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에 대해 상담을 요청한 한 HR담당자는 최근 들어 조직문화가 안 좋아 상황을 개선하고자 인터넷으로 조직문화에 대한 정보를 찾았는데, 너무 어렵게 느껴져 전문가를 찾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뭐라도 해보려고 조사한건데 너무 복잡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단서를 찾고자 조사에 착수한 사람들은 조직문화라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곤 한다. 이를 테면, “요즘 조직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고민에서 ‘조직문화’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지만 이내 “인공물, 가치, 기본 가정에서 드러나는 우리 회사의 문화는 무엇이지?”, “조직문화에 개입하려면 일단 미션, 가치부터 명확히 해야 하는 건가?”,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신뢰와 구성원 참여가 중요하다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지?” 등 정보를 접하며 고민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직문화에 대한 수많은 정의와 설명, 방법론을 마주하면서 오히려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조직문화 개입은 왜 어려운걸까?
입사 지원자부터 재직자까지 자주 논의되는 주제가 바로 조직문화이다. 그러나 “우리( 혹은 그) 회사는 ‘조직문화’에 더 신경 써야해”라는 말에는 사람마다 의미하는 바가 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성과를 더 잘 낼 수 있도록 프로세스 개선’을 요청하는 것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더 나은 복지 혜택’을, 또 다른 누군가는 ‘구성원 간의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 모두가 ‘조직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의 특정 상황을 바꾸고 싶을 때에는 ‘조직문화’라는 포괄적인 인식보다 변화시키고자 하는 상황이나 결과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리더 혹은 구성원들이 “조직문화를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요구한다면 무엇을 문제로 보고 있는지, 기대하는 결과물은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고민도 마찬가지이다. 조직문화 상담을 요청 받아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문화 명확화 및 강화’로 현재의 문화가 우리 조직에 적합한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어떻게 조성해야 하는가?와 관련된다. 이를 테면, 지금까지는 가족적이고, 수평적인 문화였는데 조직 규모가 커진 만큼 문화 변화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문화로 전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다른 하나는 ‘조직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와 관련된다. 지금까지는 조직이 잘 운영되었지만 성장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조직 운영을 점검하여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현재 조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즉각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전자는 조직의 가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고, 후자는 조직 운영과 관련된 주제이다. 무엇이 주된 관심이냐, 개인, 팀, 조직 등 어느 수준에서의 변화를 원하느냐 등에 따라 접근 방식은 각기 다를 것이다. 따라서 가설적이라도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지, 기대하는 결과 이미지는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자신이 원하는 답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조직문화는 방대하고 여러 요소가 서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 영역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그 어느 것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조직문화 개입 탐색 질문
-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 당신이 바꾸고 싶은 것,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결과 이미지)
- 개입의 목적은 무엇인가?
- 어떤 방법이 목적에 이루는 데 가장 부합하다고 판단되는가?
조직문화 개입을 설계할 때 마주하는 또 다른 어려움은 조직문화의 복잡성이다.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조직문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하나의 합의된 정의,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조직문화를 바라보면 연구자의 관점, 정의에 따라 관심 영역이나 접근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문화에 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에 대한 주요 접근 방식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조직문화에 대한 연구 초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인류학에서 연구하듯, 조직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어 가는지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접근을 취하는 연구자들은 구성원들이 어떻게 의미 체계를 공유하게 되는지, 조직이 특정 방식으로 기능하게 하는 기본 가정은 무엇인지, 의례, 신화, 상징물에서 드러나는 조직의 신념과 가치는 무엇인지 등을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이들은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가 목적이므로 조직문화 개입에 대한 구조화된 방법론을 개발하기 보다는 자연 상태에서 조직문화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조직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까?’라는 관심에서 여러 조직 요소 중 하나로 조직문화를 다룬다. 즉, 조직 효과성 향상을 위해 관리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속성으로 조직문화를 다루는 것이다. 이 같이 실용적인 목적에서 조직문화에 접근하는 이들은 성과를 잘 내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을 비교하여 차별점을 도출하고 그러한 속성을 조직에 잘 구축하거나 변화를 통해 조성하는 방법에 집중한다. 이 접근을 취하는 전문가들은 조형, 변화 등 조작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조직문화 구성 요인, 측정 지표, 변화 모델 등 개념화, 구조화가 잘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직문화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수많은 정의와 접근 방식을 마주하게 된다. 이 때, ‘무엇이 맞는 거야?’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것이 해당 연구자가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이해하고 관련 자료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조직문화를 ‘공유된 의미 체계’로 정의한 연구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떻게 공유된 의미 체계를 갖게 되는가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는 ‘핵심 가치 내재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을 수 있다. 정리하면, 조직문화에 대한 여러 접근을 접할 때 ‘무엇이 맞냐?’로 접근하기 보다는 다양한 선택지로 보고 자신의 요구와 상황에 부합하는 접근을 찾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이다.
조직문화 개입이 어려운 이유는 조직문화라는 내재적인 특성에서도 기인한다. 인간의 행동은 가치, 자기 개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에게 특정 행동을 습득시키거나 변화시키는 것은 비교적 쉬우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치, 자기 개념에 위배되는 행동은 유도하기 어렵고 유도했다 하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이 기능하는 방식은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어떻게 일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에 대한 기본 가정과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는 가치관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고 변화에 장기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혹은 내부적인 필요에 의해 조직은 지속적으로 변화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조직 변화의 성공은 조직문화 변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조직문화를 조형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조직문화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