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3부작으로 2부는 5일에 발행됩니다.


 

20년 가까이 외부 컨설턴트와 인하우스 담당자로서 HR 일을 하면서 많은 회사를 경험했고, 이런 저런 조직에 소속되어 일해왔다. 몇 개 그룹과 몇 개 회사의 조직문화 모형을 직접 만들어 진단을 하고, 결과를 도출하여 점수를 제시했다.

인사팀이나 조직문화 담당자들은 “점수가 향상되어서 조직문화가 개선됐네요”라는 피드백을 주었고, 나 또한 조직문화 점수가 높은 조직과 낮은 조직을 구분해서 여러 점수의 높고 낮음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원인을 찾아 제시했었다.

그러나 지금 한 조직에서 5년째 조직문화 진단이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이런 행위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물론, 조직문화 점수라는 것이 별로 가치가 없거나 의미하는 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진단이 그렇듯이 조직문화 진단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다시 말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하고 있는 조직진단 설문은 나름의 영역을 가진다. 주요 설문 영역은 다음과 같다.

  • 리더십
  • 커뮤니케이션
  • 일하는 방식
  • 조직간 협업
  • 인사제도에 대한 만족도
  • 경영진에 대한 신뢰
  • 조직구성원들간 신뢰
  • 업무환경

이 정도면 회사의 조직문화와 관계된 것들을 모두 점검하고, 개선점도 파악하고, 매년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 확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너무 멋있고 정제된 단어들로 포장된 채 진짜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것들을 물어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점수들이 오르면 조직문화가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조직문화 진단 점수는 좋은데, 블라인드(Blind)에는 왜 직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으며, 조직문화 점수에 대해 직원들은 왜 쓴웃음을 짓는 것일까?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은 조직문화 진단 점수에 목을 메는 리더들이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을 닦달하는 것이다. 점잖은 말로 협박하거나, 진단 후 설문에 낮은 점수로 응답한 직원들을 찾아내 이른바 ‘보복’을 가하는 행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점수는 오르고 있는데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조직문화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적 방법으로 숫자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거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다음에 말하는 것들은 어떤 조직진단 설문에서도 물어보지 않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주관식 문항에 비슷한 응답을 하는 경우는 많이 보아 왔으나, 대부분의 조직문화 진단에서 주관식 문항은 단순한 ‘참고’로 보는 자료로 밖에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점수가 있으니까. 점수로 조직 내 조직문화 수준 서열이 이미 매겨지기 때문에 주관식은 사실상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 당신이 그리고 내가 속한 회사의 조직문화가 절대 수평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직진단 설문지의 밖에서 한번 찾아보려고 한다.

1. 도덕성, 윤리성에 문제가 있는 직원들을 쉽게 용서하고, 그들이 부끄러움 없이 버젓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그 회사의 조직문화는 ‘횡령, 성희롱, 갑질, 폭행’의 조직문화를 가진 것이다

그 회사의 조직문화로 소개된 “도전, 열정, 혁신”과 같은 멋진 단어는 볼 필요도 없다. 그 회사의 조직문화는 횡령의 문화요, 성희롱의 문화다. 진단을 백번하고, 조직문화 점수가 100점이 나와도 이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윤리경영을 표방한다. 윤리를 실천하자고 다짐하고, 서약까지 받아낸다. 직원들은 별다른 감흥없이 매년 서약서에 서명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윤리서약이 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회사들이 내부의 부정과 도덕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딱 감고 있다.

어느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와 상관없이 법인카드로 억대의 술을 마시고 다닌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들은 당연히 징계해고 되고, 형사고발도 되는게 맞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들은 지위를 잃지 않고 버젓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승진까지 했다. 억대라는게 1억 남짓이 아니라 5억이 넘는 돈이었다. 회사의 공금이 이들의 유흥비로 강남 룸싸롱에 뿌려졌다. 회사의 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아직도 회사에 있는 것에 대해 이른바 동기 또는 비슷한 연배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쉬쉬하며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사팀 또한 이 문제에 대해 합당한 처분을 하지 않고 있었다.

팀장이 신입사원을 폭행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신입사원을 폭행한 팀장은 회사를 다니고, 맞은 신입사원은 사표를 냈다. 그 팀장은 고참 부장으로서 지금은 임원을 꿈꾼다고 한다.

성희롱 사례는 말할 것도 없다.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면, 회사는 이 문제가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쉬쉬하기에 급급하다. 인사팀은 사실 관계를 명확히 따진다면서 그 사건이 정말 성희롱인지 둘 사이에 정말 무슨 ‘썸’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닌지 찾아내는 일을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어떤 잘못을 한 것은 없는지’ 캐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인다. 

과연 직원들은 어떻게 느낄 것인가? 회사 돈을 횡령해 술을 먹어도, 여직원을 성추행해도, 신입사원을 주먹으로 때려도 버젓이 다닐 수 있는 회사라면 그 회사의 문화는 열정과 도전인가? 아니면 폭행과 횡령과 성희롱인가?이런 조직은 아무리 좋은 조직문화 모형을 들이대도 소용없다.

조직문화 이전에 도덕성과 윤리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또한 도덕성과 윤리성도 조직문화의 일부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문화 진단 대부분이 도덕성과 윤리성을 직접 묻지않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당연한 것들이 일상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묻고 점검하는 것이 맞다. 조직문화는 직원들이 매일의 일상에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 글은 Silentemployee님이 기고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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