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회사의 주인입니다”

대학내일의 홈페이지에는 위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당신이 이 문구를 보자마자 드는 감정은 무엇인가? ‘가족같은 회사’의 역설처럼 입사를 피해야 하는 회사라고 경고등이 켜지는가? 아니면 직원들을 존중해 줄 것 같은 기대와 함께 그린라이트가 켜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학내일은 회사의 주인인 구성원을 위한 기업 운영제도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라는 기업소개서의 문구는 거짓이 아니다.

[출처: 대학내일 홈페이지]

대학내일의 성장 비결

1999년 창립한 대학내일은 대학생을 위한 무료 주간지 발행을 시작으로 리서치, 마케팅, 채용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한 때 직장인들의 출근길을 점령했던 무가지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사라져버린 것을 비추어보면 대학내일의 성장은 고무적이다. 유스 잡지를 비롯해 많은 주간지들이 폐간을 이어나가는 와중에 대학내일이 20주년을 맞이하게 된 비결을 묻자 김영훈 대표는 “구성원들의 주도성과 익숙한 것은 내리고 새로운 것을 하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주인이어야 주인의식이 생긴다

‘열정’, ‘주도성’, ‘주인의식’ 등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이 표현들은 기업 인재상의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열정있는 직원에 대한 기업의 열망이 무색하게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들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낮은 직원몰입이 보고되는 상황에서 대학내일의 직원들은 어떻게 주도적일 수 있었을까?

김영훈 대표는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주인이 되게 해줘야 한다.” 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주인이 된다는 것은 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는 권리,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대학내일은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주식을 살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주식의 90%는 대학내일의 임직원이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를 김영훈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대학내일은 법인을 설립한 이래로 10~20%씩 현금 배당을 해왔으며, 최근 3년 동안에는 15~20%씩 배당했다고 한다.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는 권리,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모호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점이야 말로 대학내일의 차별성이 돋보인다. 대학내일에서는 ‘직원평의회’를 두어 직원들의 의견을 조직 운영에 반영하고, 사내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직원평의회를 통해 직원들의 의사결정 참여 증진

직원평의회는 직원을 대변하는 자치기구로 평의원과 의장단으로 구성된다. 평의원은 각 부문을 대표하는 직원으로 사업 부문별로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의장단은 평의원의 대표격으로 의장, 부의장, 수석위원으로 구성된다. 직원평의회의 구성원들은 상시적으로 업무 환경에 대해 직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월 1회 직원평의회를 개최하여 팀장회의에 상정할 안건을 결정한다.

직원평의회는 사내 근무여건, 복리후생, 조직문화, 직원의 채용, 징계, 해고 등 조직 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예를 들면,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 과정에 직원평의회에서 추천한 직원들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의결권을 가지고 실무 면접뿐만 아니라 최종 면접까지 참여한다. 그 밖에도 이들은 경영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특정 정보가 전직원에게 공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경영진에 이를 요구할 수 있다.

김영훈 대표는 직원평의회의 목적에 대해 “팀장이나 경영진은 회사 성장을 중심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근로조건이나 노동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기업 성장과 노동환경이 균형있게 논의되기 위해서는 팀장, 경영진이 성장에만 치우쳐 있을 때 ‘이것은 이런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라고 답했다.

대학내일은 직원평의회 외에도 팀장회의체와 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월 1회 열리는 팀장회의에서는 경영위원회와 직원평의회의 안건을 공유받으며, 팀장들은 이를 팀운영에 반영한다. 성과 목표는 하향식으로 할당받는 것이 아니라 팀장이 주도적으로 팀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사 예산 수립 과정에도 참여한다.

인사위원회를 겸하고 있는 경영위원회는 각 부문별 최고 책임자들이 모여 사업 및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해 전략을 수립한다. 더불어 채용, 승진, 징계 등의 인사결정과 예산에 대한 검토, 관리 기능을 수행하며, 전사적 자원배분이 필요한 사안은 팀장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원평의회도 조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데, 의장단은 팀장회의에 배석하고, 의장은 노동이사의 자격으로 경영위원회에 참석하여 회사 의사결정에 동참한다.

