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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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회고는 심리적 거리 두기에서 시작된다

학습과 성장의 주요 요소 중 하나는 회고이다. 자신의 수행을 돌아보면서 잘된 것, 잘 되지 않은 것, 그 이유 등을 따져보고 전략을 수정하여 시도를 반복하며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성찰은 개인, 집단 수준에서 일어나며,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때문에 조직에서 구조화된 회고 기법이 전파되고, 정기적인 수행이 권장된다.

*이 글에서 회고는 반추, 성찰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학습과 성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피드백과 실패 회고를 통해 배움을 얻어내 전략 수정과 시도를 반복해야 한다.]

콜센터 상담원을 대상으로 회고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하루 중 마지막 15분 동안 하루의 활동에 대해 일기를 쓴 근로자는 같은 시간 동안 일반적인 업무 활동을 수행한 근로자보다 업무 평가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고객 만족도 평가도 더 좋았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주말 동안 긍정적인 업무 사건에 대해 회고한 사람들은 주말 이후 업무 몰입도는 높아지고, 업무 소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고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회고의 일종인 디브리핑은 평균적으로 팀 효율성을 20% 이상 향상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모든 회고가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회고는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업무 수행을 저하시킨다. 리더의 외로움이 업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 연구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된 이슈를 생각하면 긴장된다, 짜증난다, 스트레스 받는다” 등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감정 중심적으로 회고하는 리더들은 그 다음날 구성원들에게 덜 지원적인 모습을 보이고, 외로움은 더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의 비효과적인 행동들은 리더 역량에 대한 팀원들의 낮은 평가로 이어졌다.

반면,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나의 업무 수행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내일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와 같이 업무 중심적으로 회고하는 리더들은 그 다음날 더 높은 업무 몰입을 보이고, 팀원들을 더 돕고, 그 자신도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되었다.

정리하면, 어떻게 회고하느냐, 무엇을 회고하느냐에 따라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고는 사람에 따라 구조화의 수준이나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행동에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자기 반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춰 반추하고 이것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위의 콜센터 연구에서, 무례한 고객을 경험한 후 고객과의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 계속 회고하는 상담원은 리더로부터 낮은 성과 평가를 받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회고는 이러한 경험을 가져온 사람에 대한 분노, 공격성, 복수 욕구를 높이기 때문에 비생산적인 행동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사의 괴롭힘에 대해 회고하는 직원들은 상사 지시에 불응하거나 의도적으로 기대한 방향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등의 일탈 행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고가 부정적인 결과로 빠지지 않고, 배움과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심리적 거리 두기가 건설적인 회고의 시작이자 핵심이라고 말한다.

심리적 거리 두기

회고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심리적 거리 두기는 윌리엄 유리의 ‘발코니로 가기’ 개념과 맞닿아 있다. 윌리엄 유리는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세계 최고의 협상 전문가이다. 그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접근법으로 ‘발코니로 가기(go to the balcony)’를 제안한다. 연극 무대 위의 배우 자리에서 벗어나 무대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객석의 발코니로 자리를 옮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멈춰 서서(puase), 목적(prize)을 상기시키고, 성과를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객관적으로 상황을 조망(perspective)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감정에 휩싸여 성급한 대응을 하는 것을 방지하고, 보다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무대에서 벗어나 높은 발코니에서 무대를 바라보면 배우일 때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인다.(이미지 출처: Freepik)]

우리가 연극 무대의 배우일 때는 상대방의 언행에 반응하기 바쁘지만, 멀리 관객석에서 무대를 조망할 때에는 각 배역들의 특성과 전체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각각의 상황과 욕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는 연애 하수이지만 타인의 연애에 대해서는 연애 고수가 되어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팀장과 팀원 간의 불편한 면담을 예로 들면, 자신이 팀장 자리에서 팀원과 마주하고 있을 때에는 팀원이 하는 말, 행동 하나 하나에 반응하게 되고 감정적으로 쉽게 격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정신적으로 발코니로 나간다면, 제 3자가 상황을 바라보듯이 팀원과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반응 이면의 원인은 무엇인지, 또한 팀장인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얻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좀더 차분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보다 목적에 맞는 대응법을 생각해내고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면담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는 불편한 경험을 회고할 때 ‘침착하게 들여다보자’라는 다짐과 달리 금새 부정적인 감정, 영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곤 한다. 건설적인 회고 의도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심리적 거리 두기’를 촉진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법을 소개한다.

