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는 “일 할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아침부터 여러 회의에 불려 다니고, 타 부서의 이런 저런 요청에 대응해주다 보면 정작 자기 일을 할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과장일까, 사실일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워크랩에서 발간한 2025 업무 트렌드 지표 보고서(Work Trend Index Annual Report)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아침부터 밤까지, 일주일 내내 깨어 있다
워크랩의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의 80%는 “업무에 충분한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응답했으며, 3명 중 1명은 “업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즉, 직장인 A의 호소는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왜 업무 할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것일까?
워크랩은 전세계의 Microsoft 365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직장인의 생산성을 분석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에 붙들려 있지만 정작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분석에 따르면, Microsoft 365 사용자의 40%는 오전 6시에 이메일을 확인하며, 밤 10시에 온라인 상태인 직원들의 3분의 1은 이메일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8시 이후의 회의는 전년 대비 16% 증가하였으며, 핵심 업무 시간(core business hours)외에도 50여 건의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정규 근무 시간 외에도 일에 투입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다는 것이다. 투입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아지면 생산성도 더 높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2분 마다 업무 방해를 겪는다
평균적으로 직장인들은 매일 117개의 이메일을 수신하며, 수신자가 20명 이상인 단체 이메일의 발송 건수는 지난 1년 동안 7% 증가하였다. 메시징 활동을 살펴 보면, 직원들은 주중에 153개의 팀 메시지를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1인당 메시지 수는 전년 대비 6% 증가했는데, 특히 영국과 한국에서는 15%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분주하다. 미팅의 60%는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즉시 소집의 형태였으며, 계획된 미팅의 10건 중 1건 또한 회의 직전에 급하게 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미팅에 소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메일, 채팅, 미팅, 알림 등은 핵심 업무 시간 동안 매 2분 마다 직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력있게 한 가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발적인 회의는 집중력을 더욱 분산시킨다
이러한 잦은 방해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떨어트릴 수 밖에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방해가 인간의 주의력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주의력은 하루 종일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시간대에 따라 오르내리는 기복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주의력이 가장 높아지고,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오후 4시부터 밤 10시 사이에는 계획 수립, 의사 결정, 문제 해결 등 고차원적인 인지 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실행력이 향상된다.
주의력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크랩 분석에 따르면, 전체 회의의 절반이 9~11시, 13~15시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전 11시에는 메시징 활동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회의의 3분의 1은 여러 시간대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경향은 2021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조직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 도입에 주력하거나 직원들의 의식 전환에 초점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낮은 생산성의 근본 원인은 첨단 시스템의 부재나 개인 직원의 업무 태만이 아니라 일이 설계되고 수행되는 방식, 즉 구조와 문화 문제일 수 있다. 어쩌면 지금 당장 주의력이 높은 시간대에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즉각적인 생산성 개선을 이룰지 모른다. 생산성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더 나은’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