직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조직이어야 한다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김영훈 대표의 또 다른 노력은 공정한 조직 운영이다. 김영훈 대표는 “라인타기, 줄서기를 하지 않아도 ‘내가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면 충분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의 땀을 탐하지 않는 것”을 경영철학의 하나로 소개하면서, “나의 땀을 일하지 않은 누군가가 착취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중 하나는 투명한 정보 공개이다. 대학내일은 구성원의 연봉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된다고 한다. 회사와 팀의 매출, 이익을 포함하여, 대표이사의 연봉과 지출, 그리고 팀장회의의 결과와 직원들의 건의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도 공개된다.

또 다른 노력은 역량, 성과에 상응하는 대우이다. 김영훈 대표는 “실력과 의지가 있다면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하며,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고,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빨리 법인으로 분리해주는 편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학내일의 자회사 중의 하나인 NHR커뮤니케이션즈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되었다. 김영훈 대표는 “사업부서를 열심히 키워왔는데 ‘(그래 봐야) 이 부서는 대학내일거야’라고 생각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직원들이 땀을 흘린 만큼 대우를 해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인재경영팀 이상엽 책임 매니저는 “직원으로 들어와 대표가 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라고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기회가 주어진다고 인식하는 면이 있다”고 답했다.

역량에 상응하는 대우는 위의 법인분리 사례와 반대 방향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즉, 팀장이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면 다시 팀원으로 복귀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표이사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내일은 3년마다 대표이사의 재임 여부를 투표로 결정한다. 이를 위해 선거위원단이 꾸려지고, 대표는 미래 성장에 대한 공약을 내세워 직원들을 설득한다.

경영철학과 운영 시스템의 정렬

김영훈 대표는 현재의 조직운영 체계를 갖게 된 배경으로 “사람에 대한 인사이트”를 꼽았다. 그는 “마케팅, 세일즈, 리더십 모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고 보니 오늘날의 운영체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사람들은 언제 열심히 일을 하지?’라는 고민에 “시켜서 할 때보다 스스로 할 때 에너지가 넘친다”는 답을 얻었고, ‘스스로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주인이어야 주인의식이 생긴다”라는 결론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김영훈 대표가 고민해 온 다른 한 가지는 일의 목적이다. 그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결국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니까 일을 하러 오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행복을 얻기 위해 일하는 것이니까, 직원들의 물질적인 건강 못지않게 정신적인 건강도 들여다 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내일은 매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만족도’를 측정하고 있는데, ‘소득’, ‘직무’, ‘소통’, ‘휴식’, ‘협동’, ‘사회적 기여’ 측면에서 평가한다.

대학내일의 주요 가치는 팀장 평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학내일은 재무, 리더십, 가치 실천(도전, 혁신, 협동, 연대) 차원에서 팀장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었다. 혁신을 강조하면서 엄격한 승인 절차를 고수하거나, 부서 간 협력을 강조하면서 상호 배타적인 KPI를 할당하는 것처럼 조직에서 강조하는 가치와 실제 운영제도 간의 괴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학내일의 경영방식은 큰 대비를 이룬다.

김영훈 대표는 대학내일의 조직운영 방식이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밀레니얼이 조직 인력의 과반수를 넘은 요즘에는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참여기회를 높이는 운영방식이 더 “경쟁력”있다는 것이다. 주로 밀레니얼로 구성된 대학내일의 퇴사율이 6%에 머물러있다는 사실은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물론 대학내일에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은 있다. 인재경영팀은 최근 2~3년전부터 암묵지 형태로 있던 경영철학이나 가치를 명문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조직이 커감에 따라 소통의 효율을 높일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간관리자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인사 전문가들은 조직원들의 수행을 높이려면 그들에게 충분히 권한을 위임하고, 투명한 정보공유와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넓히라고 말한다. 이러한 조언은 개념적으로 동의하더라도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학내일은 전문가들의 제안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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