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세 번째 컬처북을 발행한 회사가 있다. 바로 모바일 광고 플랫폼 ‘버즈빌’ 이다. 버즈빌은 2012년 창립된 회사로 100여명 규모의 스타트업이다. 창립한지 불과 7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컬처북은 벌써 3번의 리뉴얼을 거쳤다.

‘3번째 리뉴얼’이라는 것을 본 순간 든 생각은 “컬처북이 박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고 있구나”이었다. 실제로 버즈빌에서는 컬처북이 하나의 장식물이 아니라 이것이 안내하는 가치가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채용, 평가, 온보딩에 반영하고,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다.

버즈빌이 처음부터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컬처북을 발행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이 조직문화를 다지게 된 계기는 공동 대표가 겪은 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버즈빌에서 HR을 이끌고 있는 강정욱 매니저는 자사 블로그에 컬처북을 리뉴얼한 소회를 남겼다. 이 글에는 버즈빌이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깨달게 된 계기, 그들의 행동 가치를 구축하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버즈빌의 강정욱 HR 매니저]

버즈빌이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버즈빌은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버즈빌은 그 여세를 몰아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조직원의 절반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버즈빌의 이관우 공동대표는 그 때를 회상하며 “광고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간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한 흥분도 잠시, 그들은 4개월 만에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다.

승승장구하던 버즈빌의 전략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일까? 공동대표인 이관우 대표와 이영호 대표는 버즈빌의 미국 진출 실패를 조직문화 부재에서 찾았다.

“돌아보면, 미국 진출에만 급급해서 버즈빌 만의 문화를 정의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없었던거 같아요. 회사와 서비스를 만들고,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미국 진출할 때만 해도 버즈빌만의 ‘미션, 비전, 핵심 가치’는 찾아 볼 수 없었거든요. 서로 잘 아는 사람끼리 창업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유로운 업무수행 방식이 있었을 뿐이었죠.

물론 저희끼리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문제는 새로 오신 분들의 적응이었죠. 회사가 먼저 조직문화를 제시하고 서로의 결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함께 맞춰갔어야 했는데 이러한 과정이 없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던거 같아요.”

그 당시 버즈빌은 미국 진출을 준비하며 PM의 지인 위주로 인력을 채용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PM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이탈하게 되었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환경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분열을 이끌었다.

그렇게 예기치 않게 한국으로 조기 귀국하게 된 이관우 대표와 이영호 대표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버즈빌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매주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 첫 번째 컬처북이다.

컬처북은 제작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버즈빌의 첫번째 컬처북(버즈빌 제공)]

첫 번째 컬처북에 담긴 핵심가치는 Dream, Focus, Relationships, Patience, Belief이었다. 시작하는 스타트업답게 다함께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처음 보는 핵심가치에 쉽게 공감한 것은 아니었다. 버즈빌은 직원들의 이러한 반응에 맞서 핵심가치 전파활동을 강화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구했다. 그 후,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직관적이면서 새롭게 인재상을 정의했고, 각 인재상에 맞는 직원을 뽑아 시상하는 버즈빌리언 어워드(Buzzvillian Award)라는 행사를 운영하였다. 새롭게 정립된 기준을 채용 프로세스에 반영한 것은 물론이다.

지난 1월 달라진 미션과 비전을 새롭게 선포했을 때, 직원들의 반응은 첫 번째 컬처북을 발표했을 때와 비슷했다. 강정욱 매니저는 “새로운 비전과 미션을 선포했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고 고백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보다 CEO의 방향성을 중심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있는 버즈빌 직원들]

경영진은 4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활동에 착수했다. 직원들에게 익명 설문을 실시하여 “ 비전, 미션의 전달 방식이 만족스러운지”, “새로운 비전과 미션이 충분히 이해되고 방향성에 공감하는지”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리고 소통을 향상시키기 위해 Lunch with CEO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표와 직원의 1:1 대화를 늘렸다. 또한 리더 워크숍, 전사 핵심가치 워크숍을 통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이러한 소통 과정은 몇 개월 동안 지속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임직원의 가치가 담긴 비전과 미션이 다시 공표되었다.

경영진의 소통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핵심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는 3점(5점 만점)으로 보통 수준이었지만, 소통 이후 3.6점으로 상향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컬처북에 대한 만족도는 3.7점, 핵심가치 워크숍에 대한 만족도 또한 3.9점으로 높은 점수를 얻게 되었다.

강정욱 매니저는 컬처북과 관련하여 다음 세 가지를 중요 요소로 꼽는다. 첫째, 소통이다. 그는 “제작에 10%, 소통에 90%의 시간을 써야 한다”고 단언한다. 핵심가치가 조직원들에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소통과 공감을 통해 내재화할 수 있는 과정이 결과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CEO의 확신과 실천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홈페이지에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 기준들이 실제로 직원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인지는 불명확하다. 그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CEO들의 행동을 지적하며 “말했으면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 지속적인 업데이트다. 바쁘다는 이유로 컬처북을 챙기지 않다 보면, 중요한 가치들은 직원들의 머리 속에서 금새 사라지고 곧 죽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컬처북은 제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마음 속에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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