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롯데인재개발원에서는 임원 역량 교육에 VR을 활용하고 있다

VR(Virtual Reality)은 더 이상 게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조, 리테일, 의료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고객 경험 향상 및 브랜드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V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LOWE에서는 VR을 활용하여 물건을 사기 전 해당 상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출처: Lowe’s Home Improvement]

VR 활용은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잠재적 내부 고객인 지원자 모집부터 채용, 신입 직원 온보딩, 교육 등 HR의 다양한 영역에서 VR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너럴밀은 VR로 회사 모습을 담아 대학교 리쿠리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출처: 제너럴밀 블로그]  

국내에서도 VR을 직원 교육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GS 칼텍스, 철도공단, 롯데인재개발원을 포함한 몇몇 기관들은 이미 VR을 도입,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VR을 도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보다 효과적인 직원 안전 교육을 위해 이를 적용한다. 반면 롯데인재개발원에서는 임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해 VR을 활용하고 있다.

롯데인재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VR 기반의 상황판단검사를 신임 임원 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상황판단검사는 지원자의 업무 수행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시뮬레이션 검사이다. 이 검사에서는 응시자에게 특정한 직무 상황을 제시하고, 이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응답하게 하는데, 보통 지필형으로 실시되어 왔다.

VR 기반의 상황판단검사를 개발한 롯데인재개발원 피플 이노베이션 랩의 이중학 매니저에게 그 도입 배경과 실행 성과에 대해 직접 물어보았다.

[롯데인재개발원 피플 이노베이션 랩 이중학 매니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교육 예산부터 줄이는 와중에 롯데인재개발원에서 VR을 적용한 상황판단검사를 개발한 것이 눈길을 끈다. 도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 롯데가 주력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회장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사항이고, 이에 따라 각 사업부에서도 AI, VR, AR 등 다양한 기술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조직의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에 구성원들한테 집합식 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보다 교육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되어 VR 을 도입하게 되었다.

VR을 상황판단검사에 적용한 것이 굉장히 흥미롭다. VR 기반의 상황판단검사를 개발하게 된 경위를 설명해달라.

피플 이노베이션 랩은 주로 역량 진단, A&DC, 리서치를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심리 측정 및 산업 심리에 관심이 있었다. 작년에 BPS(The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에서 인증하는 어세스먼트 자격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만난 컨설턴트들이 VR 기반의 상황판단검사를 연구, 개발하고 있어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국에서 만난 컨설턴트들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언어, 비용 등의 문제가 있어서 일정 부분은 그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롯데인재개발원 자체적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개발 프로세스, 소요 기간 등 개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롯데에는 각 직급, 직책에 요구되는 역량 모델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래 역량에 대해서는 별도로 준비된 것은 없었다. 최근에 내부적으로 4~5년 후에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 것인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이에 따라 팀에서 리서치를 통해 기민성과 융합을 미래 역량으로 도출하였다.

상황판단검사를 개발하기 위해 기민성과 융합이 잘 발현되는 사례를 수집하여 최종적으로 9개의 상황을 개발하였고, 최고 임원들과 논의를 통해 채점용 답을 결정하였다.

VR에 사용되는 영상은 보통 애니메이션을 많이 사용하지만,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보다 사실적인 영상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실제 배우를 캐스팅하여 각 상황을 촬영하여 만들었고, 총 2~3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검사는 신임 임원의 역량 개발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검사를 실시한 후 신임 임원 각자의 반응 결과와 차기 CEO 들의 응답 패턴을 설명함으로써 최고 임원들이 특정 상황에서 보이는 생각,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VR 기반의 상황판단검사를 경험한 임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가?

반반이었던 것 같다. “HR에서도 하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었네. 우리도 바뀌어야겠다”, “이거 참 재미있다. 직원들한테도 경험하게 해주어야겠다”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거나, “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 말고 직원들이 이런 경험을 많이 해줄 수 있게 해달라”라고 요청을 하신 분들도 계신다. 반면에 “돈 많이 들였을 것 같은데 굳이 이런 것을 왜 하나?”라고 말씀하신 분도 계신다.

개발 또는 운영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개발과 관련해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운 점이다.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서 배우들을 기용했던 것인데, 이 분들이 직장 생활이나 업무 경험이 없다 보니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운영 관련해서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는 것이 어려움인 것 같다. 영국심리학회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성인의 경우 VR을 15분 이상 사용하면 어지럽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VR을 사용하는 동안 체험자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낙상, 부딪힘 등 안전 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앉아서 진행하였다. 이 점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VR 개발비는 자체적으로 할 경우 절약할 수 있지만, 디바이스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만약 적용 대상이 늘어날 경우 디바이스 구입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장해물이 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하다고 백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vR을 씌워주고 직접 경험하게 해준 것이 훨씬 파급력이 컸다”

VR 상황판단검사에 대한 조직 내부적인 평가는 어땠는가?

그룹의 주요 이슈나 메세지를 방송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하다고 백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VR을 씌워주고 직접 경험하게 해준 것이 훨씬 파급력이 컸다. VR 상황판단검사를 경험한 임원들은 “아 이렇게 세상이 바뀌고 있구나”라고 체감했던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 돌아가서 메세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한 것 같다. 전파되는 속도가 다른 때보다 훨씬 빨랐다.

우리 팀도 조직의 전략 방향성에 맞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팀 내에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VR 상황판단검사 2탄을 가보자”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제약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신임 임원에 집중해서 사용할 것 같다.

VR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큰 것 같다. 어떻게 하면 HR 담당자들이 VR, AR 등의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팀장, 임원을 설득할 수 있을까? 비법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IOT, AI 등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고,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교육은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있는 경향이 있다. 결국 교육의 목적은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의를 하고, 시험을 본들 새로운 것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었을 때의 효과에 비견할 수 없을 것이다.

기술의 장점은 그 효과가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점인 것 같다. 기술 도입은 그에 대한 반응, 전파가 빠르기 때문에 HR이 눈에 띄는 성과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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