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의 ‘다면평가 결과 보고서 해석 비법’에 이어 오늘은 ‘리더십 전략’이란 개념으로 확장시켜 봅니다.
나는 행동하지만 팀원들은 비웃는다(?)
“팀원 코칭하라고 해서 열심히 했는데 코칭 할수록 다면평가가 더 나빠 지던데요?!” 워크숍 참가 리더들의 박장대소를 일으킨 모 상무님의 멘트였지만, 그 분은 진지했습니다.
리더십을 ‘목표 성취를 위해 자발적 추종을 얻어내는 영향력’으로 정의해 본다면, 핵심 키워드는 누가 뭐라해도 ‘영향력’입니다. 그런데 역량사전의 행동지표대로 열심히 행동하면 영향력이 생길까요? 리더의 행동은 구성원들에게 접속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장의 리더들을 코칭 하다 보면, 팀원에게 접속되지 않은 채 혼자 열심히 헛 톱니바퀴를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행동하지만 팀원들은 비웃고 있거나 감흥이 없는 경우가 허다 한 것이지요. 아예 진상같은 리더라면 모를까 참 슬픈 상황입니다. 의도치 않은 ‘리더십 간극’이 생기는 겁니다. ‘리더십 간극’의 개념을 이해하면 ‘내가 열심히 하면 뭔가 될 것이다’라는 착각을 좀 더 현명한 관점으로 바꾸어줍니다.
리더십 간극과 접속의 원리
리더십 간극은 보통 2가지 요인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① ‘신뢰통장’의 잔고 부족 ② 해당 역량을 완결시키는 주변부 요소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향력 희석효과’입니다. 죄송하지만 행동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생각하는 완전한 착각형 유형은 제외합니다.
예를 들어, 리더는 위임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구성원은 ‘위임’에 대해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신호들이 보이면, 위의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첫 번째, 내 신뢰통장의 잔고입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내가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면, 고급 스킬을 동원해 무엇을 하더라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합니다. 내가 의도한 ‘소통’이 ‘잔소리’로 받아들여지고, ‘위임’은 ‘방임’으로 비춰집니다. 신뢰통장에 적금하는 방법이요? 간략히 말해 리더만족도(2부에서 언급)의 요소와 유사합니다. 세부 요소나 방법은 또 다음 기회를 봐서 나누겠습니다.
두 번째, 전혀 의도치 않은 희석효과 때문인지도 봐야 합니다. 희석효과는 나는 좋은 ‘의도’로 열심히 ‘행동’ 했지만, 주변부 요소로 인해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주변부 요소란 리더십의 어떤 영역을 완성(나의 의도⇒ 행동 ⇒ 의도된 파급효과)시킬 때 하나의 핵심 행동만으로는 의도한 만큼의 파급효과가 나오지 않고, 핵심 행동과 관련된 주변부 리더십 요소 또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 행동은 말그대로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실행을 위해 상황에 맞게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구성원 입장에서 우리 리더가 전략적 의사결정 역량이 높다고 느낄려면 어떤 요소가 더 필요할까요? 전략을 만드는 고충과 과정을 알아야 하고, 전략의 논리적 타당성이 구성원에게 설득이 되어야 하며, 그 전략의 의미가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고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야 ‘우리 리더가 전략을 잘 세우고 신뢰도 있는 결정을 잘 하는구나’라고 느끼겠지요.
즉, 전략적 사고(핵심 행동)만 높다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부 요소(과정 공유, 타당성, 설득, 비전연계, 실행지원 등)가 없으면 구성원은 ‘머리 좋은 리더의 일방적 전략 하달’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애써 찾아간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음식 맛은 참 좋은데 데코레이션이 헝클어져 있고 소스가 접시 여기저기에 묻은 채 둔탁한 접시 놓는 소리와 함께 서빙이 된 상황과 비슷하지요. 구성원 대부분은 분류하지 않고 느낌으로 평가합니다. 많은 경우 이 희석효과 때문에 리더십 자체가 쉽지 않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1부에서 언급된 KEL의 법칙처럼 팀원은 당신의 생각보다 멀리 있습니다. 관점도, 마음도 멀리 있습니다. 접속이 쉽지 않은 거죠. 예를 들어 리더 자신은 권한위임을 한다고 했으나 팀원 입장에서는 위임의 절차가 ‘공식적’이지 않았을 경우, 좋은 의도였던 당신의 리더십 행동은 증거도 없이 희석되어 버립니다. 위임이 아니라 단순한 ‘업무지시’였던게 되는 거죠.
