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닥친 언택트 환경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사회 전반의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제로 언택트(Untact) 방식의 조직, 인력 운영이 필요한 상황에 닥쳤다. 상세하게 이것 저것 열거하지 않아도, 재택근무와 이에 따른 업무방식의 변화를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경험하고 있다. 특히 Zoom, Google Meet, Webex로 대표되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필수적인 업무 지원 시스템이 되어 버렸고, 필자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거의 매일 같이 화상회의 시스템을 사용해야 했다.
코로나 이전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의 회의는 대면 중심이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것이 전화를 통한 회의, 이른바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 이었다. 그나마도 HR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컨퍼런스콜은 거의 사용할 일이 없었다.
나의 화상면접 실패기
그날 나는 이들처럼 웃지 못했다.OTL..(사진 출처: unsplash)
외국계 회사들의 경우 국내 기업보다 이러한 컨퍼런스콜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수 년 전, 외국계 회사의 HR Director 포지션 채용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몇 개월에 걸친 프로세스 끝에 마지막 두 번의 면접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두 번의 면접 중 첫 번째는 Global HR director와의 면접이었고, 최종면접은 Global CEO와의 면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면접에서 완전히 죽을 쒔다. 싱가폴에 있었던 Global HR director는 한국까지 올 수 없었던 상황이라 What’s App을 통해 화상면접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나는 그 면접을 완전히 망쳤다. 그렇게 된 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 나는 What’s App을 써 본 적이 없었다. 미국이나 싱가폴에서는 널리 쓰이는 메시징 앱이었지만 단 한번도 내 스마트폰에 설치해 본적이 없었다. App 사용 방법을 익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 면접 당일, 큰 화면을 보면서 면접을 하고 싶어서 PC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약속 시간이 되자 느닷없이 내 스마트폰의 What’s App을 통해 연락이 왔다.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아서, 한참을 허둥대다가 세 번째 전화벨이 울리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면접을 시작했다.
-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계속 화면이 깨지고 음성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무슨 질문이었는지 계속 다시 물어보는 나에게 상당히 짜증났을 가능성이 높다. 면접을 보기 위한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 없었던 나는 토O의 회의실과 스터디룸을 두 시간 빌렸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Wifi를 사용했다. 그 배경에는 Wifi가 LTE 보다는 훨씬 접속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다.
기대와 달리 최종면접까지 갈 수는 있었지만 이미 앞선 인터뷰에서 쓴맛을 본 나는 전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것이 Untact 시대가 오기 전에 화상면접을 봤던 나의 실패기이다. 아직도 그 때 상황을 생각하면 쓴웃음이 난다.
화상면접 잘 진행되고 있나요?
2020년, 하반기에 경력 채용이 유난히 많이 몰려 있었고, 코로나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사실 바로 얼마 전 일이다.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모든 채용 면접이 화상면접으로 전환되었고, 회사의 HR로서 나는 짧은 기간 동안 100건이 넘는 화상면접에 참여했다.
대면면접을 해도 웃지 못할 일이 수도 없이 벌어지는데, 화상면접은 오죽했을까? 수 년 전 겪은 나의 화상면접 실패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화상면접을 진행하면서, 채용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운영 가이드, 면접을 보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면접을 준비하는 Tip을 몇 가지 적어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Tip을 전달하기 전에 화상면접에 대한 반응을 짧게 살펴보자.
화상면접에 대한 반응은 그 주체별로 매우 다양하다. 물론 이런 반응 때문에 화상면접을 꼭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반응이 있을 거라는 점을 알고 대하는 것과 모르고 대하는 것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지원자
지원자들은 시간적 공간적 이슈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 같다. 경력직의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 뚜렷하다. 경력직들은 30분 정도의 면접을 위해 눈치를 보며 연차나 반차를 쓰고 대면면접에 참여하는 것 보다는 화상으로 면접을 보는 것을 매우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디테일한 부분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임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 디테일들은 뒤에서 자세한 예를 들어 보려고 한다.
면접을 진행하는 회사의 HR
면접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화상면접은 제법 큰 도전이다. 대면면접보다 준비해야 할 것과 의사결정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내부 화상회의 시스템을 체크해야 하고, 각 지원자들마다 시스템 접속이 가능한지 사전에 확인하고 테스트를 해야 한다.
지원자들의 면접 시간을 조율하는 것은 대면면접 상황이나 화상면접이나 마찬가지 일이다. 면접 시간이 모두 제 시간에 끝나고 차질없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시간에 대면면접 상황에서는 지원자가 대기하는 동안 HR 담당자가 옆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물어보면서 대기 시간을 활용하거나 면접 이외의 사항들(예를 들어 지원자의 태도, 입사 동기 등을 가볍게 터치하는 등)을 점검해 볼 수 있지만, 화상면접에서는 그 시간에 맞춰 지원자가 ‘멀리서(본인의 자택이나 회사의 아무도 오지 않는 빈공간)’에서 그저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앞선 면접이 정해진 시간을 넘겨 지연되면 이들에게 별도로 몇 분 정도 늦을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하고, 답을 들어야 한다. 만약 대기자가 3~4명 이상이라면 한 명 한 명 일일이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면접관
면접관들의 반응은 상당히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복장이나 준비된 태도가 아닌 평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의 원래 역량이나 태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랜선을 통해 보이는 모습 자체가 대면면접 상황보다 더 작위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화상면접을 몇 번 해서 경험이 쌓이면, 화상면접에 대한 신선함도 화상면접에 대한 반감도 조금씩 줄어든다. 면접관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지연 현상이다. 화상면접의 특성 상 이쪽에서 완전히 말을 끝내야 저쪽에서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면 상황에서는 양쪽의 말이 동시에 나오거나 엇갈려도 금방 정리가 되지만, 화상면접에서는 양쪽의 말이 동시에 나오면 잘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말의 순서’를 정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화상면접 잘 되고 있나요? –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