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HR 업무의 표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 규모에 따라, 업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업무 범위와 깊이를 요구한다. 스타트업에서 인사를 하는지, 중소기업인지, 중견기업인지, 대기업인지, 어디에서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지금의 내 업무가 존재한다.
경력관리 측면에서 가장 힘든 지점은 회사가 내게 기대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일의 방향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경력관리를 위해서는 나의 현재 모습에서부터 현실을 이해하고 준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즉, 자신의 이상적(ideal) 목표와 지금의 내 현실적(real) 상황에 대한 철저한 해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래에 원하는 경력 목표(career goal) 지점은 무엇인가? 회사에서 임원(경영진)의 직책을 갖는 것인지, 인사(HR) 관련 비즈니스를 직접 경영할 것인지, 컨설턴트, 강사, 헤드헌터, 자문, 아웃소싱업체 전문직, HR콘텐츠 제작 전문가, 새로운 HR 사업모델 구축 등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구체적 또는 대략적인 방향성이 필요하다. 물론 가다가 경로가 수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와 방향이 있으면, 경로를 수정할 때에도 어떤 이유로 어떤 방향을 가야 하는지 이미 충분히 연습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정된 목표로 향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나의 경력 지향점이 있으면, 그에 따라서 내가 HR의 다양한 분야(HRM, HRD, ER/LR)에 대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서 전반적 업무에 어느 정도의 ‘깊이’를 추구해야 하는지 또는 HR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서 어느 정도의 관련 HR 업무 ‘범위’를 이해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력목표로 임원을 지향한다면, HR의 연계 직무(HRM, HRD, ER/LR)의 모든 분야에서 대략 70~80% 정도 깊이의 업무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자 하는 HR 제너럴리스트의 전략 방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임원은 회사의 사업과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 이해도도 매우 높아야 하며, HR 분야별 다양한 전문가와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제2의 진로로써 실무기반의 HR컨설턴트나 정책연구, 자문 등의 활동을 원한다면, 현실적으로 전문적인 공부(학위)를 더 하는 석사, 박사과정도 검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렇게 나의 현재 위치와 내가 원하는 모습에 대한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의 깊이만큼 실천이 뒤따르지는 않는다. 직장생활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소수의 누군가는 그것을 해내고 있다. 원하는 미래가 그냥 내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방향 없이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직원으로서의 경력 대략 20년을 채운, 40대 중 후반이면 온몸으로 저항해도 어찌할 수 없는 폭풍의 시간이 내게 몰아칠 수도 있다. 더 일찍 찾아오는 불운도 있다. 꼭 HR의 길이 아니라도, 원하는 또 다른 그 길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경력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은?
어떤 HR의 경력 목표를 선택하든지, 기본은 HR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이 필수이다. ‘지식’이라는 능력은 몇 가지 좋은 역할을 한다. 먼저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판단력”이 높아진다. 무엇이 좋은지 안좋은지, 우리 회사 상황에 필요한지, 조금 수정해서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변별하는 판단력이 생긴다. 또한 지식은 “개념화 능력”을 만들어 낸다. 특히 추상적인 일을 하는 HRer에게, 어떤 개념적 특성(예: 조직몰입, 조직문화 등)을 이해하고 업무와 회사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지식은 “문제해결력”을 키워준다. 그 분야의 지식이 많으면, 다양한 이슈와 연관된 인사의 업무(예: 직원 이직률)를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HR 업무처럼 규칙이 일정하지 않은 문제들, 즉 문제해결의 과정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옳은 해결책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도 아닌, 비구조화된(ill-structured) 문제가 많은 HR 업무에서는 지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경력관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오직 경력만 쌓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업무 연한으로 개인의 실력을 증명하는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나의 업무 연한이 계속 쌓이고 있는데, 일상적 반복 업무로 성장하고 있지 않거나, 업무의 폭이나 깊이가 축적되지 않는다면, 나의 경력은 위험신호 상태이다. 자신의 경력 목표에 따라 내가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회사를 옮겨야 하는지, 지금 회사에서 무엇을 시도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경력관리의 방향은 여러 각도에서 따져보고 설계할 수 있다.
