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사교육 담당자는 직원들의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가 상사에게 핀잔을 받았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터프한 조직문화로 인한 높은 퇴사율, 직원들의 무력감을 해결하고자 기획했던 그의 제안은 ‘엉뚱한 소리’, ‘뜬구름잡는 소리’로 치부되고 상사에게 면박만 받고 끝났다고 한다.
조직 성과가 조직원의 수행에 기반한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반면 그 성과가 조직원의 웰빙을 자양분으로 한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행복한 조직원이 행복한 기업을 만들지만, 조직원의 행복, 즐거운 직장이라는 주제를 꺼내면 ‘이상과 현실’이 소환되고, 조직의 우선순위가 아닌 것으로 귀결된다.
조직원의 행복이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정의에 대한 불명확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UC 버클리의 행복 연구자인 에밀리아 사이먼 토마스는 행복은 기쁨, 뿌듯함처럼 순간적인 감정이나 긍정적인 경험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행복은 전반적인 삶의 질에 대한 것으로 분노, 슬픔, 스트레스를 포함한 다양한 감정을 포괄하고, 삶에서 느끼는 의미, 목적과 더 깊게 연관된다고 한다.
[the Greater Good Science Center의 이사장 에밀리아 사이먼 토마스]
직장 맥락에서 행복은 업무에 몰입하고, 자신의 일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녀는 “직장에서의 행복은 내적 동기에 의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에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오는 전반적은 즐거움과 관련된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행복한 직장은 단발적으로 재미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조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그녀는 즐거운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목적(purpose), 몰입(engagement), 탄력성(resilience), 친절(kindness)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목적(Purpose)
목적이란 “자신의 일이 본인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에 가치있다는 것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 UC 버클리의 경영학 교수인 모튼 한센의 조사에 따르면, 고성과자들은 “나는 회사에서 일을 함으로써 돈을 버는 것 외에도 우리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일에 강한 의미를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높은 목적이 투영된 핵심가치를 정립하거나, 조직원의 가치와 조직의 핵심가치를 일치시킴으로써 목적의식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신장투석 전문업체인 다비타는 조직의 핵심가치를 정립하는 데에 후보군 선정부터 최종 결정까지 전 직원을 참여시켰다. 그리고 회계기업인 KPMG에서는 직원들에게 삶과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들의 가치를 내부 정책과 브랜드 메세지에 반영한다.
몰입(engagement)
몰입은 업무를 향해 강한 에너지와 열정을 느끼고, 깊게 몰두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 심리학자인 대커 켈트너는 몰입이 자율감, 호기심, 몰입감(flow)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와 관련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직원들의 몰입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조직의 정서적인 톤을 살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the Greater Good Science Center의 이사장 대커 켈트너]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관리당한다고 느끼는가, 자율성이 허락된다고 느끼는가? 회사, 일이 지루하다고 느끼는가,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느끼는가? 업무 방해 요인이 많다고 느끼는가, 일에 몰입할 수 있다고 느끼는가?
몰입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개인의 강점을 활용하고, 도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의 온보딩 프로그램은 6주간의 부트캠프로 운영되는데, 이 기간 동안 신입 엔지니어들은 선임자들의 지원 아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신입 직원들은 부트캠프를 통해 자신의 강점과 가치에 부합하는 팀을 파악하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자신이 원하는 팀에 합류한다.
탄력성(resilience)
탄력성은 넘어지더라도 금세 튀어오르는 오뚜기처럼 어려움, 실패에 부딪히더라도 금방 툴툴털고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 소진은 탄력성에 치명적인 반면 알아차림(mindfulness),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는 진정성, 휴식은 탄력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점차 많은 기업들은 조직원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구글, 아도비에서는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직원들이 명상을 배우고, 일과 중에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명상을 훈련하고 있는 SAP의 직원들]
존슨앤존슨, 우버를 포함한 여러 기업들은 아예 다양성 및 수용성 부서를 개설하여 조직원들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친절(kindness)
친절은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려는 지향성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지지적, 협력적,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때 행복을 느끼는데 친절이 이러한 친사회적인 관계, 유대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에밀리아 사이먼 토마스는 타인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하고, 공감과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 신뢰를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친절은 개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직 차원에서도 이를 충분히 조형할 수 있다. 푸르덴셜 리얼 에스테이트(Prudential Real Estate)의 CEO 짐 말로지는 친절 문화를 조성하는 데에 앞장선다. 그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꼭 시키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감사 표현이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책상에 둘러앉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을 지명해 고마웠던 상황,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또 다른 예는 엑센츄어의 빌딩 브리지 프로그램이다. 빌딩 브리지는 인종, 종교 등 개인의 삶에서 중요하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주제에 대해 직원들이 모여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직장에서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은 the Greater Good Science Center에서 무료로 측정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