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은 새 요금제 홍보 문구가 성차별적이라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 작가가 SK텔레콤에 항의한 ‘성차별적인 <티플랜> 광고문구 때문에 SK 탈퇴합니다’란 글은 2일 만에 2만번 이상 공유되었고, 네티즌들은 해당 문구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SK 텔레콤은 문제가 된 광고 문구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사례는 기업을 향한 소비자들의 달라진 기대와 행동 대응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더이상 기업이 이익만 추구해서는 안되며, 공정성, 환경 보호와 같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딜로이트는 정부(33%)보다 기업(52%)에 대해 ‘옳은 일을 할 것’이란 신뢰가 높은 글로벌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시민들은 세계를 보다 공정하고 공평하기 만들기 위해 소득 불평등, 건강관리 체계, 다양성, 사이버 보안 등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기업이 메꾸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사람들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를 수동적으로 바라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제품은 돈을 더 주더라도 기꺼이 구매할 의향을 보이고,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항의시위, 불매운동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시위, 불매운동이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은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성차별 등 비윤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기업에게는 구매력을 앞세워 이들을 심판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달라진 세대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는 이들 대부분이 현재와 미래의 소비 주역이자, 조직내 다수를 차지하는(할) 인력인 밀레니얼과 Z세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에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졌던 젊은세대의 19대 대선(2017년) 투표율을 살펴보면, 20대는 76%, 30대는 74.2%로 40대(74.9%), 50대(78.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는 20대가 31.5%로 가장 많았고, 40대(20.3%), 50대(15.4%), 30대(14.7%)가 그 뒤를 이었으며, 18세 이하 참가자들도 8.5%에 달했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밀레니얼과 Z세대는 정치, 사회에 관심이 높으며,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로서 이들은 기업옹호, 제품불매에 앞장선다
인터넷 검색창에 ‘착한 기업’과 ‘불매기업’을 치면,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각 기업의 정보을 요청하거나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는 기업의 제품은 “믿고 먹는(사는) OO”와 같이 강한 신뢰를 나타내고, 커뮤니티에 제품에 대한 우호적인 후기를 공유하며, 이에 동조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반면, 나쁜 기업 또는 불매 기업으로 낙인찍힌 경우에는 “믿고 거르는 OO”의 표현과 함께 상품, 프로모션에 대한 조롱이 많으며, 댓글로 불매운동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다룬 한 연구에 의하면, SNS, 인터넷 등의 온라인 환경은 불매운동 참여와 전파, 확산을 용이하게 하며,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불매운동은 사람들의 사회적 소속감을 자극함으로써 운동에 동참하게 만든다고 한다. 연구자는 “소비자들은 사회, 정치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불매운동을 사용”하며, “소비자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불매운동이 점차 윤리적 소비 중의 하나로 보는 시각이 높아져”기업에서 단순히 불매운동을 억제하는 접근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인력으로서 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기업이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77%)하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이 단순히 재무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창출, 다양성 구현, 혁신, 환경 보호 등 공익 증진에도 힘써야 한다고 생각(83%)한다. 밀레니얼은 회사를 선택할 때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도덕성에 대한 평판(22%), 다양성과 수용성(19%), 사회공헌 기회(12%) 또한 중요하게 고려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조직원의 재직의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밀레니얼들은 2년 이내에 퇴사할 것이라 응답( 43%)이 5년 이상 근무할 것이라는 응답(28%)보다 더 높지만, 다양성이 높은 조직에서 일하는 조직원들은 69%가 현조직에서 5년 이상 일하겠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회사에서 자선이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 5년 이상 재직하겠다는 응답(35%)은 그렇지 않은 경우(24%)보다 11% 더 높았다.
기업을 향한 사회적 책임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는 충성 고객을 얻을 수 없으며, 그들이 부여하는 사회적인 기대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금전적 보상 이외에도 기업윤리, 공익추구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왜 ‘다양성 실현’, ‘공정한 기회 제공’, ‘소외계층 교육’, ‘환경 보호’ 와 같은 가치를 내세우는지 그 속내를 꿰뚫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