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례를 통해 배우는 동료 코칭 성공 요인

“이 정도의 회사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직장인 A씨는 1년 남짓 재직 중인 회사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려고 해도 이야기를 듣지 않아요. 그냥 묵묵히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으로 보는 것 같아요. 실질적인 소득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 제가 하려고 했던 일들은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어요. 낮은 수준의 업무만 반복할 뿐이죠. 물론 일이야 쉽죠, 그런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나요? … 사람들을 보면 다 자기 일이 바쁘니까 옆 동료가 어떤 상태인지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재택 근무 중이라 살피기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팀원이 건강한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로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삭막하게 느껴져요.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나요? 제가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게 뭐죠?” A씨는 ‘여기에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한듯 이내 ‘이직’ 의향을 내비치더니 “이 정도의 회사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직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선호 직장으로 알려진 네이버, 카카오도 예외는 아니다. 구직자들에게 인기있는 기업이건 아니건 높은 이직률에 고통받지 않는 기업은 드물다는 것이다. 입사와 재직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직장인의 니즈가 다변화되면서 직원몰입 관리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보상 하나만 신경써도 인재를 유인하고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성장, 건강(well-being), 조직문화 등 더 많은 요구들을 대응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구성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이 정도의 회사’가 아니라 구성원에게 특별한 조직이 될 수 있을까?  

구성원의 웰빙을 높이는 동료 코칭(peer coaching)

세계 최대의 코치 단체인 국제코치연맹(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 ICF)에서는 ‘전문적인 코칭이란 개인의 삶, 경력, 일, 혹은 조직에서 특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관계이다. 코칭과정을 통해 고객은 학습을 심화시키고, 성과를 개선하며, 삶의 질을 향상한다’라고 정의한다. ‘코칭 바이블’의 저자 게리 콜린스(Gary R. Collins)는 ‘코칭은 한 개인이나 그룹을 현재 있는 지점에서 그들이 바라는 더 유능하고 만족스러운 지점까지 나아가도록 인도하는 기술이자 행위이다’로 정의한다. 정리하면 코칭이란 스스로 성장하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코칭이 조직에 도입된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주로 임원 리더십 개발을 위해 임원들에게만 지원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 효과성이 입증되면서 점차 팀장으로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소수지만 팀원에게까지 전문 코칭을 지원하는 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코칭에서 다루는 주제 또한 기존에는 업무 역량 개발에 초점을 두었지만 근래에는 삶, 마음 건강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과 삶을 포괄하여 구성원의 웰빙 증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보통 코칭을 떠올리면 리더와 부하 직원 사이에서, 다시 말하면 부하 직원의 육성을 위해 리더가 실행해야 하는 행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동료 코칭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어쩌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동료 코칭은 개인의 발전과 배움을 증가시키고, 구성원의 직무 만족, 리더십 개발에 기여하며, 조직 변화, 조직 효과성, 성장을 가속화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동료 코칭은 리더의 코칭이 제공하는 것처럼 역량 개발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구성원 간의 연결감, 소속감,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고, ‘우리 조직은 구성원들을 챙기는구나’라는 인식을 높임으로써 조직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동료 코칭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기업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자율관리 조직 Nitor의 실험

니토(Nitor)는 2007년에 설립된 핀란드의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자율관리를 채택하고 있다. 자율관리란 외부의 통제 없이 구성원 스스로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니토의 구성원들은 프로젝트의 참여 여부 뿐만 아니라 채용, 해고, 급여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으며, 조직의 전략,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구성원들의 공식적인 관리자는 CEO로 중간 관리자는 없다.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몇몇 직원들이 이사, 부사장과 같은 직함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일반적인 조직이라면 관리자가 구성원 코칭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지만 중간 관리자가 없는 니토에서는 공식적으로 코칭을 담당할 직책이나 직무가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구성원들의 업무적, 관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동료 코칭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코칭은 코치든 피코치든 희망자에 한해,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루어진다. 코치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코치 풀(pool)에 자신을 등록하고, 피코치는 이 코치풀에서 자신의 목적에 맞게 코치를 선택한다.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코칭 시스템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신입 사원에게 코칭 시스템을 소개하거나 성공적인 코칭 경험을 위해 코치들을 대상으로 코칭 교육을 제공하고, 코칭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한다.

코치로 등록한 사람들은 이틀 동안 적극적 경청, 신뢰 형성, 질문 기법 등 기본적인 코칭 스킬을 훈련받고, 코치들끼리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코칭에 대한 배움을 공유한다. 코칭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데, 코치 한 명당 1~6명의 피코치를 있었고, 코칭 빈도 또한 코치-피코치 짝에 따라 적게는 일년에 3~4회, 많게는 2주에 한번씩 진행하고 있었다.

[출처:Nitor]

코칭의 주제는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으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Mindplatter’라는 툴이 제공된다. Mindplatter는 일과 생활에서의 생산성과 건강을 점검할 수 있는 있는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칫 헤맬 수 있는 첫 번째 코칭 세션을 원활하게 이끌어 준다. 회기가 진행됨에 따라 ‘일’, ‘사생활’, ‘일과 사생활’로 주제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고, 피코치의 니즈에 따라 코칭에서 가치있게 여기는 혜택 또한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되었다.

