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하면 업무에 대한 간단한 피드백부터 브레인스토밍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 동료들과 의견을 주고받게 된다. 나의 그리고 우리 팀의 결과물을 개선시키기 위해 동료에게 의견을 요청하고, 나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유독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유독 내 의견만 무시하는 부하, 동료가 있는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의 말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견만 무시하는 경우라면 나에 대한 신뢰의 문제일 수 있다. 피드백을 ‘객관적 정보’가 아닌 자신에 대한 ‘편견에서 오는 주관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 “또 꼬투리 잡네”라고 치부하며 피드백을 무시하는 것이다.

피드백 수용의 핵심 조건, 신뢰

실험심리저널에 연구를 발표한 심리학자들은 비판적인 피드백이 수용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핵심적이라고 말한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을 때 비판적인 피드백이 수용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신뢰가 낮다면, 비판적인 피드백이 편견에서 오는 그릇된 의견이 아님을 확인시켜야 피드백이 수용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신뢰가 피드백 수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한 학교의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설계하였다. 교사는 백인이고, 학생은 백인과 흑인이 포함되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작성한 에세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해라”, “예시를 추가해라”, “좀 더 다듬어야겠다”와 같이 평상 시 지도하는 것처럼 첨삭을 남기되, 연구자의 요청에 따라 두 유형의 피드백을 추가하였다.

피드백 중 하나는 “내가 이렇게 첨삭을 남긴 이유는 굉장히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고, 네가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와 같이 학생에 대한 신뢰를 표현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중립적인 내용으로 “내가 이렇게 첨삭을 남긴 이유는 네 에세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야”이었다.

연구자들은 흑인이 다른 유색 인종에 비해 백인에 대한 불신이 더 높기 때문에, 백인 교사가 비판적인 피드백을 할 경우 그것이 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편향에서 비롯된 것인지, 건설적인 정보인지 피드백 준 사람의 의도를 추론하는 과정이 개입되고, 그에 따라 피드백 수용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피드백의 유형에 따라 학생들이 에세이를 수정하는 행동이 달라졌을까? 그리고 그 행동은 학생의 인종에 따라 달랐을까?

[출처: Yeager, D.S. et al(2014), Breaking the Cycle of Mistrust: Wise Interventions to Provide Critical Feedback Across the Racial Divid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백인 학생은 피드백의 유형에 상관없이 에세이를 수정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흑인 학생은 높은 기대와 신뢰를 표현한 피드백을 받은 경우에는 에세이를 수정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중립적인 피드백을 받은 경우 그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중립적인 피드백은 흑인 학생으로 하여금 교사의 비판적인 피드백의 진위를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백인 교사가 객관적으로 피드백을 준 것이 아니라 인종에 대한 편향을 가지고 부당하게 비판적인 피드백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여 에세이를 수정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교사, 학교에 대한 신뢰가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의 결과를 비교하였다.

[출처: Yeager, D.S. et al(2014), Breaking the Cycle of Mistrust: Wise Interventions to Provide Critical Feedback Across the Racial Divid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분석 결과, 교사, 학교가 자신과 자기의 인종을 공정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는 흑인 학생은 중립적인 피드백을 받더라도 에세이를 수정한 비율이 82%에 달했다. 반면, 교사, 학교에 대한 신뢰가 낮은 학생들은 중립적인 피드백을 받은 경우 수정본을 단 한명도 제출하지 않았다.

위 연구는 조직문화와 개인 간 소통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개인의 특성에 따라 서열화하고 차별하는 행태가 만연하다. 공채와 경력직, 정규직과 계약직 등 출신, 신분, 성별에 따라 암묵적으로 혹은 공공연히 차별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조직 내 불공정한 서열 문화가 만연할 경우 건설적인 의견도 편향된 의견이라고 해석되어 소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개인 간 소통도 마찬가지이다. 간혹 팀, 조직을 위해 좋은 의견을 내지만 주변에서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을 무시하는 어투나 태도를 표출했을 수 있다. 평상 시 타인을 낮춰보는 태도가 그의 의견의 타당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연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시피, 조직원 사이에 불신이 높을 때에는 신뢰를 표출함으로써 소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비판이 아니라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발전을 위한 피드백임을 전달할 때 비판적인 의견도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