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는 매해 발표되는 조직의 신년 인사나 전략 발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과제이다. 기업의 리더들은 조직문화의 개선, 혁신을 외치며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선포하곤 한다.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약속과 계획을 발표하는 뉴스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조직문화가 개선되었다는 뉴스는 찾기가 어렵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엑센추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더들은 조직문화 수준에 대해 과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더가 지각하는 조직문화와 직원들이 실제 느끼는 조직문화 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어쩌면 리더들은 조직문화를 실제보다 더 좋은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어 변화 노력을 덜 기울일지도 모른다.
[출처: Acceture, GETTING TO EQUAL 2020]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
리더들은 직원들이 실제 느끼는 것보다 조직이 더 수용적인 문화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혁신할 수 있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36%에 불과했지만 리더들은 그 보다 32%가 않은 68%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유연한 근무환경에 대한 인식도 직원들은 29%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리더들은 76%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직원들이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 평가한 리더는 2%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 평가했지만,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한 직원은 20%로 나타났다.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조사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조직문화, 직원경험 그리고 다양성, 평등, 환경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 기여가 기업의 중요 과제라고 꼽는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은 그 중요성에 대해 공감할지 몰라도 실제 업무를 추진하는 데에 우선순위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리더들의 우선순위를 측정한 결과, 사회 기여나 조직문화는 재무성과에 크게 밀리는 후순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Acceture, GETTING TO EQUAL 2020]
수용적인 문화 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관련 목표를 실행하고 있지 못하는 리더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자 “다른 리더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42%)”, “사업 성과와 연결시키기 어려워서(40%)”, “다른 우선순위 과제가 있어서(38%)”, “측정하기 너무 어려워서(33%)” 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히지만 좋은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수용적인 문화는 단순히 좋은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러 컨설팅 기업의 분석에 따르면, 경영진의 다양성 수준이 평균 이상인 경우 평균 이하인 기업에 비해 수익이 19% , 영업이익은 9% 더 높았고, 성 다양성이 상위 25%를 차지하는 기업들은 재무 수익이 해당 산업의 중앙값보다 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수용적인 리더를 둔 팀들은 ‘의사결정의 질이 좋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20% 더 높았으며, ‘협력적으로 행동한다’고 답변하는 비율 또한 29% 더 높게 나타났다.
수용적인 문화 조성
어떻게 하면 좋은 조직 문화, 즉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혁신을 촉진시키는 수용적인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까? 채용 제도, 교육, 캠페인을 운영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핵심적인 것은 리더십이다. 다양성과 수용성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해 온 줄리엣 버크(Juliet Bourke)는 조사를 통해 수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의 여섯 가지 특성을 규명하였다.
- 가시적 노력: 다양성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표명하고, 현상유지에 도전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다양성과 수용’을 개인적인 우선 과제로 삼는다.
- 겸손: 자신의 능력에 대해 겸손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다른 사람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 편견 자각: 제도 상의 결함뿐 아니라 개인적인 맹점 또한 인식하고 있으며, 능력에 맞는 처우를 보장하려고 애쓴다.
-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열린 마음가짐과 타인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보여주고, 판단 없이 경청하며, 공감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
- 문화 지능: 다른 사람들의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에 따라 적용한다.
- 효과적인 협업: 다른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사고의 다양성과 심리적 안전성에 관심을 기울이며, 팀 결속력에 집중한다.
어쩌면 위의 여섯 가지 특성을 읽고 “이거 나잖아!”라고 무릎을 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배움, 역량 개발은 정확한 자기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가 아니라 ‘남들이 인식하고 있는 나’를 알고 목표와 현실 간의 차이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다.
줄리엣 버크는 수용적 리더가 되기 위한 전략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는 개인적인 자문 위원회 구성이다. 리더와 정기적으로 접촉하면서 그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들로 자문 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신이(리더가) 특정인을 편애하는지, 미팅에서 모든 참석자에게 균등하게 기회를 주는지, 특정 성별에 편중되어 이야기 하는지 등 수용적인 문화를 조성하는지, 오히려 저해하는지 솔직한 피드백을 받으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용적 리더가 되기 위한 과정에 직원들을 동참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다면진단 결과를 직원들과 논의하거나, ‘다양성과 수용’에 대한 아젠다를 만들어 한 주 동안 이에 대해 배운 것이 무엇인지 주간 회의에서 매주 점검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배우는 태도는 편견을 해소하는 데에 겸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리더로 하여금 통찰을 얻고 롤모델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세 번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만나는 새로운 자리나 불편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 아이디어에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써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관념을 파괴하거나 관점을 확대시킬 수 있다.
다양성 존중, 수용적인 문화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기민성, 혁신이 있다. 기민성, 혁신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면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정확한 자기 인식,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수용적인 문화를 조성해 나간다면 실질적인 성과 향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