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이란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혹성탈출은 “진화의 시작”, “반격의 서막” 그리고 “종의 전쟁”까지 2001년 이후 3편이 개봉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침팬지가 약물투여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다룬다. 이 영화의 주요한 모티브는 진화이다. 1편에서는 주인공인 시저는 인간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여러 유인원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2편과 3편을 거치면서 시저는 지능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 특히 공감(empathy) 능력이 강화된다. 3편에서 시저가 인간 아이를 보호할 때, 동료 침팬지들은 “시저를 봐, 이제는 거의 인간의 눈을 가지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눈 흰자위는 왜 있을까?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고도의 협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지며 뇌가 커지고 지능이 발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신체 기능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열세에 놓이게 되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를 구축하고 협업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협업은 생존과 직결된 이슈였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는 다르게 서로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는데, 그 증거가 바로 공막, 눈의 흰자이다.

진화론적으로 살펴본다면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는 다르게 시선을 통해서 서로 협력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것이 인간을 유일하게 공막을 지난 유인원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저는 1편에서 3편으로 넘어갈수록 공막이 더욱 크게 묘사되었다.

[혹성탈출의 시저(오른쪽)는 실제 침팬지(왼쪽)와는 달리 인간처럼 큰 공막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서울대학교 장대익 교수는 인간의 공막은 서로 간의 협력 체계를 위한 진화론적 선택이면서 서로 간에 공감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치라고도 설명했다.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감능력이 다른 동물은 가질 수 없는 고유의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인간다움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바로 공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HR에서의 활동은 공감과 거리가 먼 활동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다. 동질성에 기반한 채용, 상대평가를 통한 인간의 등급화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조직에서 사람에 대한 관리와 개발을 책임지는 HR 부서가 사람의 본연적인 특성과 가장 거리가 먼 활동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공감에 기반한 HR은 어떠한 모습일까?

공감의 HR

필자는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준 덕분에 2019 SHRM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역대 가장 많은 2.5만명의 전세계 HR 담당자들이 참석한 올해 컨퍼런스의 주제는 ‘더 나은 직장 만들기(Creating Better Workplace)’이었다.

General Speech의 연사로는 취약성 연구의 대가인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 직원 우선주의(Employee First)의 비넷 나야르(Vineet Nayar), 탐스 슈즈의 창업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 등이 무대 위에 섰다. 더불어, SHRM의 CEO인 조니(Johny)도 스피치를 진행하였는데, 필자가 듣기에 이들의 주요한 메시지는 바로 “공감”에 기반한 HR이었다.

[취약성 연구가인 브레네 브라운 교수(사진 출처: SHRM)]

우선 브레네 브라운은 TED에서도 역대 3위 안에 드는 명 강의를 한 휴스턴 대학교의 교수로, 인간이 가진 취약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녀는 리더 역시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취약성을 지난 인간이라 말하며, 이를 겉으로 드러내고 함께 극복해나가야 하는 용기를 강조했다. 비넷은 임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할 수 있다는 직원 우선주의를 설파했으며, 블레이크는 HR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니는 범죄 이력자, 고령자, 장애인 등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을 포용하고 하나의 사회로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기존의 HR과는 다른 가정에 근거한다.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리더,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 임직원, 매출을 우선시 하는 기업과 기업 성과에 도움이 되는 직원 선발에 초점을 둔 기존의 HR과는 달리 인간 본연의 특성에 관심을 갖고 공감하려는 데에 2019 SHRM의 메시지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이는 다양한 세션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최근 많이 다뤄지고 있는 상대평가에 대한 폐지 움직임과 직원경험에 대한 관심은 조직 구성원을 서열을 매겨 일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상물이 아니라 관심을 쏟고 공감해줘야 하는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느껴졌다. 직원들이 채용부터 퇴직까지 겪는 다양한 경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그들의 순간 순간의 감정까지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정 마인드셋에서 성장 마인드셋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사진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는 필자가 가장 경험해보고 싶은 회사이다. 왜냐하면 MS의 3대 CEO인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취임 이후 보인 행보가 너무나도 놀랍기 때문이다. 그가 쓴 책 히트 리프레스에서 보여준 조직문화 변화를 통한 사업 전환 사례는 짜릿함을 느끼게 했다. 2시간 동안 MS의 조직문화 변화 여정에 대해 강의를 들었는데, 가장 필자의 마음을 끈 것은 사이타가 취임 후 강조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었다. 그는 MS의 내부 경쟁이 극심하고 협업하지 못하며 혁신적이지 않은 조직문화의 원인을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에서 찾았다.

성장 마인드셋은 캐롤 드웨크(Carol Dweck)박사가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소개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개념이다. 마인드셋은 “성취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학습자가 자신의 능력과 지능의 가변성에 대해 갖고 있는 신념”으로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으로 구분된다. 성장 마인드셋은 능력과 지능은 경험과 노력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반면, 고정 마인드셋은 이것이 타고난 자질이며 고정되어 있어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기존의 MS의 대부분 인사 제도와 문화는 고정 마인드셋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실패한 사람들은 가능성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또한 광범위한 협업에서 나오는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를 추구하기 보다는 “잘난” 사람들 간의 연합을 통해 좋은 성과를 만들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티아는 취임 연설에서 “이제부터 MS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회사로 거듭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구성원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이 “변화 가능하다”고 바뀌는 순간 MS는 다양한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실패도 용인하며 혁신적 사고를 촉진하는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그 변화는 실적이 말해주듯 대성공을 이뤄냈다.

Global 수준의 HR이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우리 HR 역시 다른 부서들처럼 글로벌 기업에서 하는 여러 가지 제도들을 벤치마킹해왔다. GE에서 실행하는 제도나 구글에서 하는 여러 가지 활동은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고, 베껴서 도입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미 겪어서 알고 있듯이, 제도는 한 국가, 조직의 문화와 풍토에 큰 영향을 받고, 이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린다고 해도 씨앗이 심어지는 땅, 공기, 물에 따라 싹과 결실이 결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글로벌’하다는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SHRM 컨퍼런스에 참석해 최신의 제도를 배워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회와 조직의 맥락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왜 그러한 제도를 활용하기 시작했는지를 고민하는 힘이 바로 글로벌 수준의 HR이 아닐까 싶다.

SHRM에서 다뤄진 인간의 취약성, 직원 우선주의, 사회적 책임 실현, 다양성과 포용, 그리고 MS에서 강조하는 성장 마인드셋은 결국 인간성으로의 회귀, 즉 우리 HR 담당자들이 공감의 HR로 방향을 잡아야 함을 전해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글로벌 수준의 HR은 단순히 다국적 기업이 도입한 제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환경에 대한 깊은 고찰에 기반한 제도가 바로 글로벌 수준의 HR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이를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HR 동역자분들은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서로 협업하며 공감대를 이루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본 글을 마친다.

이 글은 롯데인재개발원 People Innovation LAB 이중학 매니저님이 기고해 주셨습니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