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에 공개된 ChatGPT는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였다. 1억명 사용자를 확보하기까지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2년 6개월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ChatGPT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었는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생산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향상을 이룰 것이라 전망한다. BCG에 의하면, HR은 AI를 통해 생산성을 최대 30%까지 높일 수 있으며, 일찍이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지난 3년 간, 연간 예산을 전년 대비 10% 절감”하는 재정적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BCG는 생성형 AI가 채용, 교육, 직원몰입에서 각각 20~50%, 20~25%, 최대 10%의 효율성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기술은 HR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발전 속도가 빠른 채용을 중심으로 기술이 HR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본다.
모집
기술이 HR담당자에게 주는 혜택은 크게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데이터를 통한 효과적인 의사결정 지원이다. 사람이 했던 업무 일부를 기계에 맡겨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확보된 시간을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투입할 수 있다. 채용에서부터 근무하는 동안 얻어진 데이터는 커리어 계획, 교육 설계 등 개인화된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모집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두들린의 그리팅은 인재풀 관리를 비롯하여, 채용공고부터 지원자 서류 검토, 면접 일정, 합격 통지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한 플랫폼 안에서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다운 받아 채용 요청 부서에 서류를 전달하고, 서류 심사를 통과한 지원자에게 연락을 하고 일정을 잡는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하여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두들린에 의하면, 솔루션 사용을 통해 채용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팅은 지원자 특성, 채용 단계별 도달 추이 등 데이터 분석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테면 사람인, 원티드 등 채용 플랫폼 별 지원 추이를 확인하여 보다 나은 모집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팅은 공고, 직군별로 지원 추이, 지원 경로별 지원자 수 등 다양한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이미지:두들린 제공)
최근 출시한 AI 파싱 기능은 PDF, 한글, 워드 등 다양한 형식의 정보를 일정한 형식으로 변환하여 입사지원서를 데이터베이스화(DB화)하여, 스킬, 특정 경험 등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지원자를 검색할 수 있게 해준다. 한 직무의 채용이 끝나면 지원자의 정보(입사 지원서) 또한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것을 DB화하여 잘 활용한다면 소싱 시간 및 비용을 크게 단축시켜 줄 것이라 기대된다. 특히 고용 형태와 기간이 점차 다양해지는 채용 흐름을 고려하면, 인재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채용 효율 및 성과가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능들도 출시되고 있는데, 미국의 채용 플랫폼인 Seekout은 GPT4 AI를 사용하여 개별 지원자 맞춤형으로 메시지를 생성하고, 검색창에 직무 요건을 붙여넣으면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실행하여 가장 적합한 지원자를 찾아준다. 대화형 ATS를 제공하는 PARADOX는 지원자가 입사 지원서를 업로드하는 형식이 아니라 리쿠르터봇과 지원자의 채팅을 통해 지원자 정보를 수집, 평가한다.
선발
적합한 인재 선발은 조직 성공의 결정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에서는 적임자를 선발하기 위해 이력서, 직무 표본 검사, 면접 등 다양한 선발 도구를 활용하는데, 선발 도구의 타당도를 검증한 최신 연구에 의하면 구조화된 면접이 가장 높은 타당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 평가에도 AI가 도입되고 있는데, 제네시스랩의 뷰인터HR은 AI가상면접을 통해 입사 지원자 및 재직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교육 효과성 측정, 퇴사 면담 등 ‘역량 평가’와 ‘면담’을 대행한다. 제네시스랩 HR사업총괄을 맡은 육근식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정확한 역량 평가를 위해 뷰인터HR는 학계와 실무 영역에서 100여 명의 역량 전문가와 면접관을 초빙하여 수십만 개의 지원자의 면접 영상을 평정하게 하여 데이터를 구축한 후, 딥러닝 방식으로 우수 면접자의 평가 스킬을 학습시켰다고 한다. 단순히 면접관들의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우수 면접관의 평가 데이터를 모아 AI를 훈련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생성형 AI를 적용하여 하드 스킬을 평가할 수 있는 질문 개발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실시간으로 탐침 질문(probing question)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 평가의 편의와 정확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뷰인터HR은 입사 장면 뿐만 아니라 “면담을 통해 사람이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여러 장면”에서 이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성원들의 역량을 평가하여 승진 결정 및 개발 계획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교육 실시 전, 후 AI면담을 실시하여 구성원의 역량 변화를 측정하여 교육 효과성을 평가할 수 있다.
