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Tech는 HR 담당자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지난 10월 22-23일 파리에서 열린 전세계적인 HR 테크 컨퍼런스 UNLEASH에서는 HR과 관련된 현 기술의 수준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 이것이 나아가는 방향을 보여 주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당장 새로운 HCM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회사뿐만 아니라 업무생산성, 업무방식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HR 테크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참가자들이 업체 부스를 방문하여 제품 기능을 살펴보고 있다.(출처:unleash)

솔루션을 둘러보면서 마치 스마트폰 쇼핑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향평준화가 되어 단순히 기능의 유무만으로 우월을 따질 수 없었다. 대신 동일한 기능을 갖췄더라도 세부 내용이나, 얼마나 가시적이고 직관적인지에 따라 편의성이 갈렸다.

솔루션 판매업체들의 부스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말들을 중심으로 기술적인 특성을 전달한 후, 솔루션에서 드러난 주된 트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이 할 필요 없다”, AI, 챗봇, 자동화

솔루션 판매업체들은 AI와 자동화를 통해 지원자, 직원 경험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에 열중했다. 그들은 더 이상 지원자나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사이트와 솔루션을 헤매거나, HR담당자가 반복되는 단순한 일에 시간을 허비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마야(Mya)는 입사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대신 챗봇이 대화를 통해 지원자의 요건을 평가하여 면접 여부를 결정하고, 면접 일정을 수립, 변경하는 것을 시연하였다. 소프라HR(SopraHR)은 음성으로 “매출 자료 보여줘. 파이차트로 만들어. 내 이메일로 보내”라고 챗봇에게 지시하고 그대로 일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직원몰입을 진단하는 솔루션들은 자동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해당 결과를 HR 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위에 언급된 업체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솔루션들이 검색 기능이나 챗봇을 통해 직원들의 개별적인 문의나 요구에 대처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각 업체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채봇을 이용하여 입사 서류를 제출하고, 음성으로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내부 문서를 검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업체도 있다. 앱런(Applearn), 워크미(Walkme)와 같은 솔루션들은 MS 365, 슬랙, SAP 등 회사가 사용하는 여러 솔루션, 앱을 통합하여 사용자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앱과 솔루션 사용법을 안내한다. 마치 네비게이션처럼 직원들이 특정 업무를 해야한다고 하면 그와 관련된 프로세스를 안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캘린더에서 휴가 날짜를 체크하다가 ‘휴가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을 떠올렸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해보자. 이 때 챗봇과 문답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응답한 내용이 입력된 휴가신청 페이지로 이동된다. 챗봇은 모든 앱, 솔루션에서 접근이 가능한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후에 사용자를 관련 페이지(솔루션)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킨다.

워크미는 네비게이션처럼 직원들에게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안내한다.(출처:walkme)

입사지원서 접수부터 지원자 평가, 인사관리 전 영역에 이르기까지 AI가 사용되지 않는 솔루션은 없었다. 모두 AI를 강조하다 보니 마치 AI가 품질보증서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AI를 내세운 솔루션을 평가할 때에는 AI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말고, 그들이 보유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보아야 한다. 어떤 데이터를 얼마만큼 가지고 얼마나 훈련을 시켜왔는지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람회에서 거의 모든 업체들이 검색과 챗봇을 통해 얼마나 쉽게 자료를 찾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 시연하였지만, 모든 솔루션이 관련 정보를 내놓고, 음성과 글을 정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다. 모든 검색 포털이 AI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포털에 따라 검색 만족도가 확연히 차이나는 것과 같다.

“개별 직원에 맞게”, 개인화

단순하게는 솔루션 화면을 개인의 선호대로 구성할 수 있는 것부터 교육 프로그램, 커리어 패스, 복지혜택에 이르기까지 개인화된 서비스 지원을 내세우는 솔루션들이 눈에 띄었다.

많은 솔루션이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의 필요, 선호에 맞게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출처:talentsoft)

교육 플랫폼들은 개인의 직무뿐만 아니라 스킬 진단, 성격 검사, 커리어 패스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맞춤화된 교육 콘텐츠를 큐레이션한다. 보상 솔루션 업체인 베니파이(benify)는 회사에서 정한 일관된 복지혜택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직원에게 허용된 보상범위 안에서 쇼핑하듯이 복지혜택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큐레이션 기능 자체가 사용자의 만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큐레이션한 교육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적합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skills)을 규명할 줄 알고, 양질의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 콘텐츠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지표를 바탕으로 관리되어야 사용자가 꾸준히 이용하는 교육 플랫폼이 될 것이다.

“통합하는”  “통합되는”, 시스템 통합

종합 솔루션은 지원자 관리, 온보딩, 급여, 교육 등 채용부터 퇴사까지 직원을 관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른 솔루션을 쓸 필요가 없다”고 어필하기 보다는 “다른 앱, 솔루션을 통합”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직원몰입, 성과관리 등 단일 기능에 집중한 솔루션 업체들 또한 “여러 창을 띄울 필요 없이” 주로 사용하는 솔루션에 자사 솔루션을 통합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합, 단일 솔루션 업체 모두 자사의 제품이 다른 제품과 얼마나 쉽게 통합되는지를 강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종합 솔루션이라고 해도 보유한 모든 기능이 우수할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혁신적인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페쇄적인 입장을 고수하면 고객을 잃을 소지가 높다. 오히려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객이 원하는 외부 기능을 수용하는 편이 영리한 전략일 것이다. 업무, 상황 별로 사용하는 솔루션이 많으면 결국 사용하지 않게 되거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하나의 솔루션에서 여러 좋은 도구들을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다면 큰 이점이 될 것이다.

