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팀장들을 대상으로 피드백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교육은 경청과 피드백 스킬을 연습하는 활동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교육 후 참석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수렴되었습니다. “잘 듣기 어렵다”와 “잘 들어주니 좋더라” 였습니다. 솔직한 피드백에 웃음이 났는데요. 경청 행동에 대한 설명을 볼 때는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보면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저 또한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 참견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거나, 평가하고 싶은 마음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특히 에너지가 낮을 때에는 자기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자신에게 세뇌를 하듯이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듣습니다’를 속으로 되뇌이며 듣기도 합니다.
경청이 힘들긴 하지만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은데요. “잘 들어주니 좋더라”라는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잠깐의 집중은 상대방에게 그 마음을 전달하는 힘이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 상대방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우호적인 감정은 신뢰, 친밀감 등 긍정적인 관계 자산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잘 듣는다는 것은 정보적인 면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경청하는 내 태도에 편해진 상대방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질문, 반응 등 나의 적극적 경청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즉,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작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 동안 관계 측면에서 소통을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은 소통의 정보적 관점에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한 리더십 교육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팀 성과를 위해서는 실적이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 팀원과의 신뢰 관계 형성이 최우선이다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한 참석자가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관계를 쌓으려고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요즘 세대는 회식을 싫어한다고 하니 회식을 하기도 그렇고…”라며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정리하면, 팀원과의 관계 구축에 힘쓰고 싶지만 이것을 하자니 저것이 걸리고, 저것을 하자니 이것이 걸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팀원에게 이야기를 꺼내 보셨나요?”라고 묻자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조직에서 소통이 안된다고 말하는 팀을 살펴 보면, 실상은 소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야기를 충분히 함에도 서로 통하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 소통 자체가 부족한 것이죠. 위의 사례처럼 최상의 대안을 찾았을 때, 즉 의사결정을 한 이후에 이야기를 하려고 그 과정 상의 생각, 고민을 공유하지 않거나, ‘팀원들이 이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에, 혹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니까 자신이 아는 것만큼 팀원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업무 공유 마저 충분하지 않는 경우도 봅니다.
국어사전에서 소통을 찾아보면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의사소통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오해없이 잘 통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의사소통하는 과정을 살펴 보면, 자신이 의도, 생각, 감정을 적절한 단어나 문장으로 구성하여 말로 잘 전달하고, 이것을 상대방이 듣고 그 의미를 해석하게 됩니다. 즉,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 감정, 의도를 충분히 전달할수록,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 배경 지식이 많을수록 서로 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의도를 적절한 문장으로 구성하지 못하거나, 문장에 적합한 발성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면(예: 우는 소리로 “신나요”라고 말함) 내가 의도한대로 말이 전달되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아무리 정확하게 말을 전달했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집중하지 않아 이야기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거나, 의미 해석 단계에서 상대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다면 말한 사람의 의도대로 이해되지 않겠죠.
따라서 효과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주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를 보다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평소에 정보는 한겹 한겹 쌓는 것이죠. 예를 들어, 위의 회식 사례처럼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어 소통 자체를 미루기보다는 “한 팀인데 우리 서로 소원한 것 같아. 회식이라도 하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기회를 만들고 싶은데, 요즘에는 회식 싫다는 사람도 많으니까 조심스러운 마음도 들어”하고 걱정되는 부분까지 전달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면 그 말을 통해 ‘팀장님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그래서 회식을 제안하는구나’ 등의 정보를 받아들여 다음의 비슷한 상황에서 팀장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거나, “회식말고 이건 어때요?”라고 관계 형성에 좋은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통하는 순간에는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의견을 제시할 때 짤막하게 결론만 전달하기 보다는 그렇게 판단한 배경을 전달하고,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정보 제공이 미진하더라도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것은 이렇다는 의미인가요?”와 같이 적극적 경청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정보)를 끌어낼 때 소통의 질을 높이게 됩니다.
SENI 의견 제시법
일상적인 소통에서 내 생각과 그 배경을 전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업무와 관련하여 의견의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은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견을 제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공식을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상황(Situation), 영향(Effect), 필요 대응(Need), 기대 효과(Impact) 구조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 카카오톡, 여타 협업툴 등 사람마다 사용하는 소통 채널이 달라 여러 불편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이 때 어떤 제안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SENI 형식으로 말을 한다면 아래와 같이 전달되겠죠.
“고객이나 타부서와 소통할 때에는 메일을 사용하고, 팀 내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 일괄적으로 협업 도구에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라고 필요 대응만 말한다면 그 배경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왜?”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안의 맥락을 함께 전달하면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도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나? 이 대응이 필요한가? 대응으로 인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 즉 의견 자체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에 제안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