직무·역할 간 이동, 변화가 빨라지면서 스킬 기반 HR이 강조되고 있다. 빠른 역할 적응과 직무 성과를 위해서는 정확한 스킬 매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킬 매칭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스킬을 규명하고, 직원이 보유한 스킬과 그 수준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 같은 역량 평가 플랫폼은 조직 및 직무에 필요한 스킬을 식별하고, 지원자 및 구성원의 스킬 측정을 통해 배치, 승진, 교육 등 HR의 여러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교육
교육 또한 AI 적용이 활발한 분야 중 하나이다. 기존 학습 플랫폼들이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를 직무, 역할에 맞게 교육 과정을 추천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했다면 현재는 교육 설계, 교육 콘텐츠 생성, AI 튜터를 통한 실시간 문제 해결 등 교육의 시작과 끝을 지원한다.
기업 교육 업체 휴넷의 AI 교강〮사 솔루션은 강사를 섭외하여 콘텐츠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AI로 대체한다. 스크립트를 업로드하면 AI 강사가 해당 내용을 교육하는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패스트캠퍼스가 최근 도입한 AI 튜터 ‘캐미’는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을 강사에게 질문하듯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마이크로 러닝 플랫폼 Arist는 단 몇 분 내에 교육 과정을 설계해준다. 교육 주제를 입력하고 ‘과정 생성’ 버튼을 클릭하면 교육 개요와 더불어 교육 내용, 퀴즈 등이 포함된 교육 과정이 즉시 생성되기 시작하여 수 몇 분 이내에 완료된다. Arist는 AI를 통해 교육 설계 시간의 80%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Arist는 현재 해당 기능을 누구나 체험해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Arist는 교육 주제만 입력해도 단 몇 분 내에 교육 과정을 설계해준다. 오른쪽 자료들은 이메일로 발송된 교육 과정 자료의 일부이다.
또 다른 학습 플랫폼 Docebo는 다양한 형식의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링크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콘텐츠를 생성해준다. 생성된 콘텐츠는 다국어로 번역할 수 있으며, 음성을 입힐 수도 있다. 조직 특수적인 직무 스킬과 같이 외부에서 조달하기 어렵거나 온보딩, 핵심가치 내재화와 같은 조직 관련 주제들은 자체 컨텐츠를 생성할 수 밖에 없다. 파일 업로드만으로 컨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 적시에, 조직 특성을 반영한 주제들을 탄력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Docebo 또한 해당 기능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꾸준히 HR 테크 트렌드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는 조쉬 버신(Josh Bersin)은 학습 플랫폼이 AI가 콘텐츠를 생성하여 사용자 맞춤형(번역, UI 조정 등)으로 콘텐츠를 배포하는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자동화될 것이라 예측한다. 인간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학습자의 행동을 모니터링하여 자율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학습자 경험을 스스로 개선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기타
성과관리 솔루션은 목표설정, 피드백, 성과 평가에 수반되던 지난한 업무들을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생성형 AI를 적용한 성과관리 플랫폼들은 목표, 피드백, 개발 영역 등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 평가 초안을 작성해준다고 설명한다.
직원몰입 플랫폼의 경우 직원들의 감정, 행동, 태도를 손쉽게 측정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이러한 솔루션들이 운영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통합을 통한 인사이트 제공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감정을 측정하고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것만으로는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변화 전략을 수립,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로, AI 기반 HR 비서를 표방한 더조쉬버신컴퍼니의 갈릴레오가 눈에 띈다. 갈릴레오는 25년 간 구축한 수천 개의 기업 인터뷰와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HR에 대한 모든 질문에 높은 품질의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수 사례 조사, 보상 계획 등 주로 컨설팅 영역에 있던 주제들까지 HR 비서에게 묻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갈릴레오가 HR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5월 이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공개 예정)
생성형 AI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현 시점에서 뚜렷하게 그릴 수는 없다.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혁신되는 속도를 고려할 때, 생성형 AI를 적용한 서비스의 완성도가 지금 당장은 사용자의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별 거 아니다”라고 관심을 끄기 보다는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