀찮다고? 그럼 상상해 봐! 전장에서 적과 맞서 싸우는 우리 해병대원들을. 그들은 매일 혹독한 훈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강하게 만들고 있어. 우리도 그들처럼 강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해!
지금 당장 일어나서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꺼내! 처음에는 힘들고 괴롭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면 분명히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변화는 너 자신에게 큰 자신감을 줄 거야. 기억해! 건강한 몸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무기야.
훈련병 여러분! 오늘부터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강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자! 훈련병! 씩씩하게!
팀원과 면담을 앞둔 상황이라면 로저스(인간중심 치료를 개발한 심리학자)를 불러와 가상의 대화 스크립트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 영어 에세이를 검토해야 한다면 문법과 철자에 엄격한 선생님을 불러와 첨삭을 받을 수도 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페르소나를 부여하고 제약을 설정하는 것이 좋을지 아는 것은 사용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이것이 1원칙( 항상 AI를 활용하라)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원칙 4. 지금 쓰는 AI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가정하라
위의 공감적 동기부여 예시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현재 AI는 오류, 정보 부정확성 등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면만 보고 AI에 대한 관심을 끄면 안된다. 지금은 생성형 AI의 초기 단계로 이것이 가진 잠재력에 비교해보면 우리가 쓰는 것은 AI가 보이는 최저 수준일 것이기 때문이다.
몰릭 교수는 AI가 지속적인 발전을 거쳐 몇 년 안에 세상을 더욱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AI의 한계를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새로운 개발에 열린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며 AI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으로 인해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 서비스가 등장할 때에는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꼭 써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점차 확대되어 어느 순간 이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키오스크, 택시 호출 앱처럼 말이다. 생성형 AI가 급부상하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무가 새롭게 생겨나고, 이러한 ‘생성형 AI와 대화하는데 능숙한 사람’을 찾는 기업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여러 장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내 업무는 생성형 AI와 관련이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