그리고 팀원이 ‘위임’을 받아 만들어온 기획안을 검토하면서 나도 모르게 ‘엄격한 심사위원’이 되어 버리는 순간, ‘위임을 받았다’라는 느낌은 증발되어 버립니다. 단순히 리더의 성격이 매우 꼼꼼하거나 전략적 사고가 뛰어나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지만 팀원은 그것을 알 리 없습니다. 즉, 접속이 되어 구성원들도 내 의도를 느끼게 하려면, 취지 설명과 설득, 때로는 명확한 어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위임 초기에 위임코칭(권한책임, 자원, 지원 등을 서로 나누는 코칭)을 진행하거나, 의견을 반영할 때도 ‘김차장의 의견을 반영해서…’라는 명확한 언급이 필요합니다.
진상 꼰대만 권위적인 인상을 줄까요? 팀원의 사정을 몰라줘도, 안되는 사업을 계속 진행해도, 리더가 자기 속을 잘 보이지 않아도,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도 구성원들은 리더에게 권위의식과 거리감을 느낄 수 있고 편향된 시각으로 관련 증거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리더십 영향력의 결과는 조직풍토를 만들어냅니다. 리더인 내가 적극적이든 수동적이든 거기에 맞게 풍토가 조성이 되어가는 거죠. 단위 조직의 조직풍토가 회사 전체 문화보다 훨씬 강력하게 성과를 좌우한다는 것은 현장에 계신 분은 다들 공감할 것입니다. 조직풍토는 구성원들 입장에서 ① 명확한 방향성 ② 자율성 ③ 적절한 관리 ④ 성장감 등을 느끼는가로 귀결되고 그에 따라 구성원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행동패턴을 표출하기 시작합니다. 그 행동패턴들은 종종 효과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관심, 심한 경쟁, 복지부동, 리더의 관심사에만 집중, 정치적 줄타기 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무서운 적응인 셈입니다.
[리더의 성실한 톱니바퀴가 의도대로 구성원의 톱니바퀴와 접속되는 것은 아니다]
내 톱니바퀴를 돌리면 구성원들의 톱니바퀴와 접속되어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아예 톱니바퀴가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이가 맞지 않아 서로를 마모시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본질에 다가서기 – 리더십 성찰을 넘어 리더십 전략으로
다면평가와 맞닥뜨렸을 때도, 우리는 원래 하려고 했던, 해야 할 일을 하면 됩니다. 그게 뭐였을까요? 각 조직의 리더들이 조직의 신호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리더십 전략을 세워 실천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면평가를 넘어 회사에서 행하는 모든 평가와 교육의 목적이겠지요.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옷을 눈치보며 입으려 말고, 나만의 리더십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다행히 이때 다면평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리더십 전략’은 나의 조직과 내 리더십 특성을 이해하고, 내가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리더십 발휘 전략을 설정함을 말합니다. 하나 밖에 없는 내 리더십 전략인 것이지요. 리더십 전략수립은 보통은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여기서는 간략한 개념정도만 소개합니다.
- 나만의 리더상 설정 : 나는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가?
- 내가 관리하는 조직의 조직상 설정 : 우리 부서는 3년뒤 어떤 모습이 되길 바라는가? 바라는 팀원상,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 핵심성과목표, 필요한 변화 및 자원 등
- 내 리더십 특성 이해: 나는 어떤 리더인가? 강점과 보완점, 성격특성, 예상 파급효과, 내가 만들 조직풍토 예측 등
- 리더십 전략 플래닝 : 목표한 리더상, 조직상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개인적 개발 영역, 주변 자원 활용 및 환경조성을 통해 발휘할 영역, 실천 및 후원환경 조성 등
[조직+구성원+나의 지향점을 통합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목표를 기반으로 개인노력과 주변자원활용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천한다]
리더십전략 수립 시 놓칠 수 있는 관점들
해당 주제는 다면평가와 리더십 강화를 고민하는 HRer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최강의 법칙 + 최소의 법칙
지금까지 대부분의 리더십 평가와 교육은 약점 보완형이었습니다. 약점을 보여주고 반성시키며 어떻게 보완할 지 계획을 세우라는 압박형 방식이지요. 다들 경험하셨지요? 허나 세상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을 보세요. 약점 보완을 통해서 그 성과를 만들었을까요? 자기 강점을 명확히 알고, 그 날개를 활짝 편 결과입니다. 다만,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때 혹시 발목을 잡을 요소가 있다면 여러 방식으로 보완하는 정도로 접근했습니다.
