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림(mindfulness), 명상(meditation)을 조직원의 웰빙 프로그램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하나, 둘 도입되기 시작한 명상프로그램은 구글, 애플, SAP 등의 테크 영역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P&G, 몬산토, 나이키, HBO 등 다양한 기업에서 운영되고 있다. 2017년에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알아차림 강의나 훈련을 개설할 것’이라는 기업은 35%에 이르렀으며, 이는 2016년 응답(22%)과 비교했을 때 13%나 상승한 수치이다. ‘알아차림 훈련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26%)까지 고려하면, 61%의 기업들이 명상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명상에 대한 인기는 관련 학술 연구의 증가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직장 내 알아차림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는 2003년에는 2건, 2012년 14건이 발표되었지만 2016년에는 100건을 기록하였다.
알아차림, 명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명상은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지만 심신이완, 집중력 강화 효과를 경험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오래 전부터 실천되어 왔다. 명상의 인기는 21세기 들어 본격화되는데, 이에 대한 배경 중 하나는 명상 효과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의 누적,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의 증가 및 직원 몰입의 중요성 대두 등 달라진 업무 환경을 들 수 있다.
과학적으로 명상의 효과를 밝혀낸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인 티벳 불교 승려 마티유 리카르(Mattieu Ricard)가 참여한 뇌신경 연구이다. 리카르의 뇌 촬영 결과 그의 행복감은 정상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그는 과학이 측정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밝혀졌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반응하여 안면근육이 빠르게 경련을 일으키는 놀람 반사(startle reflex)를 억제할 수 있으며, 미세 표정(micro expressions) 탐지에도 능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불교에 귀의하기 전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누구나 명상을 통해 행복하고, 높은 자기 조절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주었다.
현대인에게 과로, 스트레스, 번아웃은 더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직장인들은 성과 압박, 조직 내 인간관계를 포함한 여러 스트레스원으로부터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다. 역설적이게도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기기는 조직원의 업무 역량을 저하시키고 있다. 직장인은 하루 평균 74번 이메일을 확인하고, 직장인의 65%는 하루에 한 시간 가량 휴대폰을 확인하는 데에 쓰며, 밀레니얼 세대 이하에서는 2시간 이상을 이에 쓴다는 응답도 36%에 육박했다.
이러한 초연결성(hyper connectivity), 멀티 태스킹이 집중력 저하를 불러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평균 주의 지속 시간(attention span)이 8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직원 몰입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이러한 스트레스, 집중력 저하 문제는 조직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판단된다.
알아차림, 명상의 효과는 무엇인가?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Search Inside Yourself, SIY)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졌으며, 충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 전에 상황을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 입장에 공감하게 되었다”, “창의력이 증진되었다”, “명상 훈련 후 업무에서 중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명상의 효과는 질적 증거에 국한되지 않는다. 명상이 업무 몰입, 의사결정, 창의성, 감성지능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조직원의 생산성 및 기업의 수익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양적 증거 또한 누적되고 있다. 미국의 100대 기업인 애트나(Aetna)는 조직원들에게 요가, 명상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애트나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직원들의 업무 효과성이 향상되었는데, 향상된 업무 효과성은 조직원 당 3,000 달러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고 한다.
올해 낙관적인 1분기 성과를 발표한 SAP 또한 2013년부터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AP는 명상이 직원 몰입과 건강을 증진시킴으로써 기업 성과에 기여한다고 믿는다. SAP은 직원 몰입이 1% 상승하면 수익이 5천만~6천만 유로 증가하고, 조직 건강 지수(business health culture index)가 1% 상승하면 수익에 8.5천만~9.5천만 유로가 더해진다고 추정했다. SAP는 명상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200% 라고 밝혔다.
[출처: 뮤즈 홈페이지, 아도비 블로그]
알아차림, 명상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명상 프로그램을 조직에 도입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뢰하거나, 업체에서 제공하는 워크숍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명상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상은 말 그대로 앉을 수 있는 공간만 마련되면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 직접 명상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한 SAP의 피터 보스텔만(Peter Bostelmann)처럼 작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엔지니어였던 그는 명상의 효과를 동료들과 공유하고자 그 효용을 임직원에게 알리고, 이에 관심을 보이는 신청자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작은 커뮤니티로 시작한 명상 훈련은 현재 SAP의 공식 프로그램이 되어 세계 여러 지부에 확대 운영되고 있다.
커뮤니티를 이끌 리더를 섭외하기 어렵다면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앱(headspace)을 활용하여 명상을 실천한 참가자들은 스트레스 감소, 긍정적 정서 등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여전히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상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 유지하기 위한 방법
명상 프로그램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임직원의 참여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원의 참여와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을 주의해야 한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라. 명상은 지식이나 스킬이 아니다. 명상의 힘은 지속적인 실천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조직원 개발의 일환으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강제해서는 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보스텔만은 “명상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해서는 그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하며, “객관적, 과학적인 자료를 근거로 사람들에게 그 이점을 소개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직 가치와 연결시켜라. 참여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명상의 효과를 조직 가치, 니즈와 연결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명상을 활성화시키려는 차드 멩 탄의 노력은 처음에는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하다가 명상을 감성 지능과 연결시킨 후에야 임직원으로부터 관심을 끌게 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구글에선 탁월한 인재들이 너무 많아 그런 집단에선 스트레스를 훈장처럼 달고 있기에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고 말해봐야 명상하러 오지않는다.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면 모두 좋아하기에 ‘명상을 하면 감성지능이 발달돼 쉽게 성공하게 된다’고 했더니 금새 모여들었다. 그렇게 명상을 해보고 효과를 본 다음엔 오지 말라고 해도 오게 된다”고 밝혔다.
명상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 수집해라. 명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애트나와 SAP의 사례와 같이 조직원의 웰빙, 조직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 및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해 본 경험자들은 명상의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때 지속적인 운영 및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