거리를 둔 자기 대화(distanced self-talk)

거리를 둔 자기 대화는 회고를 할 때 1인칭 관점이 아니라 2, 3인칭 관점을 취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1인칭)가 아니라 ‘홍길동은 어떻게 해야 하지?’, ‘당신/그는 어떻게 해야 하지?’ 식으로 자신을 타자화해서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리를 둔 자기 대화’는 정서적 반응성을 낮춰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회상할 때 이 기법을 사용한 사람들은 기능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서 높게 관측되는 내측 전전두피질 반응이 감소되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심사위원단 앞에서 연설을 준비하던 사람이 거리를 둔 자기 대화를 하자 유해한 스트레스 반응의 생리적 지표인 말초 저항 수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려 결과를 그르칠 가능성을 낮춰 주는 것이다.

표현적 글쓰기

30년 이상의 누적된 연구 결과는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글쓰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말한다. 이러한 효과는 조직에도 적용된다. 조직의 리더들에게 하루를 시작할 때, 자신이 ‘리더로서 가지고 있는 세 가지 긍정적 자질’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도록 하자 이들의 수행은 개선되었다. 회고를 한 리더들은 덜 고갈되었다고 느끼고, 업무 몰입이 높아지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지각하는 ‘친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느꼈다. 회고를 통해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지각하고, 이것이 리더로 하여금 상황을 좀더 자신감있게,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표현적 글쓰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주인공이 아닌 나레이터의 위치에 서게 함으로써 관객의 관점을 취하게 하고, 더 넓은 맥락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경험에 대해 표현적 글쓰기한 결과물에는 1인칭 대명사의 사용이 감소되었다고 한다.

정신적 시간 여행

정신적 시간 여행은 시간적 거리 두기 기법으로 먼 미래의 자신의 관점에서 현재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년 후의 내가 지금 이 상황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특정 문제에 집착할수록 우리의 시야는 점점 더 좁아진다. 터널을 달릴 때 빛이 나오는 출구만 보고 주변부는 보지 못하는 터널 시야처럼 특정 문제, 원인에만 몰두할수록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하고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서 잠시 빠져나와 미래의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면 좀더 차분하게 상황을 조망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과거를 회상하면서 “별것도 아닌데 그 때는 왜 그렇게 격하게 반응했지?”라고 느낀 적이 한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을 의도적으로 채택하여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조망하게 하는 것이다.

시간적 거리 두기가 평정심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예를 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특정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일시적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거나, ‘인생의 큰 그림에서 그 사건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생각’하는, 즉 일상에서 시간적 거리 두기를 실행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게 하는 반면, 긍정적인 사건에 대한 영향은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삶에 회고 적용하기

한 팀의 회고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한 주에 있었던 일들 중에 잘된 점, 아쉬운 점, 개선점을 이야기해보자고 말한 순간 “잘 한 것이 있어야 잘된 점을 이야기하지?!”라는 리더의 불호령에 분위기가 얼어 붙었던 경험이 있다. 구성원들의 수행이 리더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잘된 것이 없다고 생각했거나, 잘된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온 반응일 수도 있다. 리더의 마음은 심정적으로 이해되지만, 한 주 동안 진행된 일들 중에는 잘 진행된 일들이 반드시 하나라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회고가 성과 향상에 미친 영향을 규명한 연구에 따르면, 어느 한쪽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잘된 점과 개선 점을 균형있게 회고할 때 다음 성과가 더 크게 증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할 때에는 정서적 고갈을 불러 일으키고 업무 몰입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위의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회고를 할 때에는 터널 시야에 갇히지 않도록 제 3자가 되어 상황을 조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의식적으로 심리적 거리 두기 기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고, 보다 건강하게 일과 삶을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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