자동화, 시스템 통합, 개인화 외에 데이터의 윤리적 사용을 강조하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보유한 대량의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추천서비스, 직원몰입 진단 문항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의 윤리적 사용을 위해 특정 서비스(예: 기업 벤치마킹, 직원 웰빙 프로그램)에 신중하게 접근하거나 이메일, 슬랙, 설문결과 분석 시 개인에게 민감할 수 있는 정보는 익명 또는 팀 단위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솔루션을 통해 읽을 수 있는 흐름과 시선을 끌었던 솔루션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직원몰입, 조직문화

직원몰입 솔루션의 대부분은 상시적으로 직원들의 일, 상사, 회사에 대한 태도를 측정, 분석하여 HR로 하여금 즉각적인 개선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조직문화 관리를 돕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설문이 주는 무게를 낮추기 위해 귀여운 이모티콘을 활용하기도 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 위해 익명으로 설문을 진행한다. 직원몰입 진단 결과는 HR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접근할 수 있게 하여 자신의 팀(팀장)이나 자신의 몰입 수준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한다.

커리어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직원몰입을 관리하는 솔루션도 있다. 피놈피플(Phenom People)은 직무, 보유스킬 진단을 바탕으로 커리어패스를 제시하고, 원하는 커리어를 얻기 위해 필요한 스킬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큐레이션해주고, 커리어 개발에 도움되는 내부 채용공고를 제안해준다.

피놈피플은 개인의 직무, 역량을 바탕으로 커리어 패스를 제안하고,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출처:Phenom People)

본드위버(Bondweaver)는 직원몰입 관리를 위해 네트워크 분석에 집중한다. 설문과 이메일, 슬랙, 팀즈와 같은 협업 도구 분석을 통해 직원들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들은 관계 분석을 통해 무시받는 관리자, 관리자에게 무시받는 직원, 구성원으로부터 지원, 피드백, 인정을 받은 직원의 수 등을 분석하여 보고하고 직원몰입과 이탈위험을 평가한다. 많은 조직원들이 상사와의 마찰로 인해 퇴사를 결심하고, 팀워크가 좋은 조직에 남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 왜 이들이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직원몰입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될 것이다. 

본드위버는 직원들 간의 관계분석을 기반으로 직원몰입, 이탈위험도를 진단한다.(출처:Bondweaver)

소셜 

많은 솔루션들이 조직도를 클릭하면 다른 직원들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일부 솔루션들은 관계형성과 협업을 증진시키기 위해 링크드인과 같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여 동료의 프로파일에 쉽게 접근하게 하고, 뉴스피드와 댓글, 반응을 통해 직원들 간의 소통을 용이하게 한다. 루더원(Lutherone)은 글 중심의 프로파일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역량과 강점을 가시적으로 제공하여 동료의 전문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루더원은 개인의 역량과 강점을 한 눈에 드러나게 프로파일을 제시한다.(출처:Lutherone)

어치버스(Achievers)는 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활용하여 직원들 간의 소통을 촉진시키고 조직에서 가치있게 여기는 행동을 실행하도록 동기화시킨다. 어치버스는 뉴스피드나 댓글에 동료를 칭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보유한 포인트를 동료에게 줌으로써 보상을 할 수 있다. 포인트는 내부 사이트에서 물품 구매가 가능하며, 포인트에 따라 상을 수여함으로써 직원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를 촉진시킨다.

어치버스는 보상, 인정, 소통, 직원몰입을 연결시킨다.(출처:achievers)

애자일 성과관리

코칭, 피드백 중심의 성과관리를 지원하는 솔루션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OKR’s을 지원하는 솔루션들은 애자일 목표관리, 애자일 성과관리로 자신을 지칭하고 있었다. 성과관리 솔루션들은 목표설정, 체크인, 피드백, 코칭, 성과평가를 공통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역량개발까지 지원한다. 이 솔루션들은 직원들이 누구에게나 피드백(360 피드백)을 요청하고, 쉽게 작성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매니저가 팀의 성과를 관리할 수 있도록 일자별, 팀원별 코칭 일정을 알려주고, 팀원의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코칭 가이드를 제안한다.

그 밖에 눈에 띄었던 것은 다양성 지원 기능이다. 지원자나 직원 구성이 편향되어 있지 않은지, 그리고 지원자나 직원을 평가할 때 특정 집단에 대한 편향으로 인해 불공정이 발생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SAP은 연속적으로 높은 성과평가를 받은 직원이 승진이나 보상의 변화가 없으면 알람을 표시해 평가나 대우가 적정한지 재고할 수 있게 한다.

HR 솔루션은 직원과 HR을 연결하는 솔루션이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도구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설계 의도대로 직원들이 업무에 활용하기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용하기가 쉬워야 할 것이다.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여러 번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면 금방 직원들에게 외면받게 될 것이 뻔하다. 고려해야 할 또 한가지는 업그레이드나 통합 가능성이다. 업무환경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기능이 빠르게 포함되어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완벽한 솔루션은 없기때문에 완벽한 것을 찾기 보다는 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을 통합할 수 있는 솔루션이 사용도가 높을 것이다.

솔루션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살펴보면 지원자와 직원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이 부각된다. 지원자가 쉽게 지원할 수 있도록 AI를 이용하여 적합한 채용공고를 제안해주고, 지원 과정을 간소화한다. 재직자에게는 자동화를 통해 온보딩을 시기적절하게 지원하고, 직원몰입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흐름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인재관리의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실업률은 5.0%로 2009년(5.6%) 이래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에 직원들의 근속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인재관리는 우수 인재 확보뿐만 아니라 비용관리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HR 테크 트렌드를 통해 업무방식의 변화를 읽고 시대 변화에 적합한, 직원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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