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보다 공정한 성과 평가를 위해서 평가자들을 교육하고, 다면평가를 도입하기도 하였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다면평가 결과에서 유독 동료평가 점수가 낮았거나, 평가 전, 후 리더로부터 ‘단속’이나, ‘색출 작업’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쉽게 그 이유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면평가는 여러 명이 평가에 참여하기 때문에 평가의 정확성, 신뢰성을 높여 주고, 피평가자에게도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위의 예시에서 알 수 있다시피 다면평가 또한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왜곡은 역량개발 목적이 아닌 인사결정용으로 시행될 때 그 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다면평가를 역량 개발용으로 활용한다.

성과평가 기법의 변천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평가 양식을 아무리 정교화해도 평가의 정확성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조직원의 성과는 정확하게 평가될 수 없었을까?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평가 대상의 행동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과 정확하게 평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추진력을 평가해야 할 때, 일단 무엇이 추진력을 나타내는 행동인지 알고 있어야 하며, 주어진 기간 동안(예: 상반기) 발현된 추진력과 관련된 모든 행동을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평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기억하는 것은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주어진 기간 동안 관찰된 인상적인 행동 또는 전반적인 인상을 기반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의지이다. 설령 행동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이를 발휘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왜곡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HR에서 정확한 평가를 강조해도 승진자에게 유리한 평가를 해주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실 ‘정확한 평가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이러한 평가와 등급제가 조직이 가정한대로 성과 향상을 촉진했냐는 것이다.

조직이 상대평가를 통해 얻고자 한 결과는 조직원을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함으로써 그들이 높은 성과를 쫓도록 동기화시켜 성과를 증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동료, 부서 간 경쟁과 비협조를 양산함으로써 조직의 전체 성과를 저해하고, 혁신과 연결되는 도전적인 목표가 아니라 달성가능한 안전한 목표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성과관리

인사결정을 위해 등급을 매기는 것에 치중하였던 성과평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총체적인 관리로 전환되었다. 조직에서는 ‘무엇이 성과로 이어지는지’,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성과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사업 전략을 개인의 목표와 연계시키고, 스스로 설정한 목표와 그 결과를 평가받는 MBO기반의 성과관리가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 MBO는 조직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업계획 수립, 목표 설정, 중간점검, 성과평가 순서로 진행된다. MBO는 조직 목표와 개인 목표 간의 정렬, 자발적 참여를 통해 조직원의 동기부여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MBO 역시 직원들의 불만을 피할 수 없었다. 목표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달성 수준을 부과”하고 “협의를 가장한 목표 할당 미팅”이며, “사업부별 시장 환경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불공정한 목표”라고 불만을 터트린다. 조직원들의 적극적인 목표 추구를 위해 설계한 자율적인 목표 설정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며, 목표의 난이도 자체가 부서 간 혹은 동료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팀원들은 성과달성을 위해 필요한“업무 수행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리더들은 “성과평가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긴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운영부서 입장에서 큰 문제는 빠른 시장 변화로 인해 연초 수립한 사업계획이 몇 달만에 무효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의미해진 업적목표는 새로운 목표로 빠르게 대체해야 하지만 기민한 대응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성과지표의 적절성도 문제이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말 그대로 핵심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측정의 편리함때문에 계량화가 쉬운 활동을 성과지표로 설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다면 성과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과관리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더욱 가다듬고 임직원들을 더 철저하게 교육시켜야 할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성과평가에 소요되는 시간을 산출하였는데 연간 2백만 시간이 소비되고 있었다고 한다. CEB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만명 규모의 기업에서 성과관리에 쓰는 시간을 금액으로 환산한 결과 3천만 달러가 산출되었다고 한다.

이 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쓰고 조직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가? 앞서 살펴 본 성과관리 기법의 변천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성과관리의 절차와 도구를 정교화하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만 늘리고 별다른 효과는 가져오지 못했다.

그렇다면 성과관리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는 성과관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