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잡플래닛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법

직장 내 갑질, 폭행 등 조직 내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인용되는 것이 잡플래닛의 직원 리뷰이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잡플래닛을 포함한 기업 리뷰 서비스를 점검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직원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목소리가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잡플래닛이 보유한 기업 정보는 150만 건에 이른다. 잡플래닛은 이같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HR 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월 HR 랩스를 설립하였다.

HR 랩스의 수장인 은진기 연구소장은 미국에서 MBA를 취득하고, 삼성화재 근무 당시 글로벌 HR 프로그램을 이끈 인물로 대기업부터 외국계, 스타트업까지 두루 경험하였다. 국내외 다양한 기업 사례를 겪은 그는 “의사결정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사례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데이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은진기 HR 랩스 연구소장]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그에게 HR 랩스에서 실천하고 있는 애널리틱스는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애널리틱스의 시작은 양질의 데이터이다. 기업 리뷰를 위해서는 회원가입 및 여러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등 분명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남길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직에 만족하는 직원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평가를 남길 것 같다. 데이터 편향이 우려되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잡플래닛은 기업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지원자가 적합한 회사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균형있는 정보이지 부정확한 정보나 한 쪽으로 치우진 정보가 아니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각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강점이나 단점 하나에 편중되거나 명예훼손적 리뷰는 공개하지 않는다. 게시된 정보 중 부정확한 내용은 정정하거나 증빙을 거쳐 삭제한다. 연봉 정보의 경우 기업 담당자에게 우리가 직접 확인하기도 하고, 그들이 입력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다.

정보를 허위로 기입하는 사용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원가입 시 해당 회사의 재직 여부를 입증하지 않는데, 정보의 정확성은 어떻게 확보하는가?

익명이기 때문에 데이터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우리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데이터 왜곡은 많지 않다. 사용자가 리뷰에 남긴 내용과 이력서를 비교했을 때 80% 정도가 일치한다. 불일치한 20% 중 15%는 자신의 익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직군을 다르게 기입하는 정도이며 대체적인 내용은 일치한다. 데이터 신뢰성은 우리도 신경쓰는 부분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필터링을 거친 후 추가적으로 사람이 리뷰 하나 하나를 검증하고 있다.

실제로 애널리틱스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자세히 말해달라.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보고서를 위해 데이터 분석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고, 컨설팅 요구에 따라 분석하기도 하지만 일단 데이터를 자주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서 성추행이 거론되는 빈도가 높아지면 성추행에 대한 전반적인 추세도 살펴보고 기업별, 업종별로 비교하기도 한다.

[잡플래닛 제공]

그리고 잡플래닛의 내부 정보뿐만 아니라 SNS,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도 분석 자료로 삼고 있다. 이들 자료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위험한 이슈에 대해서는 기업 담당자에게 고지한다.

기업 진단을 하는 경우,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해 잡플래닛이 보유한 빅데이터도 활용하지만 해당 기업의 임직원 설문조사 및 포커스 그룹 인터뷰, 담당 헤드헌터 인터뷰 등을 진행하고 필요 시 업종, 직군, 연차 등 특정 요건을 부합하는 잡플래닛 회원에게 설문조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채용 트렌드는 취업 준비생이 검색한 채용공고, 기업 리뷰, 면접 후기 등의 기업 정보 조회율을 분석하여 그들이 선호하는 기업 특성을 파악한다. 그리고 설문을 통해 회사 선택 요소, 기업에 대한 요구사항 등을 조사하기도 한다.

내부 자료뿐만 아니라 외부 자료까지 활용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임직원 설문조사의 경우 기업이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영역이고,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조직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내부 진단과 HR 랩스의 진단 간에 차이가 있는가?

기업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불이익 받을 것에 대한 우려때문에 참여가 낮거나 솔직한 응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잡플래닛은 익명성에 대한 신뢰를 주기 때문에 참여율, 솔직 응답율이 높아진다. 실례로 컨설팅을 진행했던 한 기업의 경우, 내부 진단 참여율이 한 자리수였지만 우리가 실시했을 때에는 그 열배의 응답율이 나오고, 내부 진단보다 솔직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하나는 경쟁 기업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코리아의 IT 직군의 만족도가 3.1점에서 3.7점으로 상향되었다고 하자. 이것 자체로만 의미가 있을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경쟁업체의 해당 수치와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컨설팅을 진행한 A 기업의 경우, 업력이 오래되어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연봉 수준도 높았지만 채용 지원율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신생이고 연봉 수준도 더 낮은 B 기업에 훨씬 밀렸다. 심지어 A 기업의 면접 난이도는 낮았지만 면접에 대한 긍정 경험은 낮은 반면, B 기업은 면접 난이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높았다.

말하자면, 한 기업 내에서 과거 대비 현재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정확한 현황 진단이나 문제 파악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기업과 지원자들의 정보가 있기 때문에 문제 및 그 원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잡플래닛 제공]

많은 기업들이 HR 애널리틱스에 높은 관심이 있지만 쉽게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애널리틱스는 기술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인 것 같다. AI, 머신러닝 같은 거창한 기술이나 데이터 분석가가 없더라도 실무자 수준에서 엑셀만 가지고 얼마든지 유의미한 분석을 할 수 있다. 실무자야말로 조직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널리틱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데 일부 기업들은 지금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를 원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문제 파악부터 가설 수립, 분석 데이터 선정 및 취합, 검증까지 적어도 2~3년은 걸린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면 안하겠다고 나온다.

처음부터 완벽한 데이터, 가설을 구축할 수 없다. 애널리틱스를 실행하고 있는 우리도 잠자고 있던 데이터의 가치를 뒤늦게 발견하기도 하고, 기존의 진단 도구의 문항, 척도를 수정하기도 한다. 데이터 분석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악사(AXA) 아시아 태평양(APAC)을 방문하여 인사총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악사는 성공적으로 해외 주재를 마친 사람들의 성향 데이터를 20년 이상 모았다고 한다. 꾸준히 분석해 보니 본사에서 잘 했던 사람들은 과거의 성공 공식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과가 낮고 이문화 역량이 높은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한다.

이처럼 애널리틱스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되는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무언가 빨리 보여주려는 마음이 강하면 오히려 시작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애널리틱스가 복리 적금같다고 본다. 적게라도 지금 시작하는 사람이 계속 불려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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