업무의 지식과 경험 측면
경력 목표에 따라 어떤 사람은 업무의 범위(예: 채용만 하던 직원이 평가나 보상으로 업무를 확장)를 넓혀야 하고, 어떤 사람은 업무의 깊이(예: 교육운영 업무만 해보았는데,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일부 직접 콘텐츠를 개발)를 더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채용제도가 문제인데 회사는 별로 관심이 없더라도, 공부하여 채용제도 개선에 대한 보고서를 단 몇 페이지라도 써 보는 것이 경험의 수준을 높이는 시작이다. 회사가 이를 받아들일지와 무관하게 자신은 그 보고서를 쓰면서 분명 성장한다. 부서장이나 경영진에게 쓰는 보고서를 대충 작성하지는 않는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한 줄 한 줄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 부분이 내가 성장하는 지점들이다. 이런 지점들이 많아야 성장한다. 이러한 내 지식과 경험의 공백이 어느 부분인지 진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채울지를 자기가 계획해야 한다. 프로틴 경력의 시대,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경력의 경로 측면
기업 규모를 달리하는 경험을 할지(예: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업종을 달리하는 경험을 할지(예: B2B 제조업에서 B2C 소비재업), 동종의 다른 회사를 경험할지(예: A제약사에서 B제약사)를 판단해야 한다. 한 회사에서 오래 다니겠다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런 목표 경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느냐이다. 물론 내가 가진 계획대로 시기에 맞추어서 경력 이동이 딱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런 경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 자신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게 된다. HR역량을 스스로 점검하고 경력을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시그널을 인식하면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물리적 시간 측면
결국 직장인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일하고 출퇴근하는 시간을 빼면, 통상 많아야 하루 3시간이 자기계발에 가용한 시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일에 에너지를 다 소모하고 난 후의 시간이다. 따라서 출퇴근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주말의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나의 경력관리의 질이 달라진다.
온라인 학습방법은 이러한 물리적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HR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개인의 현재 역량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대학교에서 인사와 관련된 기본 5과목(인사, 교육, 노무, 거시조직, 조직심리 등)을 수강하면, 수업 준비(예복습) 시간을 빼고, 5과목 강의 시간만 최소 약 200시간이다. 여기에 자기 공부하는 시간을 포함해도 300~400시간 내외가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다. 일을 하며 하루 3시간이면, 3~4달이면 기본을 다질 수 있다. 늦어져도 6개월이면 기초는 다져진다. 이에 필요한 자신의 물리적 시간을 어떻게 빼낼 것인가는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하루에 1시간 또는 30분을 하더라도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현실적 측면
학교에서 인사관련 과목을 수강해 본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실제 학교 교육과 현실 업무는 거리가 있음), 어떻게 인사 공부를 시작해야 할까? 현재 인사관련 실무 교육은 매우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압축적으로 실무 활용성을 높인 강의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찾아서 수강하면 된다.
관건은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같은 시간을 활용하더라도 시간 투자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외부 교육과정으로 기본 2일 과정(16시간)이면, 한 과목의 초·중급 내용을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상·하반기 한 번씩 교육을 신청하여 듣는다고 하더라도, 2년 반이면 기본은 다 공부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부가 학습은 별도로 해야 한다. 이후 필요한 주제별 심화학습, 전문서적, 학습모임 등의 활동을 하면, 인사의 기본적 전문 역량은 3~5년이면 충분히 쌓일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계획 없이 움직이면 안 된다. 그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 경험적 측면의 경력을 어떻게 쌓을 것인가는 앞서 설명한 경력 목표에 따른 이동 경로를 검토해 보면 될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관리하기 어렵다면, 자격증이나 학위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 과정을 따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자격증이나 학위는 앞선 경험자의 여러 현실적인 조언을 반드시 듣고 선택하길 바란다.
전략적인 경력관리가 필요하다
경력관리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냥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경험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내 모습(경력 목표)은 무엇이고, 현재 나의 위치는 어떤 상황인지, 그에 따라 HR분야의 제너럴리스트 또는 스페셜리스트의 어떤 포지션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내가 풀어야 할 경력과제는 무엇인지(예: HR지식, 업무의 범위/깊이, 기업 규모별 이직전략, 업종별 이직전략, 자격증/학위 등)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시작은 한 장짜리 간략한 로드맵으로 출발해도 좋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준비하기 시작해야 하는지, 하루의 시간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실천방법부터 고민해 보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