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물어봐!”
우리는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조언을 구하곤 한다. 조언을 구하는 행동은 문제 혹은 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조언 구하기는 “아니, 그것도 몰라?”와 같이 자칫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어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다. 그래서 동료와 리더가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라고 말해도 조언을 구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조언 구하기는 크게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정보적 목표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유지하고자 사회적 목표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질문하는 방식을 통해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정보의 정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는 방식에 그 결과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정보적 목표가 높은 사람은 조언을 구할 때 자신의 의견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추정치를 포함하지 않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적 목표가 높은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다니’, ‘스스로 찾아볼 노력은 안했나’와 같은 평가를 피하기 위해 추정치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정보적 목표가 높은 사람은 “이번 행사에 몇 명의 참가자가 방문할까요?”라고 묻는 반면, 사회적 목표가 높은 사람들은 “이번 행사에 몇 명의 참가자가 방문할까요? 제가 추정하기로는 약 1,000명 정도 방문할 것 같아요”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추정치를 포함하는 방식은 자신의 역량과 노력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으나 조언을 해주는 사람에게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를 야기함으로써 정보의 정확성을 낮출 수 있다. 닻내림 효과란 배가 닻을 내리면 그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듯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되어 이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테면, 추정치가 포함된 질문을 받은 조언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약 1,000명”이라는 상대방의 의견이 판단의 기준점이 되어 이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800명 혹은 1,200명으로 편향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목표가 높을수록 추정치를 포함하여 질문한다
연구자들은 조언을 구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실험 참가자)이 ‘상대방에게 유능해 보이기’,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측정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이 질문(조언 요청)에 추정치를 포함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였다. 그 결과, 사회적 목표가 높을수록 조언을 구할 때 추정치를 포함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Reif, J., Larrick, R. P., & Soll, J. B. (2024). The inclusion of anchors when seeking advice: Causes and consequenc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85, 104378.]
이러한 목표는 개인의 성향일까, 사회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을까? 연구자들은 조언을 구해야 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지시를 통해 동기를 조작하였다. 조건에 따른 지시는 “동료가 자신을 무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스스로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방식으로 조언을 요청하세요.(역량 조건)”, “동료가 자신을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 주는 방식으로 조언을 요청하세요.(노력 조건)”, “동료로부터 편견 없는 판단을 얻을 수 있도록 동료의 사고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조언을 요청하세요.(영향 주지 않음 조건)” 이었다.
실험 조건에 따라 조언에 추정치가 포함되는지 그 여부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목표를 자극받은 조건(능력, 노력)은 추정치를 포함하는 경향이 높았으며, 특히 노력을 입증해야 하는 조건은 추정치를 포함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조언을 요청하라고 지시 받은 조건은 추정치를 포함하는 경향이 가장 낮았다. 팀, 조직 문화에 따라, 즉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조언을 구하는 방식과 정확한 정보의 유통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추정치가 포함된 질문은 조언의 정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자들은 추가적으로 실험을 실시하여 참가자들이 조언을 구할지 말지 스스로 선택하게 하였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혼자서 판단한 것과 조언을 얻어서 내리는 판단의 정확도를 비교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추정치가 포함된 경우와 포함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여 판단의 정확도를 평가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건물의 높이는 추정하는 것으로 10개의 연습 과제와 1개의 최종 과제로 구성되었다.
10개의 연습 과제 수행을 분석한 결과, 조언을 구한 참가자의 과제 정확도는 조언을 구하지 않은 참가자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언을 구한 사람의 추정치가 실제 값과 더 거리가 있을 때, 판단의 부정확도 또한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Reif, J., Larrick, R. P., & Soll, J. B. (2024). The inclusion of anchors when seeking advice: Causes and consequenc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85, 104378.]
사람들은 여러 사람에게 받은 조언을 평균 내어 최종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조언 중 어느 한 사람의 의견을 채택하기 보다는 의견들의 평균 값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평균화 과정에서 극단적인 조언은 그 영향이 자연스레 상쇄된다.
그러나 조언에 추정치를 포함하여 닻내림 효과를 유발할 경우, 조언자의 응답 범위를 조언 요청자의 추정치 주변에 머무르게 하기 때문에 조언 요청자의 추정치가 실제값과 거리가 멀 수록 판단의 부정확도 또한 커진다. 즉, 조언 요청자의 추정치가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면, 받게될 조언의 오류 가능성 또한 더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언을 구하는 목적이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함이라면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한편, 추정치 없이 열린 질문을 던짐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독립적인 관점, 의견들을 수집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최종 과제에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사람보다 더 정확한 추정치에 도달한 결과를 주목하며, “조언자에게 닻내림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언을 구하고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보적, 사회적 목표 모두를 달성하는 방법
조언을 구할 때, 정보적 목표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표 또한 달성하고 싶은 사람들은 ‘준비 신호’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준비 신호란 조언 요청자가 추정치를 산출했지만 편견 없는 조언을 받기 위해 보류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능력,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질문에 추정치를 포함하는 대신 “이번 행사에 몇 명의 참가자가 방문할까요? 제가 나름 추정한 값이 있긴 한데 OO님의 판단을 들어보고 싶어서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언을 요청받은 사람은 추정치를 포함한 질문을 하는 사람을 추정치가 포함되지 않은 질문을 하는 사람보다 더 유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직접적인 추정치 대신 준비 신호를 담은 질문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개개인들의 독립적인 판단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닻내림 효과를 방지하는 방식으로 조언을 요청하거나, 소통과 판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지적 편향을 설명하여, 개인이 보다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