강점은 순풍에 활짝 펴질 돛과 같으며, 약점은 배 옆구리의 작은 구멍과 같습니다. 돛을 먼저 펴고 그 작은 구멍은 여러 방법으로 서서히 막아 나가면 됩니다. HRer들은 그 ‘약점보완 우선’이라는 방식을 버리기 쉽지 않습니다. 보여주기 쉽고 극적이거든요. 독이 든 성배이지요.
2. 혼자 슈퍼맨이 되려 애쓰지 마세요. 주변에 자원이 많습니다.
또 한가지 달콤한 유혹은, ‘개인적으로 어떻게 역량개발 할 건지 계획서(IDP) 써서 제출하세요’라는 식의 개인 추궁형 접근입니다. 리더는 슈퍼맨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쏟아지는 이슈들을 처리하기에도 온 에너지가 소진되는데, 자꾸 모든 리더십역량(성과관리, 조직관리, 동기부여, 전략제시, 소통문화 등)을 다 갖추라고 강요합니다.
그 반성문(IDP)은 실천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성격’이라는 측면이 큰 요인이 되지요. 만약 내성적이고 사교적 친밀감에 어려움을 느끼는 리더에게 자꾸 사교적이 되라고 실천계획을 강요한다고 지속가능한 행동을 보일까요? 한두번은 하겠지만 절대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런 행동을 할수록 그 분은 에너지가 더 빨리 소진되어 버립니다.
리더십 전략에서는 두가지 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①내가 개인적으로 개발 노력할 영역, ②(나는 지원만 하고) 주변의 자원을 활용해서 그만큼의 효과를 내게 하는 영역입니다. 먼저 본인이 에너지가 뻗치는 성격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순위입니다. 그리고 개인이 개발할 수 있는 영역과 어려운 영역을 냉정히 구분해 보는 거지요. 본인이 창의적 사고가 도저히 잘 발휘되지 않음을 인식했다면 창의적 사고 관련 책을 20권 읽기 보다는, 주변에 그런 것에 비교적 능한 팀원을 활용하여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시키고, 창의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옹달샘처럼 솟아나게 하는 회의 방식, 의견 수용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리더십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접근하는 과정 자체까지 어려워서는 안될 것입니다. 모든 현장의 리더들이 스스로 자기 리더십과 조직관리의 맞춤형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HRer들은 사전 후 교육 및 소통의 장, 코칭, 관련 지원 제도를 통해 리더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감과 방법론을 제공하여 그 역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질책(평가) 후 방치하거나, 일괄적으로 한가지 옷을 입히려는 순간 꼬리가 다시 몸통을 흔들어 댈 것입니다.
3회에 걸쳐 여러분과 만난 이 글은 현장 리더들을 위한 위로의 글입니다. 다면평가에 숨죽여 방황하는 현장의 리더분들이여! 누구보다도 지금까지 참 잘 왔습니다. 이제는 다면평가라는 ‘꼬리’를 제대로 활용하여 몸통이 원하는 균형과 소통, 그리고 나만의 리더십 전략을 만들어 가도록 합시다! 거꾸로 되기 전이면 더욱 좋겠지요!
그리고, 향후에는 ‘다면평가’라는 듣는 순간 주눅들게 하는 용어보다는 좀더 희망을 주고 건강함을 지향하는 ‘다면진단’이란 용어가 더 널리 쓰여졌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봅니다.
1부: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댈 때 – 다면평가는 나에게 무엇인가?
2부: 이것은 나에게 무슨 신호일까? – 다면평가 보고서 해석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