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는 언제 처음으로 고안된 개념일까요?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노벨 경제학상을 탄 경제학자이자 제한된 합리성을 창안한 심리학자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1955년에 최초의 AI 프로그램인 “논리이론가”를 고안하고 실현했다는 점입니다. 허버트 사이먼이 이토록 많은 업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1969년 발간한 ‘인공의 과학’을 보면 기존의 상황을 더욱 나은 상황으로 바꾸는 것에 일관되게 관심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행위를 디자인(design)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혁신하는 디자인 씽킹
그러한 배경에서 이해하면, 허버트 사이먼은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욱 바람직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AI를 “디자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에게 많이 활용되고 있는 “디자인 씽킹”의 기본 바탕이기도 합니다. 디자인 씽킹은 여러 효용이 있지만 “사용자의 경험을 혁신”한다는 측면이 가장 대표적일 것입니다.
스탠포드 디스쿨의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는 “공감(empathize)-정의(define)-아이디어 발상(ideate)-프로토타입(prototype)-테스트(test)” 단계로 진행됩니다. 사용자에 전적으로 공감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의견을 내고, 시제품을 만들어 사용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다시 개선하는 일련의 선순환 구조가 바로 “디자인 씽킹” 입니다.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출처: 스탠포트 디스쿨)]
롯데의 디자인 씽킹 도입
롯데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디자인 씽킹을 활용하여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디자인 씽킹을 도입했던 주요한 목적은 기존과는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의 경험을 바꿔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유통업의 MD와 구매 담당자들에게 디자인 씽킹 방법론을 체험시킨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각 그룹사에서 여러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디자인 씽킹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재개발원 차원에서는 신임 임원, Pre-CEO 등 다양한 대상에게 조직문화 혁신, 리더로의 역할 전환과 같은 추상적인 문제 해결부터 고객이 원하는 상품 만들기 등의 손에 잡히는 문제까지 본 방법론을 적용해오고 있습니다.
기존 문제 해결법과 디자인 씽킹의 주요한 차이점은 바로 고객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가령, 맥킨지(McKinsey)식 문제 해결은 “문제 정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디자인 씽킹은 고객에게 공감하고 이를 통해서 문제를 정의하려는 것입니다. 디자인 씽킹은 “고객 이해”에서 시작하는 만큼 더 나은 문제해결로 이끌지만, 이 방법론을 현장이나 HR 측면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내용 및 방법론에 대한 전문가를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여러 대상들로부터 방법론적 측면에서 새롭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디자인 씽킹을 활용한 “핵심인재 유지를 위한 조직문화 만들기” 워크숍
디자인 씽킹의 확대 적용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중순에는 미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해외 9개국에서 초청된 우수 현지인 매니저 24명을 대상으로 “핵심인재 유지를 위한 조직문화 만들기”란 주제로 디자인 씽킹 워크샵을 실시했습니다. 저희는 디자인 씽킹 5단계를 시작하기 전 조직문화에 대한 개념을 에드가 샤인(E. Schein)의 정의를 빌려와서 설명했습니다. 에드가 샤인에 의하면 조직문화는 오랫동안 회사에서 학습되고 유지되어온 믿음인 “기본 가정(underlying assumption)”, 의사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인 “가치(espoused value)” 그리고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는 제도 등의 “상징물(artifacts)” 로 구성됩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개념을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복지(welfare)” 등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 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개념 설명이 필요합니다.
[E. Shein 조직문화 개념(출처:globalNOC)]
고객으로 선정된 리더의 국가는 정보통신과 자산개발 소속의 베트남 리더, 호텔 소속의 미국, 면세점 소속의 태국, 그리고 케미칼 소속의 말레이시아였습니다. 리더로서 이들이 지속적으로 핵심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각 조의 구성원들(컨설턴트 역할)이 인터뷰하고 해결 방안 등에 대해서 제시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워크샵을 진행하고 나왔던 결과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호텔과 베트남의 리더들에 대한 해결 방안의 차이였습니다.
우선 호텔 소속의 리더는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핵심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속가능해야 하고, 이는 회사 운영의 효율화가 우선된다”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호텔 산업의 특성상 인건비 비율이 높고 노조가 강했기 때문에 특정 핵심인재만을 위한 변화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는 제약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컨설턴트들은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롯데 제품을 복지로서 제공하고, 셔틀을 추가 배치함으로서 직원 편의성을 높이고, 리더들의 조직 운영이 인건비와 비용 효율화에 맞춰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효율성, 가시성 그리고 실용성 등의 미국인의 주요한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면서 인건비 비율이 높은 호텔의 특수성도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반면 베트남의 리더를 위한 방안은 구성원의 내재적 측면에 집중되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안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컨설턴트들은 핵심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직문화 변화로 경력개발 기회 증가, 비전 제시 및 리더와의 소통 강화 등을 강조했습니다. 베트남 직장인의 주요한 특성 중 하나는 2-3년에 한번씩 회사를 옮기면서 자신의 급여를 올리는 Hopping Culture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인재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력개발 기회를 제공해주고, 리더와 소통을 통해서 조직 방향성을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의 조직문화 변화 활동은 비록 직원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이들에게 집중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인재개발원의 우수 현지인 매니저 디자인 씽킹 워크샵 모습]
이와 같은 두 국가의 뚜렷한 차이는 바로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가정과 중요시 하는 가치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씽킹을 통해 사용자 경험 혁신은 결국 사용자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되고 이에 따라 그 결과는 좌우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제품 및 서비스와 상호작용할 때 무엇을 느끼는가?”를 의미합니다.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해봄으로써 그들의 경험을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HR 관점에서 본다면 조직문화는 단순히 PC를 오후 6시에 끄고, 호칭을 ‘님’ 혹은 영어 이름을 부른다고 바뀌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조직문화 변화는 HR의 사용자인 임직원들이 우리 조직에서 살아가는 여정 속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람 및 환경이 어떻게 “인식되는가”에 집중하고 이를 바꿔야 합니다. 따라서 HR, 우리는 직원들이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 리더의 가치관 등에 관심을 갖고 이를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직원들의 경험도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공감 노력이 바탕 되었을 때 온전히 HR의 사용자인 임직원의 경험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혁신해야 비로서 조직문화가 “혁신”될 수 있습니다.
허버트 사이먼이 이야기한 “바람직한 상황으로 나아가는 활동”이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HR이 조직문화를 바꾸는 활동 역시 우리의 사용자인 임직원들의 회사 생활을 “디자인”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임직원들의 삶을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 HR”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이 글은 롯데인재개발원 People Innovation LAB의 이중학 매니저님이 기고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