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의 잠재력 발견과 개발

리더십 프로그램

심리적 안전감의 한계 효과

심리적 안전감은 리더십, 조직문화를 다루는 글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특히, 팀 효과성을 결정하는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실행된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한 변수로 밝혀지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심리적 안전감이 직원들의 의견 제시, 주도성, 혁신, 학습 등에 긍정적인 영향은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모든 직무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할까? 안전과 관련된 일과 같이 표준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일에도 심리적 안전감이 긍정적인 영향은 미칠까? 정교하게 표준화된 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높은 심리적 안전감이 오히려 생산성을 낮추는 것은 아닐까?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업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와 연구자들은 “많은 직무들이 고도로 표준화되어 있어 직원에게 업무 수행에 대한 자율성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는 반복적이고 수행해야 할 과제 내용이 분명한 것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이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복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도리어 업무 성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심리적 안전감과 일상적인 업무 수행 간의 관계가 선형적이지 않을 것이라 가정한다. 즉, 심리적 안전감이 높을수록 업무 수행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수준까지는 업무 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테지만, 특정 수준 이상이 될 때에는 업무 수행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통신, 기술, 재무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지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시점 1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측정하였고,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 2에는 그들의 상사로부터 직원 평가를 요청하였다. 직원 평가의 내용은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하는지를 묻는 것으로 “이 직원은 직무기술서에 명시된 책임을 다한다”와 같은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자, 심리적 안전감이 업무 수행에 미치는 한계 효과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심리적 안전 풍토(psychological safety climate)는 4 수준(80 백분위수)까지는 이것이 높아질수록 업무 수행도가 높았지만, 이 수준을 넘어가면 긍정적인 영향이 급격히 감소하여 4.75 수준(97.5 백분위수)부터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심리적 안전감이 직원들의 혁신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는 것이다. 즉, 심리적 안전감이 혁신,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활동에 미치는 한계 효과를 밝혔다는 것이 이 연구의 의의이다.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 직무에 따라 요구되는 혁신의 수준과 범위가 달라진다. 이를 테면, 신생 기업일 때에는 모든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성숙기에 이르면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이 성과에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조직 안에서도 혁신이 요구되는 수준은 부서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은 심리적 안전감 풍토가 기여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최대화하기 위해 어떤 접근을 취할 수 있을까? 조직 성장 단계별로 심리적 안전감의 수준을 다르게 조성해야 할까? 부서마다 각기 다른 수준의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집단적 책임감(Collective accountability)이 심리적 안전감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충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선행 연구에서 책임감이 높은 구성원은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결과를 더 신중하게 평가하고, 이로 인해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고 더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적 책임감이 높다면 직무, 성과에 대한 책임 의식을 높여 조직의 목표와 목적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심리적 안전감이 높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완충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가정을 검정하기 위해 바이오 의료 스타트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앞서 진행한 조사와 같이 시기 1에는 심리적 안전감과 집단적 책임감을 측정하고, 시기 2(시기 1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그들의 상사로부터 직원 평가를 요청하였다. 집단적 책임감은 업무 수행에 대한 책임 의식을 묻는 질문들로 “우리는 직장에서의 행동에 대해 매우 책임이 있다”, “직장의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우리의 성공 혹은 실패에 달려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직장에서 우리의 노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등이 포함되어 있다.응답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집단적 책임감은 심리적 안전감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적 책임감이 낮은 경우에는 심리적 안전감이 업무 수행에 미치는 한계 효과가 나타났다. 즉, 심리적 안전 풍토 수준이 3.34를 초과하면 오히려 업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 집단적 책임감이 높은 경우에는 심리적 안전감의 한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결과 해석을 위해 동일한 방식으로 하이테크 IT, 소매업 환경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앞의 연구들과 일치된 결과를 확인하였다.

심리적 안전감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심리적 안전감은 직원들의 의견 제시, 창의성, 학습, 혁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촉진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은 일상적인 업무 수행에도 적용된다. 단, 심리적 안전감이 높을수록 업무 수행 또한 선형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한계 효과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즉, 적정 수준까지는 심리적 안전감이 업무 성과를 촉진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반대로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충하는 것 중 하나는 집단적 책임감이다. 자신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책임 의식을 높임으로써 조직의 기대에 부합하는 행동을 선택하고 실행하게 하는 것이다. 집단적 책임감이 잘 발휘되기 위해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기대 역할과 성과 기준을 명확히 전달하고 이것을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여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책임 추궁에 의해 집단적 책임감이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 성과에 영향이 없다’라던가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하지 않은 직무, 조직도 있다’라는 식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에게 행동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는 조직의 목적, 직무 책임, 성과 기준 등 개인과 팀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결과를 명확히 제시하고, 자신의 일에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한위임 등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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