첫 번째는 피코치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돌아보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슈는 없는지 코치와 함께 탐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친구와 만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되고, 친구의 관점을 통해 자신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캐치하는 것과 같다. 피코치들은 회사에 내가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신의 삶을 코치의 도움을 통해 돌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안전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는다고 보고하였다.

두 번째는 정서적 지원이다. 이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피코치들은 자신의 생각, 감정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적극적 경청과 공감을 보이는 코치들을 높게 평가하였다. 이들은 코칭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정서적으로 재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정보적 측면이다. 이 유형의 피코치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 상황이나 특정 주제에 대해 코치가 제공하는 경험담, 의견, 관점 등을 의미있게 여겼다. 이처럼 정보적 지원을 가치있게 여기는 피코치들은 코치의 도움을 통해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도전 과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고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된 점을 코칭의 이점으로 꼽았다.

네 번째는 변화 지원이다. 피코치들 중에는 위에 소개한 것처럼 자신의 일상을 점검하고 정서적 지원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구체적인 변화 목표를 가지고 이에 대한 도움을 얻기 위해 코칭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구체적인 목표 설정, 계획 수립을 포함하여 피코치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들을 높게 평가하였다.

도전과 대응

니토가 시도한 ‘동료 코칭’이라는 새로운 실험은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며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동료 코칭을 운영하면서 니토가 직면했던 도전과 대응 방안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자.

코칭 시간 확보. 니토에서는 프로젝트에 따라 시간을 유용하기 어렵거나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고객사에 나가 일하는 경우가 많아 코칭 일정을 잡는 데에 애를 먹었다. 니토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요일을 ‘사무실에서 일하는 날’로 정해 모든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기밀 유지 vs 투명성. 코치와 피코치는 코칭에서 다룬 이야기에 대해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기밀 유지 정책은 코치와 피코치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신뢰와 친밀감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되었지만 조직 차원에서 코칭 시스템의 효과를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에는 장애물이 되었다. 이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니토는 익명의 집계 데이터(aggregate data)를 수집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코치 교체. 비록 피코치 스스로 코치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만족스러운 코칭 과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코치가 피코치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단순히 둘 간의 스타일이 맞지 않아 코칭 세션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코치를 교체하면 되지 않을까?’ 반문할 수 있지만 이는 관계가 틀어지거나 나쁜 소문에 시달리는 것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니토에서도 코칭에 대한 만족도가 낮더라도 그 어느 누구도 코치를 바꾸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니토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시 코치를 확보하여 이들을 로테이션시키는 ‘코치 바꾸는 날’을 제정했다. 코치 교체에 대한 피코치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는 동시에 다양한 유형의 코칭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피코치의 니즈 충족.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피코치가 코칭에 기대하는 것은 일상 점검에서부터 변화 목표 달성 지원, 정서적 지원에서 정보적 지원 등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코치의 니즈에 따라 기대되는 코치의 개입 수준이나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 밖 일상 생활에 대한 코치를 받고 싶은 피코치에게 커리어 개발에 초점을 두어 코칭이 진행된다면 피코치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코칭에 대한 참여도 또한 점차 떨어지게 될 것이다. 앞서 소개한 코칭의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칭의 고객, 주인공은 피코치이다. 피코치의 니즈와 선호에 따라 코칭 방식과 내용을 결정하고 그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니토는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코칭 세션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코칭 기록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코치는 이 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피코치의 관심 주제나 논의 내용을 확인하고 좀더 원활하게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로써 동료 코칭

중간 관리자가 없는 니토의 사례를 통해 동료 코칭을 소개한 것을 리더-팀원 코칭을 동료 코칭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리더가 제공하는 코칭 외에 동료 코칭을 추가할 때 구성원의 웰빙과 성과, 조직문화 측면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소실되어 가는 조직 내 사회적 연결망을 확충함으로써 구성원 간의 연결감, 소속감을 강화하고 신입 사원의 적응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동료 코칭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성공적인 동료 코칭을 위한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딱 한 가지만 강조하자면 코치 교육이다. 면담이나 피드백 제도가 잘 운영되지 않는다는 조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팀장이 이것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없이 제도만 도입된 경우가 많다. 팀장 입장에서는 경험한 적도, 배워본 적도 없는 코칭을 하려고 하니 긴장이 되고 마음처럼 잘 흘러가지도 않는다. 이것은 고스란히 팀원에게도 전해지는데 팀원이 기대한 코칭이나 지원을 못받는 것은 물론이고 어색하고 불편한 공기로 인해 면담 자체를 싫어하게 된다. 그렇게 팀장, 팀원 모두 “면담 필요없다”라는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코칭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꼽자면 피코치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니토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서적 지원에서 변화 목표 달성까지 피코치가 코칭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다양하며, 코칭 초반에는 정서적 지원을 원했다가 회기가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변화 목표를 다루고 싶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코칭 프로세스 초반에 피코치의 니즈를 명시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니즈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피코치의 니즈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코치는 피코치에게 코칭 세션에 대한 피드백과 개선 아이디어를 요청함으로써 피코치의 니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코치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다.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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