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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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자산 창고를 만들어보자

“기획안을 보면 초안에서 다루어졌던 내용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아마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취합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부분들은 없어지는 것이겠죠.” “예전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따로 저장해두지 않았더니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그 때 했던 생각이 지금 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것 같은데…”

조직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한 번쯤은 말한 적이 있거나 누군가로부터 들어봤음직한 내용들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분명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탐색하고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었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최종안만 남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수차례 수정과 보완을 해왔던 버전들은 한마디로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동료들은 물론, 담당자조차 다시 펼쳐볼 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사장되는 과정에서 살려내야 할 것들이 있다. 초기의 접근방법과 생각을 담은 이른바 초안에는 새로운 접근방법도 있고 참고할만한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묻어 있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편한 사실이나 과감한 제안이 들어 있기도 하다. 조직 내에서 실시하는 수많은 회의나 워크숍 혹은 교육과정에서 도출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생각들도 최종안으로 가는 과정에서 징검돌의 역할만 할 뿐 버려지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직 내 고충이나 불만을 담은 건의사항 등 살려내야 할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적자산창고(intellectual assets storage) 구축

조직 내 이와 같은 내용을 별도로 보관하는 창고(warehouse)를 만들어 봄직하다. 창고나 다락방이 있는 집에 살면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들여다 볼 때가 있다. 책상 서랍이나 방 한 쪽 구석에 있는 수납장도 비슷하다. 그곳에는 언제 그리고 무슨 이유로 갖다 놓았는지를 알 수 없는 쟁여 놓은 물건들이 많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쌓아 놓은 물건들 중에서 어떤 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 물건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조직에서도 이와 같은 창고 하나 쯤은 필요하다. 물리적인 창고보다는 온라인 상의 창고가 좋겠다. 조직에서 마련한 이 창고에는 엇비슷한 내용들로 채워진 수정안들보다는 초안들이 쌓여져야 한다. 가공되기 전의 참고자료가 있다면 그것도 창고에 들어가야 한다. 

구성원들의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나 의견도 빠질 수 없다. 예를 들면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으로 전개되는 회의나 교육에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 파킹랏(parking lot)에 들어간 내용들은 휴지통이 아니라 창고로 들여보내져야 한다. 이는 사후 활동(follow up)에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창고는 조직 내 누구나 열어 볼 수 있고 꺼내 볼 수 있고 집어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그곳에 있는 내용은 평가나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요즘은 이와 같은 형태의 온라인 창고를 만드는 것이 과거에 비해 훨씬 수월해졌다. 물론 이미 가지고 있는 조직들도 많다. 그래서 없다면 만들고 있다면 그곳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금 당장은 버려지고 쓰임이 없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사람이 바뀌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찾게 될지도 모르는 보물들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직 및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조직 내 지식이 창출되고 순환되며 공유되어야 한다는 접근이 시도된 바 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지식경영시스템(KMS, Knowledge Management System)을 시작으로 학습조직(CoP, Community of Practice) 등과 같이 시스템적, 제도적 플랫폼도 마련되고 운영되어지고 있다.

조직 내 이러한 창고는 새로운 것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실험실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하고 있는 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회피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도구도 될 수 있다. 만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진다면 집단지성의 효과까지 노려볼만하다. 처음에 만들어졌거나 그동안 사용하지 않아 채워진 것이 많지 않은 창고는 별개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일단 구성원들이 하나 둘씩 자료를 채워놓기 시작하면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조직만의 특화된 일종의 지적자산창고(intellectual assets storage)가 될 것이다.

이러한 지적자산창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먼저 지적자산창고를 잘 설계해야 한다. 이는 일종의 검색 알고리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분야, 저자명, 제목, 키워드 등으로 검색이 가능한 논문검색 사이트를 참조해도 좋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사용자이자 참여자 입장에서는 초안, 회의록, 교육내용 및 결과물 등과 같은 자료를 작성할 때 분야, 키워드, 제목, 작성자 등을 별도의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이는 일종의 위키(Wiki)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보다 실용적인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해질 수 있으며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인 협업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운영방법이다. 쉽게 접근하면 운영관리자(operator)를 지정하는 것이다. 이 때 운영관리자는 기본적인 지적자산관리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curator)로서의 역할까지 포함된다. 즉 관련된 분야나 키워드 등에 기반해서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져 볼 내용들을 선별하고 제시해주거나 연관된 자료들을 노출시켜 주는 것 등도 하나의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적자산창고는 조직 내 학습문화를 조성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실제와 동떨어지지 않은 명시적(explicit) 지식과 암묵적(tacit) 지식이 선순환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시도해보던지 간에 상대적으로 처음은 미약하고 볼품이 없다. 그러나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달라진다. 시간이라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부터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주먹만한 눈덩이를 만들어 굴리기 시작하면 점점 커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를 눈덩이 굴리기 효과(snowball effect)라고도 한다. 지적자산창고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작지만 곧 커질 눈덩이를 생각하면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만일 조직에서 구축하기가 어렵다면 개인적으로 구축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희봉 | Contributor
김희봉 | Contributor
개인과 조직을 행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여러 갈래 길에서 HRD를 선택한 사람. 특별한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을 발휘하면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으로 행복을 주는 삶, 하루하루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1 COMMENT

  1. 지금은 작지만 쌓아나가면 커다란 눈덩이가 되듯이,
    안에서의 혁신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 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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