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설정 이론에 따르면,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는 더 높은 성과를 이끈다. 단순히 “운동 열심히 해야지”라는 모호한 목표보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5 km 달리기”와 같이 구체적이고, 자신의 현재 수준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할 때 선택과 집중, 노력, 끈기를 발휘하여 목표 달성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가 성과 달성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와 성과 간의 관계는 업무 복잡성, 피드백, 몰입(commitment)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업무 복잡성이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스킬 수준을 지칭하는 것으로, 개인의 역량보다 업무 복잡성이 지나치게 높으면 목표 달성은 실패로 돌아가기 쉽다. 이를 테면, 갓 입사한 신입 사원에게 사업 전략을 수립하라고 한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목표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진척을 보여주는 피드백 또한 필요하다. 진척 상황을 알아야 현 수행을 그대로 유지해도 될지, 전략 및 노력의 강도 변화가 필요할지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의 수행이 목표 달성에 가까이 가고 있는지,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조정은 적시에 일어나기 어렵다.
목표와 성과 간의 관계는 사람들이 목표에 몰입할 때 더 강해진다.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와 집념이 강할 때 그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것이다. 목표에 대한 몰입은 자기 효능감과 목표 중요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나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라고 믿을 때,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중요해”라고 생각할 때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부여하거나 개선 중심의 부정 피드백만 전달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은 구성원의 효능감을 손상시키고 결과적으로 목표 몰입을 낮추기 때문이다.
목표 중요성은 조직의 목적과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고취시킬 수 있다. 보다 실용적으로는 금전적 보상을 통해 중요성을 강화할 수 있다. 금전적 보상이 목표 몰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액의 크기가 중요하다는 것이 통론이었다. 그러나 케이티 미어와 연구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금액의 크기보다 연속 수행에 대한 보상이 성과에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실시하였다.
무엇이 더 높은 성과를 이끄는가?
연속 수행 인센티브(streak incentives)란 여러 개의 작업을 연속으로 완료했을 때 제공하는 보상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운동, 교육 등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계속 쉬게 되니까 안 빠지고 열심히 다닐 거야”라고 다짐을 하곤 한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잘 이어온 행동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10일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면 그 기록을 깨고 싶지 않아서 몸이 피곤하더라도 11일째에도 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속 수행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이런 성향을 이용하여 보상을 제공한다. 작업을 연속적으로 완료하였을 때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수행의 지속성, 즉 몰입을 높이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속 수행 보상이 더 크고 안정적인 보상을 제공할 때보다 더 높은 성과를 이끌 것이라 가정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정을 입증하기 위해 보상 조건에 따라 수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설계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1) 단순하고 지루한 업무를 수행하여 돈을 벌거나 (2) 돈은 벌지 못하지만 재미있는 코미디 영상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일상적인 업무 상황을 모사한 것으로, 사람들은 지루한 업무 중에 기분 전환을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동영상 클립을 보곤 한다. 목표 몰입이 높은 사람들은 지루한 업무를 지속할 테지만 몰입은 낮은 사람들은 코미디 영상을 보는 횟수가 더 빈번할 것이다.
보상은 두 가지 조건으로 구분되었다. 하나는 안정적 인센티브 조건으로 과제를 완료할 때마다 3센트씩 지급되었다. 연속 수행 인센티브 조건은 첫 번째 과제를 완료했을 때는 1센트, 두 번째와 세 번째 작업을 완료하였을 때는 각각 2센트와 3센트가 지급되었다. 네 번째 이상 작업을 연속으로 완료하는 경우에는 일관되게 3센트가 지급되었으나, 만약 코미디 영상을 시청한다면 다시 가장 낮은 조건으로 돌아갔다. 예를 들어, 네 번째 과제를 수행 한 후 코미디 영상을 시청했다면, 다음 과제 완료에 대한 보상은 1센트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보상의 총량은 안정 조건이 더 크다. 실험 참가자가 과제를 세 번째까지 완료하였을 때 안정 조건은 9센트를 버는 반면, 연속 수행 조건은 6센트 밖에 벌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조건을 통해 성과에 보상의 크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연속 수행을 자극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실험 결과, 연구자들의 가설대로 연속 수행 인센티브 조건은 안정적인 인센티브 조건보다 더 높은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속 수행 조건의 참가자들은 과제 수행에 더 지속적인 노력을 들여 더 많은 과제를 완료하였다.
몰입의 동인은 무엇일까?
연속 수행 인센티브의 효과가 점점 더 커지는 보상의 증가로 인해 나타난 것은 아닐까? 연구자들은 이러한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실시하였다. 연구자들은 기존의 안정적 인센티브 조건과 연속 수행 인센티브 조건에 한 가지를 추가하였다. 그것은 증가하는 보상 조건으로, 연속 수행 인센티브 조건처럼 점점 큰 보상을 지급하되 연속 수행 여부와 상관없이 과제를 완료하면 보상이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예를 들어, 연속 수행 조건에서는 코미디 동영상을 시청할 경우, 다시 낮은 보상(1센트)에서 시작해야 하는 반면, 증가하는 보상 조건에서는 연속 수행 여부와 상관없이 정해진 보상을 지급하였다. 두 번째 과제를 완료한 후 동영상을 시청하고 세 번째 과제를 완료했더라도 1센트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3센트를 지급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연구자들이 예측한대로 가장 많이 과제를 완수한 조건은 연속 수행이었다. 그리고 증가하는 인센티브와 안정적 인센티브 조건이 그 뒤를 따랐다. 점점 더 커지는 보상이 안정적 보상 지급 조건보다 더 높은 수행을 이끌어 내긴 하지만 가장 높은 수행을 이끌어 내는 것은 연속 수행 조건이었던 것이다.
연속 수행 보상이 막강한 이유
연속 수행 보상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 강한 목표 몰입을 이끌어 내는 것일까?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1만원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의 강도보다 1만원의 잃었을 때 괴로움의 강도가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손실 회피 경향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투자한 비용(시간, 돈, 노력 등)이 아까워서 행동을 지속하게 되는 매몰 비용 효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연속 수행 보상은 그 동안 들인 노력을 무효화하지 않으려는 성향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을 절묘하게 자극한다. 연속 과제를 중간에 포기하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과거에 들인 노력 또한 쓸모 없게 하는(손실) 것으로 느껴지기 쉽다.
연구자들은 행동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연속 수행 인센티브가 효과적이라고 제안한다. 이를 테면, 영업직에게 매 건에 대해 성공 보수를 제공하기 보다는 연속 판매에 대해 보상을 제공한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도 더 높은 성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긱 경제에서도 연속 수행 인센티브가 성과를 이끄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의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Lyft에서는 운전자들에게 연속 수행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운전자들이 연속으로 차량 요청을 수락할 때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보상은 크면 클수록 좋다’라는 통념에 균열을 일으킨다. 물론 보상이 클수록 순간의 기쁨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보면, 이것이 성과 달성 측면에서 “더 좋은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연속 수행 인센티브는 업무 수행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교육, 습관 형성 등 다양한 장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직에서 연속 수행 인센티브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함께 찾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