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임금 공개를 자처한 이유

소셜미디어 관리 도구를 제공하는 버퍼(Buffer)는 전 직원의 임금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공개하고 있다. 버퍼처럼 모든 사람에게 임금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홀 푸드(Whole Food), 버브(Verve)를 포함한 일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임금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업들은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윌리스 타워 왓슨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19%는 임금 투명성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이미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였으며, 올해 안에 또는 향후 3년 이내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 또한 각각 20%,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시적, 암묵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왔던 임금 공개가 이처럼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버퍼 블로그 갈무리]

임금정보 유출은 어차피 막을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연봉 관련 정보가 공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근로계약서에 비밀유지 항목을 삽입하고 있지만, 내부 직원들이 서로의 임금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임금 정보는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로도 유출된다. 채용 포털에서는 기업의 연봉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익명 앱이나 커뮤니티에서 임금을 묻고 답하는 광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보다 높든 낮든 간에 부정확한 정보는 지원자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기업에 대한 신뢰 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

공정임금에 대한 요구는 임금정보 공개 법제화로 이어지고 있다

성별, 인종에 따른 임금 차별은 오래된 관행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부당한 임금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금정보 공개를 법제화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 내에서 남녀 임금격차 큰 독일은 2017년 3월 근로자에게 임금 결정기준 및 절차, 동일 직무 수행자의 임금 정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임금 구조 투명화 법안(Entgelt-transparenzgesetz)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는 공정임금 체계 확립 및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직종별, 고용형태별, 성별에 따른 임금분포 공시제와 비교대상 노동자에 대한 임금정보 청구권 신설 및 노조·노동자 대표에게 차별시정 신청권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와는 별개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은 동일가치 노동을 하는 근로자의 임금 정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대표로 발의하였고, 현재 해당 안건은 위원회 심사 중이다.

해당 법안의 신설, 통과 여부를 지금 단정할 수 없지만, 만약 현 정부체제에서 실행되지 않더라도, 공정임금과 정보공개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임금 투명화(pay transparency)가 주는 이점이 더 크다

조직원의 임금을 공개하면 조직 내 갈등, 퇴사율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지만 실제로 임금 투명화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정성 지각 향상, 인재확보 용이성 등 긍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보고한다.

1986년부터 전 직원에게 임금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홀 푸드의 CEO 존 맥키는 해당 정책의 이점으로 “임금을 둘러싼 뒷말(gossip), 편애, 족벌주의를 차단하고, 직원들이 커리어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되며, 조직원들이 연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In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버퍼의 PR 매니저인 헤일리 그리피스는 “임금 데이터를 공개한 후 입사 지원자가 엄청나게 늘었다”라고 타임지에 밝혔으며, 썸올(SumAll)의 CEO 데인 앳킨슨은 “퇴사율은 10% 미만으로 동종 업계 대비(30~50%)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워크포스에 말했다. 채용 과정에서 임금협상의 어려움이나 협상 실패로 인한 재채용 비용 감소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임금 투명화가 주는 이점이 많은데 왜 기업들이 이를 시행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물론 기업들이 임금정보 공개를 꺼려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

기업들은 임금정보를 공개할 경우 직원들 간 급여 비교에 따른 사기 저하, 불만 증가를 우려한다 

하지만 임금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스케일(PayScale)의 조사에 따르면, 임금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기업들이 우려하는 불만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당신의 임금은 다른 사람들이 받는 것과 비교할 때 어떻습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1%는 자신의 임금이 다른 사람들보다 낮게 측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77%는 시장 시세대로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12%는 시장 시세보다 더 높게 받고 있었다.

즉,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임금 수준에 대해 부정확하게 지각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공개하면 경쟁사에게 인재를 뺏기거나 자발적 퇴사가 증가할까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썸올의 사례와 같이 임금 투명화는 퇴사율을 낮추거나 큰 관련이 없다. 버퍼의 그리피스는 급여 정보를 공개하기 전, “경쟁자들이 20,000달러를 더 얹어주고 우리 기술팀을 빼앗아 가면 어쩌지?” 하며 두려워했지만, “괜한 두려움이었을 뿐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버브의 CEO 컬럼 니거스 팬시 또한 “임금 투명화를 시행한 이후에 퇴사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라고 밝히며 “왜 누구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받는지 설명을 듣기 위해 몇몇 직원들이 찾아왔을 뿐”이라고 포브스에 전했다.

물론 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형평이론에 근거해 추론해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들인 노력, 자질에 상응하는 공정한 결과이지 단순히 자기가 한 것보다 혹은 남들보다 더 큰 결과를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임금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임금 투명화를 결정한 기업들은 공정한 보상제도 수립을 위해 수개월 또는 수년의 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임금체계 재구축에 착수한다. 이를 테면, 각 직무에 대한 시장가를 조사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금 기준을 재설정하고, 관리자를 대상으로 부하직원과 임금에 대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임금정보 공개는 현재도 제3업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정부 정책에 의해 강제될 가능성도 높다. 피할 수 없다면, 임금 투명화 흐름의 선두에 섬으로써 주목을 받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 있다. 기업 홈페이지에  “우리는 투명한 기업, 공정한 조직문화를 추구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게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임금 투명화를 남들보다 앞서 실행하여 지원자와 고객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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